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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공화 부통령 후보 J.D. 밴스… 트럼프와 일심동체 ‘개천의 용’
자전소설 ‘힐빌리의 노래’ 유명… 러스트벨트 촌놈의 감동 서사
불법이민·기후변화 문제에 한목소리… ‘대선詐欺 주장’ 동참
임명신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7-16 19:20:01
 
▲ 3월 J.D. 밴스 상원의원(오른쪽)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오하이오주 유세장 연단에 서 있다. 밴스는 트럼프야말로 주류층에게 외면당한 미국의 심각한 사회 문제를 인지한 정치인임을 깨닫고 2018년부터 지지자가 됐다고 한다. 2022년 연방상원 입성 후 의회 내 핵심적 친트럼프 인사로 꼽힌다. AP 연합뉴스
 
▲ 공화당 부통령 후보 J.D. 밴스 상원의원의 오늘을 있게 한 저서 '힐빌리의 노래' 한국어판. 자전적 소설이자 미국 사회의 심각한 좌절을 절실하게 그려낸 문제작이다. 2016년 출간돼 백인 저소득층의 삶을 세상이 알게 했다. 2016년 이래 트럼프 정치 역정의 배경을 말해주는 소설, 트럼프의 정책 지향을 개인적 체험으로 증명한 작품이다. 
 
▲ 영화 '힐빌리의 노래'(2020) 한 장면. 불우한 환경 속에서 공부를 열심히 하도록, 힐빌리의 좌절과 무기력에 지지 않도록 해준 인물이 주인공 J.D. 밴스의 할머니였다. 연합
◇전대 첫날 최대 이벤트…후보 공식 지명
 
15일(현지시간)부터 미국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열리고 있는 공화당 전당대회 첫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 후보로 지명됐다. 부통령 후보는 J.D. 밴스 연방 상원의원(39·오하이오)이다. 트럼프가 러닝메이트를 정했다면서도 철저히 함구하다 전당대회 개막과 함께 공개해 극적 효과를 높였다. 
 
전당대회 하이라이트란 대선 후보와 러닝메이트 지명 및 비전 선포다. 이날 공화당 소속 마이크 존스 하원의장이 트럼프와 밴스를 각각 대통령·부통령 후보로 공식 선출했다고 선포했다. 17일 밴스의 수락연설, 18일 트럼프의 마무리 독무대를 향해 전당대회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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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후보 트럼프’는 이미 기정사실에 가까웠으나 부통령 후보에 대해선 궁금증을 자아냈다. 쿠바 이민자 아들인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플로리다)이 스페인어로 히스패닉계 이민자들을 향해 메시지를 설파할 있다는 강점 등으로 유력시되기도 했지만 밴스가 최종 낙점된 것이다. 트럼프의 정책적 지향을 가장 잘 공유할 만한 인물임이 여러모로 드러나고 있다.
  
이는 외연 확장을 겨냥한 중도 이미지보다 정체성에 집중한 결정이며, 트럼프의 높아진 자신감이 반영된 것이기도 하다. 밴스의 입지전적 인생 궤적은 트럼프가 정치에 입문하게 된 배경을 설명해준다. 트럼프 러닝메이트 밴스의 등장으로 향후 러스트벨트 경합주들의 노동자 계층을 향해 선거운동 역량이 집중될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J.D. 밴스는 누구?
 
초선 연방상원의원 밴스는 1952년 리처드 닉슨 이래 최연소 부통령 후보다. 다음달로 딱 마흔살인데 개인사와 그 속의 고민·깨달음을 녹여 낸 저서로 유명세를 탄 후 2022년 중간선거에서 당선됐다. 러스트벨트 출신 불우한 촌놈에서 엘리트 보수주의자로 성장하는 과정이 그의 자전적 소설이자 출세작 ‘힐빌리의 노래’(2016)에 생생히 그려져 있다. 
  
밴스가 서른 두살 때 발표한 소설 ‘힐빌리의 노래’은 2020년 할리우드에서 영화로도 제작됐다. 어려운 환경에서 열심히 공부해 고향 오하이오에서 주립대를 나와 예일대 로스쿨에 진학한 일, 학비를 벌고자 해병대에 입대해 배운 긍정적 가치들, 시혜성 복지가 서민·빈민을 어떻게 망가뜨리는지 목도한 점 등 모든 체험과 사고의 변화를 소설 ‘힐빌리의 노래’에 담아내 널리 공감을 불렀다. 
 
불법이민 차단, 기후변화 의제가 과대포장돼 기업과 농민을 괴롭히며 친환경 카르텔을 조장한다는 시각, 우크라이나전쟁 조기 종식 등 주요 현안에서 트럼프와 입장이 일치한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공화당 부통령 후보 발표 직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밴스는 노동자계층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이제 트럼프와 함께 ‘부자 감세’ ‘중산층 증세’를 진행할 것”이라며 “그렇게 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겠다”고 말했다.
 
위스콘신주 밀워키 농구팀 홈구장인 파이서브 포럼에서 진행된 공화당 전당대회 첫날 대통령·부통령 후보 공식지명 과정은 여느 때보다 드라마틱했다. 주별로 대표자가 자기 주에 배정된 대의원이 누구에게 투표할지 발표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트럼프의 둘째 아들 에릭이 주 대표로 나와 자신의 아버지를 대선 후보로 지지한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트럼프는 플로리다주 경선에서 당 전체 대의원 2400여 명 중 과반을 득표한 상태였다.
 
◇밴스 자전소설 ‘힐빌리의 노래’… 트럼피즘의 증언 
 
트럼프는 밴스를 소개하면서 그가 왜 자신의 러닝메이트에 적합한 인물인지 설명했다. 오하이오주립대와 예일대 로스쿨 졸업, 해병대 복무, 변호사·벤처캐피털리스트로 성공해 2022년 중간선거에서 오하이오주 대표 연방 상원의원으로 당선된 표면적 이력보다 그가 불우한 환경을 극복해 온 과정이 더 중요해 보인다.
 
소설 ‘힐빌리의 노래’는 밴스의 인생 스토리이자 지난 20여 년 미국 사회의 변화를 성찰한 책이다. 소설 틀을 빌어 고도의 사회적·정치적 이슈를 던진 문제작이기도 하다. ‘위기의 가정과 문화에 대한 회고’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밴스의 고향 오하이오주는 탈냉전‧세계화 이래 중국의 부상과 반비례하며 쇠락해 간 오대호(湖) 주변 공업지대의 일부다.
 
힐빌리란 애팔래치아산맥 근처 ‘산골 촌놈’ 정도에 해당하는데 오늘날 미국에선 빈민에 대한 일반 폄칭이 됐다. ‘양키’처럼 원래 비하하는 표현이었다가 훗날 적극적 의미 내지 애칭으로 발전한 경우도 있으나 힐빌리엔 여전히 모멸감이 강하게 배어 있다. 
 
밴스의 말을 빌면 그는 “대학 문턱을 못 밟아 본 수백만 백인 노동계층의 자손”이며 “가난이 가풍”이나 다름없는 환경에서 자랐다. 대개 남부의 노예경제 시대에 날품팔이부터 시작해 소작농‧광부를 거쳐 기계공이나 육체노동자로 살아 온 사람들이 그의 조상이다. 그는 ‘힐빌리’ ‘화이트 트레시’(흰 쓰레기)로 불리는 이들을 이웃‧ 친구‧가족으로 부른다고 말한다.
 
소설 원제목이 ‘힐빌리의 슬픈노래(Hillbilly’s Elegy)’지만 역경을 극복한 스토리이니 한국어판 출간 시 굳이 애가(哀歌)라고 번역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가난‧가정폭력 속의 우울과 불안에 시달리던 소년이 크게 성공하기까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출간된 이래 폭발적인 인기를 끌어 아마존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소설 ‘힐빌리의 노래’에 대한 언론과 유명인들의 서평이 이어졌다. “역사의 지금 이 순간 반드시 읽어야 할 책”(뉴욕타임스 데이비드 브룩스), “이 책을 통해 가난을 낳는 문화의 다면적 성격과 가족의 중요성에 관한 새로운 시각을 가지게 됐다”(빌 게이츠) 등이 대표적이다.
 
스코틀랜드‧아일랜드계 이민자 부모를 가진 밴스의 원래 이름은 제임스 도널드 보먼이다. 이혼한 어머니가 재혼하면서 한때 계부의 성을 따른 적이 있으나 다시 외가쪽 조부모 성 ‘밴스’로 바꾸는 등 이름에서부터 기구한 가정사를 보여준다.
 
‘힐빌리의 노래’에서 로스쿨 재학 중인 주인공은 진로와 학자금 문제로 고민이 많다. 어느날 동급생인 인도계 여자친구 소개로 부유한 법조계 명사들 파티에 참석했다가 취직을 희망하는 로펌의 사람들과 동석하게 된다. 그러나 가족 등 출신 배경을 질문받고 주눅이 들었으며, 이어 백인 노동자들을 깎아내리는 말에 흥분해 제대로 대화를 수습하지 못한다. 
 
동명의 영화에 대해 혹평 일색인 평단과 달리 관객평에선 호평이 훨씬 우세하다. 밴스의 원작에서 묘사된 치열한 정치적 쟁점과 하층 백인들의 생활상이 영화에선 적당히 두루뭉술하게 그려진 게 비판적으로 지적된 점도 주목할 만하다. 
 
무엇보다 밴스의 작품은 미 정계의 이단아, 공화당에서도 ‘굴러온 돌’ ‘천박한 장사치’ 취급받던 도널드 트럼프가 돌풍을 일으킨 배경, 그의 구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의 참뜻, 2020년 이후 바이든정부에서도 사실상 그의 정책 기조가 계승돼 ‘트럼프 없는 트럼피즘’이란 말이 나오게 한 이유 등을 이해하게 해 준다. 
 
이 소설을 통해 미국인들은 트럼프가 2016년 기존의 주류 공화당 정치인들을 제치며 대선 후보가 돼 힐러리 클린턴를 꺾고 대통령이 된 원동력, 저소득층 백인 노동자들에 대해 알기 시작했다. 미국 사회의 감춰진 문제점들을 드러낸 것이다. 그 중 하나가 빈민가 백인 인구의 지속적 증가다. 2000년 시점에서 30년 전보다 40% 많아진 상태였으며 다시 20여 년 지난 현재 훨씬 더 증가했을 것이라고 밴스는 말한 바 있다. 
 
굳건한 민주당 지지층이던 애팔래치아산맥의 힐빌리들이 왜 약 30년 만에 공화당 지지자가 됐는지 밴스의 소설이 절실하게 짚어준다. 통계나 지표보다 그가 청소년 시절 직접 겪었던 절망적 상황과 거기서 얻은 통찰이 큰 설득력을 발휘했다. 예를 들어 고등학생 밴스가 주급 두 번을 합쳐도 쉽게 못 사먹던 스테이크를 이웃집 마약중독자는 실업수당에 기대 놀면서 2주에 한번씩 사먹더라는 얘기도 나온다. 
 
밴스의 또 하나 성공 요소가 해병대 입대다. 희미해진 미국적 가치를 일깨우는 대목이다. 학비 마련을 위해서였지만 심신의 건강, 자기노력‧규율준수‧자산관리의 중요성과 방법, 심지어 스케줄‧체중 관리 등 방만하기 쉬운 자기를 건사하는 철저함을 해병대 시절 배웠다고 한다. 언제든 전장에 투입돼야 할 해병대는 육군에 비해 군기가 세다. 부적격자로 판단되면 가차없이 퇴출 조치하는 것조차 밴스에겐 힐빌리 문화와 다른 신선한 충격이었다.
 
밴스의 삶 자체가 트럼피즘의 정당성을 설명해준다. 밴스는 당초 반(反)트럼프 공화당원이었다. 그러나 트럼프야말로 러스트벨트 지역민의 보편적 좌절을 인지한 정치인임을 깨닫고 지지로 돌아섰음을 2018년 2월 파이낸셜타임스 인터뷰에서 밝혔다. 2020년 대선 결과에 대해 ‘개표 사기(詐欺)’라며 불복한 트럼프 주장에 동참한 것 역시 트럼프로선 최고점을 줄 만한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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