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솝 우화 ‘북풍과 태양’은 바람이 못 벗긴 나그네의 외투를 태양이 벗긴다는 이야기다. 물리적인 힘보다 애정 어린 설득이 낫다는 교훈의 이 이야기는 자칫 북풍의 위력을 얕잡아 보게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북풍한설의 위력은 상상을 뛰어넘는다. 아무리 온난화가 문제라고 해도 작년 서울의 최저 기온은 –14℃였다.
‘얼죽아’는 ‘얼어 죽어도 아이스아메리카노’라는 뜻이다. 농담처럼 하는 말이지만 요즘도 술에 취한 채 길에서 잠들었다가 혹은 산에서 조난당해 동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언론을 통해 심심치 않게 보도되고 있다.
작년 최저 기온을 보이던 날의 뉴스를 찾아보니 저체온증·독감·뇌졸중 등 한랭질환으로 응급환자가 대량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차량 배터리가 방전되고 유리창이 깨지는 것은 귀여운 수준이다.
수도계량기나 상수도관이 동파돼 경제적 피해를 입은 사람이 속출했으며 비행기와 여객선이 결항해 승객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처마 끝에 달리는 고드름은 그 자체로 흉기이기도 하다.
자연계에서는 북풍에 대비하는 방식에 동물과 식물이 차이를 보인다. 북풍한설이 몰아치면 동물은 두툼한 피하지방과 빽빽한 털로 온몸을 무장하는 반면 나무는 모든 잎을 떨구고 나목 상태로 돌아간다. 동물은 입고 식물은 벗는 셈이다.
그렇다고 북풍이 드센 바람으로 나뭇잎을 모조리 떨궈 버리는 것은 아니다. 나무는 스스로 벗는다. 겨울철 몸속의 수분을 낮게 유지해야 세포가 얼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또 너무 바싹 마르면 나무는 생명을 유지할 수 없다.
나무는 잎을 통한 증산작용을 막고 체내 수분을 일정한 상태로 유지하기 위해 낙엽이라는 방법을 사용한다. 단풍나무·은행나무·미루나무·플라타너스·버드나무·목련·감나무가 대표적인 갈잎나무(낙엽수)다.
‘작년에 왔던 각설이 죽지도 않고 또 왔네’라는 노래는 짐승이건 사람이건 겨울나기가 그만큼 힘들다는 것을 뜻한다. 기술문명이 발달한 요즘에도 많은 가정이 겨우살이를 위해 연탄을 들이거나 김장을 한다.
이처럼 동물들이 분주히 쌓고 저장하고 입고 하면서 겨울 채비를 하는 데 비해 식물은 가뿐하게 옷 하나 벗어 버림으로 추위에 대비한다. 식물이 오래 사는 것은 ‘살이’에 대한 잔걱정이 없어서인 듯하다.
시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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