국내 이동통신 3사 중 하나인 KT는 지배구조와 관련해 기업을 지배하는 특정 오너가 없고 소액주주들이 많아 대표적인 ‘소유분산기업’으로 불린다. 특히나 정치적 외풍에 취약한 KT는 정권교체기마다 대표이사와 이사진 인사가 그 영향을 크게 받는다. 이 과정에서 주요 주주인 국민연금공단은 늘 큰 영향력을 발휘해왔다.
미래먹거리와 관련해서 KT는 통신시장 포화에 따라 다른 통신사들과 마찬가지로 탈통신 기조를 보이며 미래먹거리 모색을 위한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나선 가운데 ‘인공지능통신기술(AICT)’ 회사로의 전환에 힘을 쓰고 있다.
국민연금 영향력에 리더십 늘 흔들… 지난해 경영 공백도 초래
통신기업 KT는 오너가 없는 국내 대표적 소유분산기업이다. 주요 주주로는 국민연금공단이 KT의 전체지분 2억5786만760주 중 8.63%인 2226만2450주를 쥐고 있고 그 밖에 현대자동차 외 1인이 7.89%(2034만5700주)·신한은행 외 2인이 5.55%(1430만9207주)·미래에셋자산운용 외 4인()이 5.05%(1303만164주)의 지분을 각각 가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주요 주주인 국민연금은 지난 문재인정부에서 주주가치 제고를 명분으로 하는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뒤 더 적극적으로 KT 경영에 개입 KT의 인사를 흔들어 놨다.
정권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는 국민연금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자연스레 KT 대표와 이사회는 조직에서 정치 외풍에 가장 먼저 흔들리는 자리가 됐다.
이에 따라 KT 대표 자리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검찰 수사를 받는 수난을 겪기도 하고 정권의 전리품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이번 김영섭 KT 대표 선임 과정에도 국민연금은 KT 이사회 인사에 적극 개입했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KT 이사회의 구현모 대표 연임 결정을 반대했다. 이후 이사회가 다시 공모 절차를 밟아 윤경림 전 KT 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 사장을 후보로 올렸지만 국민연금이 거듭 반대했다.
구 전 대표와 윤 전 사장 등은 모두 내부 이권 카르텔 이슈에 휘말려 있는 인사였고 또 그들이 정치자금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재판과 수사를 받고 있던 탓에 그들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을 의식한 국민연금이 반대에 나선 것이다.
실제로 KT는 소수의 내부 출신 인사들이 기업을 장악하는 지배구조로 변질돼 있다는 지적이 나온지 오래다.
이에 따라 구 전 대표가 사임한 지난해 3월 말 이후 5개월 동안 직무대행 체제로 리더십 공백 상태를 이어왔고 대표이사 직무대행으로 박종욱 사장을 중심으로 비상경영체제를 가동하기에 이르렀다. 이후 지난해 8월 주주총회를 통해 현재 김 대표가 선임되면서 경영공백은 일단락됐다.
통신업 성장동력 한계… ‘AICT’ 전환 시도에 본업 충실하지 못하다는 비판도
한편 KT의 근간 사업이었던 통신업은 업계에서조차 포화시장이라고 판단하고 탈통신 기조를 지향한 것이 이미 10년이 훌쩍 넘었다. 실제로 휴대전화 회선 수를 봐도 지난해 말 기준 대한민국 인구수보다 많은 5616만 건이 집계됐다.
2019년 도입된 5G 서비스마저 5년 만에 성장 정체기다. 5세대(5G) 이동통신 가입자는 2023년 12월 말 기준 1567만 명으로 전체 국내 가입자의 68%에 달했다. 2023년 8월까지 1% 초중반을 유지했던 5G 가입자 증가율도 2023년 9월 들어 KT를 포함한 통신 3사 모두 1% 미만으로 떨어졌다.
본업인 통신업의 시장포화상태를 맞이한 KT는 경쟁사들과 마찬가지로 미래먹거리 모색을 위한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다.
KT는 구 전 대표 재임 시절부터 통신사업 위주의 포트폴리오를 ABC(AI·빅데이터·클라우드) 등으로 다각화해 ‘디지코((DIGICO·디지털플랫폼기업)’로 전환시킨다는 전략을 추진해왔다.
그리고 현 김 대표 체제의 KT는 이런 기조를 계승·발전 시켜 통신 역량에 정보기술(IT)과 인공지능(AI) 기술을 더한 ‘인공지능통신기술(AICT)’ 회사로의 전환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김 대표는 지난달 27일 세계 최대 이동통신 전시회인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참석을 위해 들린 스페인의 바르셀로나 NH 칼데론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통해 “이제 KT는 통신 역량에 정보기술(IT)과 인공지능(AI)을 더한 '인공지능통신기술(AICT)' 회사로 거듭나겠다”며 “통신에 안도하는 면이 있어 AICT 회사로 바꿔 성장하겠다”고 밝혔다.
글로벌 파트너와의 협업 역시 중요하다고 판단한 KT는 세계적 테크 기업들과의 파트너십을 다지고 있다.
김 대표는 MWC2024에서 한국 통신사 대표로 CEO 보드미팅에 참석해 글로벌 통신사 수장들과 ICT 현안을 논의했다. KT는 또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와 2024년 모바일360 아시아태평양(M360 APAC) 서울 개최를 위한 계약을 체결하고 AICT 컴퍼니로서 혁신 성과를 공유할 예정이다.
김 대표는 “독자적으로 일등하는 회사는 없어진지 오래”라며 “협력을 잘하는 기업이야말로 최고의 고수다. 글로벌 테크 기업들과의 적극적인 파트너십으로 빠르게 세계적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KT의 탈통신에 따른 AICT로의 전환 시도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통신업을 근간으로 하는 KT가 고객종합만족도 최하위에 머물거나 통신 장애도 빈번하게 발생하는 등 본업에 충실하지 못한 상황에서 신사업에만 매달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KT의 AICT전환 시도를 두고 “돈도 기술력도 없는 기업이 남들 하니까 따라가겠다고 나서는 꼴이 달밤에 삿갓쓰고 나서는 열없는 며느리꼴”이라는 비아냥도 나온다.
지난해 6월 한국소비자원이 전국 20세 이상 이동통신 가입자 15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종합만족도 설문조사에서 KT는 5점 만점에 3.28점을 받아 가장 낮았다. 그 외 데이터 품질 만족도·요금 만족도·종합만족도 부문에서도 경쟁사 중 최하위로 나타났다.
소비자 피해구제에서 소극적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가 2020년부터 2023년까지 3년간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이동통신·IPTV·초고속인터넷 서비스별 소비자 피해구제 접수 현황을 분석한 결과 KT의 서비스별 피해구제 접수 건수는 이동통신 1136건·IPTV 23건·초고속인터넷 336건 등 총 1495건으로 나타났다. SKT나 LGU+에 비해 1.5배 이상 높은 수치다.
매년 이어지는 통신장애 역시 문제가 되고 있다. KT는 지난달 20일 서울 광진구는 동북선 도시철도 공사 과정에서 KT 통신 인프라 피해로 광진구 일부 지역 통신 장애가 발생했다.
지난해 1월에는 부산·경남·울산 등 광범위한 지역에서 KT 인터넷 장애가 발생했다. 같은 해 11월에도 KT 전산망에 장애가 발생하면서 소방통신망이 멈추는 사고가 일어났다. 2022년 1월에는 IPTV장애로 49만 가구가 1시간 가량 불편을 겪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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