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김정연은 이름 앞에 붙는 수식어가 많다. 국민 안내양·늦둥이 엄마·작가·족집게 MC….
“여러분 집에 숨은 금송아지를 찾아드립니다” KBS 교양 예능프로그램 ‘우리 집 금송아지’에서 찰진 입담으로 시청자를 들었다 놨다 하는 MC 김정연이 인생 황금기를 맞고 있다.
늦둥이 아들(11세)을 키우는 것만으로도 바쁜데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고정 패널로 출연 중이며 방청객을 울리고 웃기는 힐링 강연자로 활동 중이다.
또한 ‘뛰뛰빵빵 김정연의 인생’이라는 제목의 책을 출판해 작가로 이름을 얻고 있다. 최근에는 홈쇼핑에도 진출해 쇼호스트로 활동 중이다. 오라는 곳이 너무 많아 하루 24시간을 25시간으로 살고 있는 김정연. 도전을 멈추지 않게 하는 힘은 어디서 나올까?
국민 안내양은 내 운명
김정연에게 KBS ‘6시 내 고향’은 엄마 아버지가 계시는 친정과 같은 곳이다. 매주 ‘고향 버스’를 부르며 차를 달려 지방으로 내려가면 주름 자글자글한 ‘엄니’들이 고샅에서부터 맨발로 달려 나온다. “오매! 딸보다 더 반가운 국민 안내양이 왔네!”라며 덥석 손을 잡고 살갑게 반긴다.
김정연이 고향 버스를 탄 지 올해로 15년째다. 늦둥이 아들을 출산하느라 잠시 하차했다가 ‘시골길 따라 인생길 따라’ 시즌2를 시작했다.
잘 달리던 중 코로나19에 발목이 잡히면서 뜻하지 않게 또 한번의 휴식기를 가져야 했다. 그리고 마침내 엔데믹이 시작되면서 시즌3에 탑승했다, 올 4월15일에는 ‘6시 내 고향’ 8000회를 맞아 KBS 9시 뉴스의 ‘앵커人’에 밀착 취재 주인공으로 소개됐다.
그가 국민 안내양 유니폼을 입은 게 2009년의 일이다. 입는 순간 “평생 안내양 유니폼을 못 벗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만큼 자기에게 말 맞는 옷이었다.
고향 버스를 탄 지 3년 만에 좋은 일이 생겼다. 군내(郡內) 버스를 가장 많이 탄 연예인으로 한국 기네스북에 오른 것이다. 아직 이 기록을 깬 사람이 없다. 국민 안내양은 김정연의 운명이라고 할 수 있다.
“아이 낳고 무릎이 아프기 시작했는데 고향 버스만 타면 콧노래가 절로 나면서 아픈 게 싹 나아요.”
우리 집 금송아지 족집게 MC
누가 뭐래도 김정연 하면 KBS 교양 예능프로그램 ‘우리 집 금송아지’의 MC로 알려졌다. 고미술품·민속문화 전문가 그리고 개그맨 정범균과 함께 농촌 마을을 찾아다니며 장롱과 곳간에 묵혀둔 소장품에 가치를 매기는 일을 하고 있다.
2023년 3월10일 전주 KBS에서 첫 방송을 시작한 ‘우리 집 금송아지’는 방송 1년5개월 만에 전국 방송으로 확대됐다. 시청률이 고공 행진을 벌인 덕분이다.
“어느 집에든 보물은 있어요. 우리 조상님들은 값어치 나가는 물건을 금송아지라고 불렀죠. 때로는 숟가락이, 때로는 병풍이, 때로는 자손들이 우리 집 금송아지가 되는 거죠. 그리고 그 보물들에는 그것을 간직한 시간만큼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방송은 올 3월에 방송을 탄 3·1운동 105주년 기념 ‘3.1운동 특집편’이다. 취재진은 전북 임실군을 방문해 호국정신의 상징인 ‘소충사’를 찾았는데 이곳에서 호남 지역 수백 명의 의병을 이끈 의병대장 이석용의 손자 이정하 씨가 보관 중이던 백범 김구 선생의 친필 명함이 발견됐다.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주석이었던 백범 김구는 이석용 의병장의 사후 순국선열비를 건립하려는 그의 아들 이원영 독립운동가에게 “비를 세울 때 나를 봉립위원장으로 세워 달라”고 청했다. 이 내용이 백범 선생 명함에 친필로 고스란히 담겨 있다.
호남 의병을 이끌던 의병장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주석, 두 사람의 애국심이 담긴 작은 명함에 김정연과 김대길 고서 감정위원 그리고 제작진 모두가 가슴이 뭉클했다고 한다.
“또 취재 중에 이강진 독립운동가가 임시정부의 독립자금을 보태기 위해 조선 효종 때 지어진 종택을 팔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한인석 독립운동가는 마을주민 50여 명을 모아 만세운동을 벌이다가 징역살이를 했더라고요. 그분들의 손자와 증손자도 이미 황혼기에 접어들어 그때 찾아가 듣지 않았으면 그냥 묻히고 말 이야기들이었죠. 그때 참 이 일을 하는 보람을 느꼈어요.”
그의 말대로 소장품과 관련된 주민들의 사연은 예상치 못한 감동을 선사한다. 여기에 김정연의 찰진 입담이 출연자를 웃고 울게 하니 시청자도 저절로 감정이입이 된다.
노찾사 출신 1호 트로트 가수
그가 노래패 ‘노래를 찾는 사람들(노찾사)’ 출신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가수 안치환의 ‘지리산’을 듣고 20대 초반 ‘노찾사’ 문을 두드렸는데 첫해 오디션에는 낙방하고 다음 해에 재도전해서 무대에 섰다.
‘노찾사’에서 그는 중창과 싱어롱(Sing-along) 막간 가수 그리고 연기의 1인 3역을 해냈다. 1991년부터 1994년까지 노찾사 멤버로 활동하던 그는 2008년 트로트 앨범 1집 ‘사랑하니까’를 내놓았고 이후 4집 음반까지 내면서 방송과 축제 무대에서 물 만난 고기처럼 뛰었다.
나의 인생 이야기 ‘뛰뛰빵빵 김정연의 인생 버스’
말 잘하는 김정연은 글도 물 흐르듯 쉽게 쓴다. 친구에게 살아 온 내력을 이야기하듯 쉽고 간결하게 자기 삶을 털어놓는다. 자서전 ‘뛰뛰빵빵 김정연의 인생 버스’에는 굴곡 많은 우리 현대사와 사람의 무늬·노래의 결이 담겨 있다.
김정연 개인사지만 우리가 함께 건너온 그 시절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래선지 ‘뛰뛰빵빵 김정연의 인생 버스’는 아직도 꾸준히 팔리고 있다.
책에 KBS ‘6시 내 고향’에서 만난 어르신들의 진솔한 삶도 담다 보니 2017년 영등포아트홀에서 출판기념회를 겸해 어르신들을 위한 무료 효 콘서트로 열었다. 또한 책과 관련된 수익금 전액은 어르신들을 위해 쓰인다고 한다. 김정연다운 발상이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도 이만큼만 바쁘게 살고 싶다는 그는 똑같은 일상에 지루해하고 바쁜 일상에 회의를 느끼는 현대인에게 귀감이 된다. 대나무가 마디를 지어 그 마디를 딛고 쭉쭉 뻗어 오르듯 스스로 성장의 마디를 짓고 그것을 디디며 도전을 이어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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