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고금리·고환율에 짓눌린 소상공인들의 생존권 투쟁이 국회 앞에서 펼쳐졌다.
소상공인 생존권 운동 본부가 주최하고 소상공인연합회가 주관한 ‘생존권 사수와 고용 정책 대전환 촉구 범 소상공인 결의대회’가 9일 오후 여의도 국회의사당 인근 차로에서 열렸다.
이날 결의대회에는 전국 각지에서 상경한 소상공인과 관련 단체 관계자 3000명 이상이 참여했다. 참석자들은 생업을 일시 중단하고 국회 앞에 모여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 중단과 최저임금 제도개선, 소상공인 사회안전망 구축을 촉구했다.
소상공인 업계가 거리로 나선 배경은 고물가·고금리·고환율 장기화에 따른 경영 한계다. 인건비와 임대료, 공공요금, 원부자재비, 금융비용, 플랫폼 수수료 부담이 동시에 커진 상황에서 내수 부진까지 겹치며 영세 자영업자의 폐업 압박이 급격히 커졌다.
폐업 100만 시대… 거리로 나온 790만 소상공인
소상공인연합회는 이날 집회를 통해 소상공인 생존권 사수를 위한 5대 정책 요구안을 발표했다. 요구안은 ▲근로기준법 확대 저지 ▲최저임금 제도개선 ▲소상공인 단결권 쟁취 ▲소상공인 사회안전망 구축 ▲새벽배송 허용 반대 등이다.
송치영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은 “대한민국 경제의 실핏줄인 790만 소상공인이 지금 가장 깊고 어두운 절벽 끝에 매달려 있다”며 “더 이상은 버틸 여력이 없다”고 밝혔다.
소상공인 규모는 이미 국가경제의 절대다수를 차지한다. 2023년 기준 중소기업 기본통계상 소상공인은 790만7000개로 전체 기업체 수의 95.2%를 차지하고, 종사자 수는 1090만 명으로 전체 종사자의 45.9%에 달한다.
반면 소상공인들의 현장 지표는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 국세청 국세통계 기준 2024년 폐업 신고 사업자는 100만8282명으로 집계돼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처음 100만 명을 넘어섰다. 폐업 사유 중 사업부진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내수 업종 중심의 한계 상황을 드러냈다.
송 회장은 “영세 소상공인이 최소한의 생존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약 23조 원 규모의 직접적인 금융 및 재정 지원이 시급하다”며 “정부가 구호로만 소상공인을 위한다고 할 뿐, 정작 790만 명의 생존이 걸린 실효성 있는 금융 대책 마련에는 극히 소극적”이라고 비판했다.
5인 미만 근로기준법 확대 저지 전면에
이날 집회의 핵심 쟁점은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이다. 소상공인 업계는 지불 능력과 노무관리 역량이 부족한 영세 사업장에 대기업과 같은 기준을 적용할 경우 폐업과 고용 축소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송 회장은 앞선 기자간담회에서도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과 정부가 검토중인 ‘일하는 사람 권리에 관한 기본법’ 추진 중단을 요구했다. 그는 “지불 능력조차 없는 이들에게 족쇄를 채우는 것은 다 함께 장사를 접고 길거리에 나앉으라는 소리와 다름없다”고 강조했다.
소상공인 업계는 가산수당, 연차휴가, 해고 제한 규정 등이 영세 사업장에 전면 적용될 경우 법 위반 위험과 비용 부담이 동시에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가족 노동과 단시간 근로, 계절성 매출에 의존하는 업종은 제도 변화에 대응할 여력이 거의 없다는 입장이다.
이어 최저임금 제도개선도 주요 요구안으로 제시됐다. 소상공인들은 업종별·규모별 지불 능력 차이를 반영하지 않는 단일 최저임금 구조와 주휴수당 부담이 고용 유지 여력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송 회장은 “소상공인 연쇄 파산의 주범이자 현실과 동떨어진 주휴수당을 즉각 폐지하고 업종별·규모별 최저임금 차등 적용을 실시해야 한다”며 “감당할 수 없는 임금을 강제하는 고용정책은 고용 자체를 없애는 부메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플랫폼 수수료·새벽배송도 골목상권 압박
플랫폼 대기업과의 거래 질서 개선도 결의대회 요구안에 포함됐다. 배달앱과 온라인 플랫폼 의존도가 높아진 상황에서 수수료와 광고비가 사실상 또 다른 고정비로 작용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소공연은 공정거래법 개정을 통한 소상공인 단결권과 교섭권 확보를 요구했다. 개별 점포가 플랫폼 대기업의 수수료 체계와 거래 조건에 대응하기 어려운 만큼 집단적 교섭 기반을 법제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대형마트 새벽배송 허용 반대도 전면에 배치됐다. 소상공인 업계는 대형 유통사의 새벽배송 확대가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의 매출 기반을 추가로 잠식할 수 있다며 관련 규제 완화 논의 중단을 촉구했다.
송 회장은 “대형 유통 공룡들에게 새벽배송까지 허용하겠다는 정책은 골목상권의 마지막 보루를 완전히 무너뜨리는 가혹한 처사”라며 강력 반대 입장을 밝혔다.
소상공인 사회안전망 구축 요구도 함께 제기됐다. 소공연은 소상공인복지법 제정과 고용안정기금 설치를 통해 폐업과 재창업, 질병, 노후, 고용 유지 부담을 포괄하는 별도의 안전망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송 회장은 “현재 소상공인들은 비용 상승과 감당하기 힘든 제도적 압박으로 인해 더 이상 못 버틴다는 한계 상황에 직면해 있다”며 “이번 결의대회는 현장의 위기를 극복하고 소상공인이 자립할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망을 요구하는 정당한 외침”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결의대회에서는 송치영 소상공인연합회 회장과 김미연 CU가맹점주연합회 회장은 삭발식을 통해 정부와 국회가 고용정책 기조를 소상공인 현실에 맞게 정책을 전환해 줄것을 촉구했다.
연합회는 이날 결의대회를 시작으로 생존권 보장을 위한 연대 행동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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