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황 침체에 중국산 저가 철강재 유입이라는 악재까지 겹쳐 철강업계 업황이 좋지 않다.
업계 3위로 꼽히는 동국제강 역시 마찬가지다.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임직원 모두의 역할이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최고경영자의 리더십이 중요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오너리스크로 기업을 위기로 내몰아 경영 일선 복귀 후에도 조언자에 머물겠다며 대외 활동을 자제했던 장세주 동국제강그룹 회장이 최고경영자로서 10년 만에 공식 석상에 나서 위기 극복을 외쳤다.
장 회장은 5일 그룹 창립 70주년 기념식에서 “위기 앞에서도 항상 예상을 뛰어넘는 역량을 보여 준 임직원과 함께라면 동국의 미래는 지난 70년의 시간보다 더 빛날 것으로 확신한다”며 “동국만의 DNA로 다가올 위기를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만들자”고 말했다.
업계에 닥친 위기를 함께 극복하자고 외치고 있지만 과거 회사에 이른바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가져온 것은 다름아닌 장 회장 자신이었다.
장 회장은 2015년 5월 비자금 약 88억 원을 해외 도박과 개인 채무를 갚는 데 사용하고 가족 명의 계열사로 급여·거래 내역을 조작해 34억 원을 챙겨 총 122억 원의 횡령 및 배임 등 혐의로 재판에서 징역 3년6월을 선고받아 복역했다.
당시 재판부는 장 회장에 대해 “최고경영자의 지위를 망각하고 회삿돈을 빼돌려 거액의 해외 도박을 계속한 점이 인정된다”고 꼬집었다.
장 회장의 횡령·배임으로 동국제강이 이때 입은 손해는 127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동국제강은 장 회장의 오너리스크에서 비롯된 유동성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동국제강의 심장이라 불리던 사옥 ‘페럼타워’를 매각하기도 했다.
2015년 업계를 둘러싼 대외적 경제 상황도 좋지 않아 수익성도 나빠지며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도 적자로 돌아선 상황에서 겹친 장 회장의 오너리스크는 기업에 큰 타격이었다.
기업의 주가 하락은 물론이고 당시 동국제강이 사활을 걸고 야심차게 진행하던 브라질제철소 사업까지 위기설이 나오는 등 기업 전체가 오너리스크를 크게 앓았다.
장 회장의 과오가 이른바 ‘창사 이래 최대 위기’로 기억되는 이유다.
이에 당시 많은 동국제강 직원은 회사가 대내외적 어려움에 처한 상황에서 회삿돈을 빼돌려 도박을 하는 등 회사에 위기를 가져온 장 회장에 대해 큰 실망감과 분노를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동국제강은 계열사를 매각하고 포항 공장도 폐쇄하는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통해 이 같은 위기에서 벗어났지만 이 과정에서 많은 임직원의 희생이 뒤따랐을 것이다.
이 점을 생각하면 10년 만에 철강업계 불황에 한가운데서 여전히 기업 오너로서 임직원들에게 위기를 함께 이겨 내고 극복하자고 말하는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하게 느껴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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