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처음에는 단순히 짧은 이야기를 쓸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내 이것이 긴 분량의 소설이 되어야 함을 깨달았다. 이야기가 가지고 있는 모든 감정과 내력을 빠짐없이 써내고 싶었다.”
‘이야기의 끝’의 이름 없는 화자는 오래전 지나간 연애에 대한 기억을 소설로 재구성하려 한다. 하지만 이 시도는 매번 불확실한 스케치에 그치고 끝끝내 과거와 착각은 분간되지 않는다.
실패한 사랑 그리고 그 사랑을 복원하려는 글쓰기, 이 두 가지 궤적은 서로 얽혀들며 기억이 어떻게 지나간 사랑의 고통스러운 지형을 보존하고 변형하는지를 그린다.
리디아 데이비스는 짧은 이야기(story) 형식의 독창적인 목소리로 미국 문단에서 자신만의 영역을 확고히 한 작가이다. ‘이야기의 끝’은 작가의 유일한 장편소설로 작가는 한 인터뷰에서 원래 이 소설을 짧은 이야기로 시작했다가 형식을 확장했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이내 자신이 그 모든 것, 이야기 속 인물이 보고 느꼈을 그 모든 것에 사로잡혔고 그것을 쓸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소설은 두 가지 층위로 전개된다. 첫째 층위는 작중 소설가인 화자의 회고를 통해 전개되는 과거의 이야기로 일종의 연애소설의 형태를 띤다. 둘째 층위는 이 연애소설을 쓰려는 소설가 화자의 이야기를 담으며 그 소설의 창작 과정을 그대로 드러낸다.
소설은 이렇게 실패로 끝난 사랑을 이야기하다가 또 그 사랑을 소설로 재구성하는 과정 자체를 이야기하며 두 층위를 넘나든다.
이러한 독특한 형식 덕분에 소설은 줄곧 실패한 사랑을 이야기하면서도 결코 감상적인 태도에 빠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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