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부통령 후보인 J.D. 밴스(40) 상원의원(오하이오)이 27일(현지시간) NBC·CNN 인터뷰 등에서 특유의 언변으로 러닝메이트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1일CBS 주최 부통령 후보 TV토론 당시 정중함과 논리적 말솜씨로 공화당에 적대적인 매체에서조차 ‘스타 탄생’을 언급하게 만들었던 밴스가 연이어 존재감을 과시했다.
한때 반(反)트럼프였던 밴스지만 서민·중산층 살리기라는 ‘미국 우선주의’의 실질을 이해하면서 2020년 이래 열렬한 트럼프주의자가 됐음을 스스로 밝힌 바 있다. 트럼프는 7월 1차 피습 당시 영웅적 모습을 보이며 승기를 잡아 밴스를 러닝메이트로 최종 선택할 수 있었다. 민주당 후보인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와의 TV토론 이후엔 ‘강성 밴스’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사라졌다.
‘개천에서 난 용’ ‘아메리칸 드림의 화신’으로 불려 온 밴스는 인터뷰 때마다 보수주의자뿐 아니라 모든 미국인의 대변인이 되겠다며 “사람들이 이 나라에서 좋은 삶을 누릴 수 있길 바라기에 출마했다”고 말했다. 이렇게 공화당의 대통령·부통령 후보가 각각 ‘레가시 미디어’ ‘뉴 미디어’를 전담한 모양새다. 트럼프 본인이 유튜브나 팟캐스트와 접촉하는 가운데 밴스가 주류 언론을 상대하고 있다.
트럼프는 2015년 대선 출마 선언 이후 시종일관 자신에게 적대적인 주류 언론 대신 이른바 ‘트위터(현 엑스) 정치’를 해야만 했다. 그 연장이 현재 팟캐스트 정치인 셈이다. 초대박을 친 25일 3시간 생방송 ‘조 로건 익스피리언스’ 트럼프편은 예고 때부터 큰 화제를 불렀다. 기존 레가시 미디어를 능가한 영향력, 청년 및 라틴계 중심의 남성 청취자가 많기로도 유명한 채널이라 로건 팟캐스트에 초빙된 것만으로 선거 승리를 점치는 사람들이 나올 정도였다.
적극적인 뉴미디어 활용은 멜라니아 여사 소생인 막내 아들 배런의 조언이라고 전해진다. 트럼프 출연을 전후해 1780만 명이던 로건 채널의 구독자가 10만 명 넘게 늘었으며 방영 이래 조회수는 이틀 만에 3500만을 넘어 빠르게 증가 중이다. 댓글 역시 45만6000개에 육박하고 있다. 인터뷰 영상을 보정해 논란을 빚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경우를 암시하듯 “무편집·무삭제, 이런 게 진정한 언론이다” 등 댓글 대다수가 호의적인 내용이다.
한편 인터뷰를 통해 밴스는 논란이 됐던 트럼프 과거 발언을 해명하기도 했다. 트럼프가 민주당을 겨냥해 외부 적보다 내부 적의 위험성을 말한 것에 “미국은 그 어떤 외국 적보다 강하기에 (내부의) 그런 사람들이 (사실상) 미국에 더 큰 위협을 초래한다는 뜻”이라고 풀이했다. 트럼프가 ‘내부의 적’을 겨냥해 군대 동원을 들먹였다는 비판에 대해선 “폭동을 일으킨 극좌 미치광이에 강경 대응하고 싶다는 얘기”로 설명했다.
또 CNN 인터뷰 진행자 제이크 태퍼(55)가 트럼프의 ‘초강경 발언’을 꼽으며 “모두 파시스트적으로 들리지 않나” 묻자 밴스는 “당연히 그렇게 안 들린다”고 응수했다. 반어적으로 한 질문을 역이용한 답변이었다. CNN에서 ‘러시아 스캔들’이라며 대대적으로 반복 보도한 것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이에 태퍼는 “연방수사국(FBI)이 조사 중이어서 보도한 것”뿐이라고 주장했다. 당시 트럼프 및 공화당은 “본질을 왜곡·과장해 시청자들의 오해를 조장한다”며 분개했었다.
특히 밴스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탈퇴 전망을 전면 부인했다. ‘미국의 나토 잔류를 공약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강한 나토” “나토와 함께하는 미국”이 트럼프의 희망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나토가 그저 복지 고객이 아닌 우리의 동맹이길 원한다. 우리는 세계의 경찰이 될 수 없다”며 거듭 방위비 분담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적인가’ 묻자 밴스는 “분명히 적”이라고 답했다. 다만 “그러나 그와 전쟁을 하고 있진 않다. 우리는 러시아와 적대적 이해관계가 있지만 현명한 외교도 필요하다”면서 “우크라이나전쟁을 종식하려면 우크라이나-러시아-나토 회원국들 사이에 어떻게든 협상을 해야만 한다”고 덧붙였다.
‘조 로건 익스피리언스’에 출연해 트럼프가 “선택하지 말았어야 할 사람을 몇 명 선택한 것”을 자신의 최대 실수로 거론한 대목도 인용됐다. 그들 중 일부를 트럼프는 “네오콘, 나쁜 사람, 불충실한 사람”으로 묘사했다. 태퍼가 “그럼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 등 그들 모두 끔찍하게 잘못된 세계관을 가졌고 사람들을 전쟁터에 보내고자 트럼프를 내쫓았단 말이냐” 묻자 밴스는 “물론 그렇다”고 명쾌하게 받아쳤다.
CBS의 유서 깊은 일요 프로그램 ‘페이스 더 네이션’(Face the Nation)에도 밴스가 나섰다. 공화당 내 열성적인 반트럼프주의자 리즈 체니 전 의원도 초대된 코너다. 네오콘의 거두 딕 체니 전 부통령의 딸인 그녀는 밴스 인터뷰들에 대해 “미국의 히틀러를 자칭한 남자를 방어할 방법을 찾고자 믿을 수 없을 만큼 애쓰더라”고 총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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