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 미묘한 균열이 감지되고 있다. 주요 플랫폼의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일제히 증가세를 보이며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는 모습이다. 하지만 한때 오픈마켓 ‘빅4’로 불렸던 티몬은 여전히 영업을 재개하지 못한 채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19일 와이즈앱·리테일 집계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주요 이커머스 플랫폼의 MAU는 전년 동기 대비 대체로 증가했다. G마켓은 25.4% 늘며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고, SSG닷컴도 17.9% 증가했다. 11번가는 4.1% 늘었고, 쿠팡 역시 0.8% 증가하며 소폭이나마 성장세를 유지했다.
특히 신규 앱 설치 수에서도 SSG닷컴은 74%, G마켓은 14.7% 증가하는 등 재유입 및 신규 고객 확보 성과가 수치로 확인됐다. G마켓은 ‘G락페(질러락 페스티벌)’ 캠페인을 통해 1년 이상 접속 이력이 없던 휴면 고객의 재방문을 전년 대비 40% 늘렸고, 이들의 구매율도 28% 증가했다. 1월 거래액은 3년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으며, 10·20대 거래액이 33% 늘어 젊은 층 유입도 두드러졌다.
SSG닷컴은 이마트와의 연계를 기반으로 멤버십 전략을 강화했다. ‘쓱세븐클럽’을 통해 쓱배송 상품 구매 시 결제액의 7%를 적립해주며 쿠팡 와우멤버십에 대응하고 있다. 이에 힘입어 지난달 쓱배송 첫 주문 건수와 첫 주문 고객 수는 전년 대비 각각 50% 증가했다. 1년 이상 주문 이력이 없던 고객의 복귀도 70% 늘었고, 멤버십 가입 고객의 평균 객단가는 미가입자보다 약 70% 높았다.
이처럼 주요 플랫폼이 멤버십·배송·프로모션을 앞세워 ‘고객 쟁탈전’을 벌이는 사이, 티몬은 사실상 시장 밖에 머물러 있다. 티몬은 2024년 ‘티메프 사태’ 이후 기업회생 절차를 거쳐 새벽배송 전문 이커머스 업체 오아시스마켓에 인수되며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 오아시스마켓은 지난해 6월 티몬을 116억 원에 인수하고, 미지급 임금과 퇴직금 등 65억 원 규모 채권을 부담했으며, 이후 플랫폼 정상화를 위해 500억 원 규모 유상증자를 단행하는 등 700억 원에 가까운 자금을 투입했다.
하지만 당초 예정했던 지난해 9월 영업 재개는 계속 지연되고 있다. 현재 모바일 앱마켓에서는 티몬 앱이 검색되지 않으며, 웹사이트에는 사과문만 게시된 상태다. 결제 시스템 정상화도 숙제로 남아 있다. 이커머스 운영에 필수적인 PG사 및 카드사 참여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으면서 전면적인 영업 재개가 어려운 상황이다.
오아시스마켓 입장에서도 부담은 적지 않다. 2024년 연간 영업이익이 200억 원대 초반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티몬 인수 및 정상화에 투입된 자금 규모는 상당하다.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도 전년 동기 대비 감소하는 등 수익성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매출이 발생하지 않는 티몬은 ‘계륵’ 같은 존재가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문제는 시장 환경이다. 쿠팡 사태 이후 이용자 일부가 다른 플랫폼으로 이동하는 ‘체험 이동’ 현상이 나타나고 있고, 이를 계기로 경쟁사들은 공격적인 마케팅과 멤버십 개편에 나서고 있다. 만약 티몬이 상반기 내 정상 영업을 재개하지 못할 경우, 이미 벌어진 이용자·거래액 격차는 더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이커머스 시장은 고객 이동이 활발한 과도기적 국면이지만, 결국 배송 경쟁력과 멤버십 혜택이 장기 고객을 결정짓는 요소”라며 “오아시스마켓이 티몬을 인수해 재기의 기회를 마련했지만, 영업 재개가 늦어질수록 후발주자로서의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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