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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 View] 이재명에 비친 이회창 그림자
대선 패배와 사법 리스크
당권 장악과 경쟁자 숙청
쉬운 길만 고집하면 자멸
이상준 논설실장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7-13 14:45:47
대통령 선거에서 아깝게 졌다. 민주화 이후 가장 적은 표차 패배였다. 여당 후보로서 졌기에 아쉬움이 컸다. 대통령이 되지 못한 후유증은 컸다. 검찰은 측근을 구속했고 사법리스크에 시달렸다. 주위 반대를 무릅쓰고 보궐선거에 출마해서 국회의원이 됐다. 대통령 후보라는 후광으로 당 대표 자리를 거머쥐고 총선에서 경쟁자가 될 만한 중진을 제거했다. 공천 학살이란 비판이 쏟아졌지만 우여곡절 끝에 총선에서 승리했다. 적어도 당 안에서 그와 맞설 적수는 없었다. 그래서인지 총선 뒤 당 대표 연임에 나섰다. 
 
이 사람은 누굴까? 이회창 전 한나라당 대표다. 아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라고 생각한 독자도 있을 것이다. 사람의 본성이 바뀌지 않으니 역사도 되풀이되기 마련이다. 이회창과 이재명은 성장 배경은 물론 보수와 진보라는 정치 배경까지 달랐다. 전라도에서 초등학교를 졸업한 이회창이 보수를 자처하는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로 성장했다면 경상도에서 자란 이재명은 진보를 지향하는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됐다. 닮은 구석이라곤 없어 보이나 정치 행적만큼은 닮았다. 
  
첫째 오뚜기처럼 일어났다. 이회창은 15대 대통령 선거(1997년)에서 39만557표 차이로 졌다. 김대중과 김종필의 DJP연합에 밀린 이회창 지지자 사이에선 한나라당에서 탈당한 이인제(국민신당)만 없었어도 이겼을 거라는 말이 돌았다. 이재명도 20대 대선(2021년)에서 불과 24만7077표 차이로 고개를 떨궜다. 윤석열과 안철수의 단일화에 쓴맛을 본 이재명 지지자들은 심상정(정의당)이 출마하지 말았어야 한다고 힐난했다. 
 
둘째 권력의지가 남달랐다. 이회창과 이재명은 보궐선거를 통해 재기하더니 주변의 반대에도 당 대표 선거에 나섰다. 홍준표가 1999년 선거법 위반으로 국회의원직을 잃자 이회창은 홍준표 지역구였던 서울 송파갑 보궐선거에 나섰다. 보궐선거로 국회에 들어간 이회창은 주위 반대에도 당 대표 선거에 나서더니 공천권을 손에 쥐었다. 이회창은 이기택과 김윤환을 토사구팽한 16대 총선(2000년)에서 승리한 뒤 대통령 선거까지 독주했다. 
 
이재명도 마찬가지였다. 송영길이 2022년 서울시장에 도전하면서 국회의원직을 반납하자 이재명은 송영길 지역구였던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에 나섰다. 이재명도 이회창처럼 대선 패배에 대한 반성과 성찰이 없다는 비판에도 당 대표 선거에 나섰다. 당권을 거머쥔 이재명은 올해 22대 총선에서 박용진과 임종석 홍영표 등을 숙청했다.  
 
셋째 사법리스크에 시달렸다. 이회창이 세풍 사건으로 곤욕을 치렀다면 이재명은 대장동 사건에 시달렸다. 검찰 수사로 측근이 구속됐다는 사실도 빼닮았다. 이회창은 대선을 앞두고 국세청을 동원해 선거자금을 모았다는 세풍 사건에 시달렸다. 검찰은 1998년부터 세풍 사건을 조사하면서 이회창의 동생 이희성과 측근 서상목 의원을 구속했다. 이재명 측근 김용과 이화영도 검찰 수사로 구속되더니 유죄 선고까지 받았다. 이재명 부인 김혜경은 현재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검찰에 대한 태도는 달랐다. 판사 출신인 이회창은 2003년 검찰에 자진 출두했다. 이회창은 “한나라당 불법 대선자금 모금은 대선후보였던 제가 시켜서 한 일이며 전적으로 제 책임으로 제가 처벌을 받는 것이 마땅하다”고 말했다. 원칙과 소신을 강조해 별명이 대쪽이었던 이회창은 스스로 잘못을 인정했다. 모든 짐을 짊어지고 감옥에 가겠다던 이회창은 “대리인들만 처벌받고 최종 책임자는 뒤에 숨는 풍토에서는 어두운 과거를 청산할 수 없다”고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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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변호사 출신인 이재명은 이회창과 달랐다. 검찰을 비판하며 맞서기까지 한다. 세간에는 ‘법무법인 민주당’이냐는 말까지 나돈다. 대장동 사건에서 이재명을 변호하던 변호사들이 민주당 공천을 받아 국회의원이 됐기 때문이다. 박균택과 김기표 양부남 이건태 등 대장동 변호사 출신 의원은 법사위에서 검사 탄핵까지 추진하고 있다. 이재명을 수사하는 검사들을 두둔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재판이 끝나기에 앞서 수사 검사를 탄핵한다니 “이재명을 위한 치외법권을 만들 셈이냐”는 비판이 쏟아질 만하다.
 
김영삼과 이명박·박근혜는 대세론에 힘입어 대통령이 되었다. 치열한 경쟁을 거치면서 자신을 둘러싼 환경에 적응한 정치인은 자연 선택을 통해 진화한 덕분인지 국가원수가 되었다. 그러나 이회창과 반기문은 대세론을 등에 업고도 실패했다. 경쟁 없이 독주한 이회창과 경쟁을 두려워한 반기문은 예선에서 강하고 결승에서 약한 2등에 불과했다. 이재명만 두드러진 민주당에는 화해와 통합을 외쳤던 김대중 정신과 손해를 보더라도 잘못을 지적했던 노무현 정신이 보이질 않는다. 쉬운 길만 고집하면 목적지에 도착하기 어렵다.
 
이재명을 보면 왠지 이회창이 떠오른다. 이회창과 다른 결과를 얻으려면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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