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개혁의 화급성에 대해 국제통화기금(IMF)이 경고하고 나섰다. IMF는 최근 발간한 ‘한국의 모수(母數)적 연금 개혁 옵션’이라는 조사보고서(working paper)에서 국민연금 개혁 없이 현 체제가 계속 이어질 경우 향후 발생하는 연금 부채로 인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 순부채(중앙정부 부채-국민연금 적립금) 비율이 2020년 0.3%에서 2070년엔 180%까지 2배 가깝게 치솟을 수 있고, 2050년 이후에는 실질 GDP 성장률이 마이너스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계에서 제일 빠른 속도의 저출생·고령화로 한국의 연금제도가 위기에 직면했다는 분석이다. 노년부양비(생산연령인구 100명당 고령층의 비율)가 커지면서 연금 재정에 부담이 된다는 것이다. 특히 GDP 대비 총연금(기초·국민·퇴직·직역) 지출은 2009년 1.8%에서 2022년 4.0%로 증가했다.
IMF의 경고가 아니더라도 국민연금 개혁은 더는 미룰 수 없는 절박한 국가적 과제다. 2024년 6월 말 기준 국민연금 기금 적립금은 1147조 원이다. 1988년부터 2024년 6월 말까지 투자를 통해 조성된 누적 운용수익금은 총 680.4조 원으로, 이는 전체 기금 적립금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GDP의 약 45%에 이르는 규모다.
국민연금 기금은 2041년 1778조 원까지 적립금이 불어나다가 2042년 적자로 돌아서 2057년에는 바닥을 드러내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KERI)은 2055년에 국민연금 수령 자격(2033년부터 만 65세 수급 개시)이 생기는 1990년생 이후부터는 국민연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하게 될 수 있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그해 보험료를 거둬 그해 연금을 주려면 미래 세대는 월급의 40% 정도를 보험료로 내야 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개혁이 1년 지체될 때마다 재정 부족분이 연평균 52조 원씩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이런 상황이기에 국민연금 개혁은 더 이상 늦출 수 없다. 올해와 내년이 개혁의 적기다. 2026년 6월에 지방선거가 예정된 만큼 선거의 영향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다.
여야는 이미 21대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연금특위)에서 현행 9%인 보험료율을 13%까지 높이는 데 뜻을 모은 바 있다. 정부도 국민연금 기금의 재정 안정화 효과를 극대화할 개혁안을 준비하고 있다. 큰 틀은 고갈 시기를 30년 정도 늦추는 방안으로 세대 간 형평성을 기하기 위해 청년층은 덜 내는 대신 장년층이 더 내는 보험료율 차등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세대 간 형평성과 재정 지속 가능성에 방점을 찍은 건 옳은 방향이다. 보험료율 인상 때 보험료를 내는 시기가 짧은 장년층은 매년 1%p나 그 이상, 연금 약자인 청년층은 0.5%p씩의 인상률을 적용하는 식이다.
기금이 고갈될 상황이면 납부액을 올리거나 수급액을 줄이는 자동안정화 장치도 도입된다. 이 제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24개국이 도입했다. 하지만 이런 정도로 2055년 예상되는 기금 고갈을 30년 늦추기엔 역부족이다. 결국 보험료율은 OECD 평균(18.9%)의 절반인 9%에서 확실히 높이되 소득대체율(현 40%) 인상을 최소화하는 게 급선무다.
IMF가 보험료율 인상·수급 개시 연령 연장·소득대체율 축소 등을 개혁 방안으로 제시한 점에 주목하기 바란다. 이를 모두 조정한다면 적은 변화로도 비교적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컨대 수급 개시 연령을 2년(65세→67세) 늦추고, 보험료율을 4.6%p 인상하고, 소득대체율을 3.3%p 낮춘다면 GDP 대비 순부채는 2070년에 50%를 조금 웃도는 수준으로 낮아진다. 여하튼 연금 개혁은 절실하다. 신중하면서도 현실적인 설계가 요청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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