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주택 임대차를 지탱하던 전세가 사라지고 있다. 서울 아파트 임대차 시장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50%를 넘어섰다. 서울 자치구 25개 가운데 월세가 전세보다 많았던 지역은 지난해 4곳이었으나 올해 13곳으로 급증했다.
도심인 종로구(65.6%)와 강남구(54.0%)는 물론이고 외곽인 중랑구(64.9%)와 구로구(63.1%)조차 월세가 전세보다 많았다. 월세 거래가 소폭 감소했지만 전세 거래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전세 매물과 주택 공급이 줄어들면서 임대차 시장에서 월세 전환이 빨라지고 있다.
20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9월 서울 아파트 월세 거래량은 8만 7740건으로 전체 전월세 거래량 17만 2027건에서 51.0%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전세 거래량은 8만 4287건으로 월세보다 3453건 적었다. 서울 아파트 월세 비중이 50%를 넘어선 것은 관련 통계 집계가 시작된 2011년 이후 처음이다.
월세 거래량은 전년 동기보다 2.8% 줄었지만 전세 거래량은 27.5% 감소했다.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월세 거래량이 전세보다 많은 곳도 지난해 같은 기간 4곳에서 올해 13곳으로 늘었다. 종로구의 월세 비중이 65.6%로 가장 높았고 중랑구 64.9%, 구로구 63.1% 순이었다. 강남구도 54.0%로 전년 동기보다 5.4%포인트 상승했다.
월세 비중 상승의 배경으로는 전세 매물 감소가 꼽힌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과 수도권 전세대출 보증 한도 축소 등 정부 정책 변화에 주택 공급 부족이 맞물리면서 전세 물건이 줄었다는 분석이다. 전세사기 우려로 월세를 선택하는 수요도 일부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전세가격 부담돼 작은 집
전셋값이 오르자 세입자들은 주거 면적을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서울을 떠나는 대신 상대적으로 작은 아파트를 선택한 셈이다.
KB부동산은 지난달 서울 소형 아파트 전세가격지수가 109.31로 통계가 작성된 2013년 4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용면적 60㎡ 이하 소형 아파트의 전셋값 상승 폭이 대형 아파트를 앞선 것도 처음이다. 강북 14개 구의 소형 아파트 전세가격지수는 111.275로 강남 11개 구의 106.951보다 높았다.
수요가 오피스텔로 유입되면서 오피스텔 월세도 오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2026년 3분기 오피스텔 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서울 오피스텔 월세 가격은 전 분기보다 1.02% 상승했다.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18년 이후 가장 높은 분기 상승률이다. 지난 9월 평균 월세는 96만 1000원으로 100만원에 육박했다.
부동산원은 1~2인 가구의 임차 수요와 아파트 대체 수요, 전월세 매물 부족 등을 상승 배경으로 꼽았다. 전세난을 피해 작은 주택이나 오피스텔로 옮겨도 주거비 부담을 덜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청년 주거비 부담 늘어나
월세 상승의 부담은 청년층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부동산 플랫폼 다방에 따르면 올해 7월 서울 주요 10개 대학가의 전용면적 33㎡ 이하 원룸 평균 월세는 보증금 1000만원 기준 62만 5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 58만 1000원보다 7.7% 상승했다.
국회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최저주거기준에 못 미치는 주거 공간에 살면서 소득의 30% 이상을 임차료로 쓰는 1인 가구는 11만6882가구였다. 이 가운데 20대가 47.5%를 차지했고, 전체의 79.5%는 고시원에 거주했다.
주거 지원 제도의 사각지대도 문제다. 국회미래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주거실태조사에서 청년 1인 가구의 주거정책 이용 경험은 15.4%에 그쳤다. 소득 하위 20% 청년의 이용률은 6.2%로 상위 20%의 21.1%보다 낮았다. 전월세 보증금 대출처럼 상환 능력을 요구하는 지원은 소득이 불안정한 청년에게 실질적인 대안이 되기 어렵고, 공공임대주택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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