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에 입사하지 않아도 됩니다. 운용 성과를 증명한 개인이 곧바로 시장에서 선택받는 시대가 올 거에요.”
스카이데일리가 12일 만난 문명덕 프랙탈에프엔 대표는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이렇게 말했다. 핀테크기업 프랙탈에프엔은 ‘주식형 STO(토큰증권)’를 기반으로 한 카피트레이딩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증권사에서 펀드매니저로 일하던 문 대표는 “2019년에 금융혁신지원특별법이 시행되고 비금융기업에 신탁수익증권 라이선스가 부여되는 흐름을 보며 이 사업에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문 대표가 보는 STO 시장의 변화는 “조각투자가 앱에서 시장으로 이동한다”는 한 문장으로 요약된다. 지금은 플랫폼별 앱에서만 사고팔던 조각투자가 법안 통과 뒤에는 공식 STO 거래소로 들어오며 ‘표준 상품’처럼 거래될 수 있다는 것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도 특정 앱을 깔고 가입하는 방식이 아니라 증권사 계좌로 공식 거래소에 접속해 원하는 토큰증권을 매수·매도하는 장면이 더 익숙해질 것이라고 했다.
여기에 프랙탈에프엔이 구현하려는 기능이 ‘카피트레이딩’이다. 쉽게 말해, 내가 직접 종목을 고르고 사고파는 대신 “이 사람 투자 방식이 마음에 든다” 싶은 전문가를 선택해 그 사람의 매매를 따라가게 해주는 서비스다. 유튜브에서 투자 영상을 보고 따라 사는 것과 달리, 전문가가 실제로 사고팔면 내 계좌도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도록 ‘연동’해 준다는 점이 핵심이다.
문 대표의 구상은 전문가의 주식 계좌를 ‘펀드처럼’ 만드는 것이다. 전문가가 보유한 주식과 현금을 증권사 신탁 부문에 맡기면, 신탁사는 그 자산을 바탕으로 수익증권을 발행할 수 있다. 이 수익증권이 토큰 형태로 유통되면, 투자자는 그 토큰을 통해 전문가의 포트폴리오 흐름에 참여하게 된다. 문 대표는 “제 주식 계좌를 펀드처럼 찍어 놓고, 따라가고 싶은 분이 토큰을 사면 저와 같은 흐름을 타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대로 따라가기’에는 조건이 있다. 투자자가 전문가와 동일한 흐름을 타려면 전문가가 담아둔 종목 구성과 비중에 맞춰 투자해야 하고, 참여 금액도 전문가가 설정해 발행한 금액(한도)과 동일하게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문 대표는 “지금 단계에서는 전문가가 발행한 액수만큼 계좌에 넣어 놓고, 전문가가 들고 있는 종목을 같은 기준으로 맞춰야 연동이 가능하다”며 “추후에는 소액으로도 참여할 수 있도록 금액 불일치 문제를 해소하는 모델을 고도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매수가가 다르면 수익률도 달라지는 것 아니냐”고 질문하자, 문 대표는 “과거에 전문가가 낮은 가격에 매수해 쌓아온 수익까지 그대로 따라가는 방식이 아니다”라며 “투자자가 참여한 시점부터 전문가의 매수·매도 흐름을 함께 타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즉 ‘언제 들어오고 나갈지’는 투자자가 정하지만, 들어온 뒤에는 전문가의 매매 판단을 자동으로 따라가게 된다.
프랙탈에프엔이 강조하는 또 하나의 포인트는 투명성이다. 문 대표는 토큰증권이 분산원장에 거래 기록을 남기는 구조로 제도화되면, 투자자가 ‘내가 산 상품이 지금 어떤 종목을 들고 있고 어떻게 사고 팔았는지’를 확인하기 쉬워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성과와 매매 이력이 공개되는 구조가 자리 잡으면, 소속이 아니라 성과로 평가받는 개인 전문가가 늘 수 있다”며 “수익률과 리스크 관리 기록이 ‘신뢰의 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문 대표는 “결국 관건은 인허가”라는 말을 남겼다. 주식 계좌를 신탁하고 수익증권을 발행하는 모델이 가능하더라도 제도권에서 허용되는 범위가 명확해져야 서비스가 본격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STO 법안이 통과되고 금융당국 허가가 나면, 공식 거래소와 연계된 형태로 빠르게 구현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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