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대 총선을 앞두고 ‘격전지’로 평가되는 서울 동작 을 지역구에선 나경원 미래통합당(통합당) 후보와 이수진 더불어민주당(민주당) 후보의 2파전 양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동작 을 지역구는 여성·판사출신·서울대 등의 공통분모를 지닌 두 후보의 치열한 경쟁으로 일찌감치 많은 관심을 받아온 곳이다.
나 후보는 제1야당 원내대표를 역임한 이력을 지닌 중량감 있는 정치인이자 현역 지역구 의원이다. 그런 만큼 스스로의 인지도와 역량을 앞세워 지역구 표심 공략에 집중하고 있다. 반면 이 후보는 민주당이 나 후보를 잡기 위해 전략적으로 내세운 인물이라는 점을 입증하는 당 안팎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유세활동을 벌이고 있다.
“실력·경험 갖춘 인물이 국회 가야” vs “일 할 준비 돼 있다”
나 후보의 선거유세는 이번에 5선에 도전하는 중견 정치인의 노련미와 초선의원 버금가는 왕성한 활동량이 특징이다. 나 후보는 연일 지역구 곳곳을 돌며 그동안의 정치 경험을 바탕으로 지역 유권자들을 위해 해야 할 일이 많다고 호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히 정부·여당의 실정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을 전하며 잘못된 부분에 대해서는 쓴소리를 아끼지 않고 있다.
나 후보는 지난 7일 사당역 유세에서 “저 나경원은 이번에 국회에 들어가서 할 일이 많다”며 “문재인 정권은 저의 낙선이 문재인 정권 심판론을 극복하는 길이라는 의미를 담고 ‘나경원 죽이기’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사법개혁을 하겠다던 몇몇 정치판사들이 이번에 공천을 받았다”며 “어느 정치판사는 심지어 기회주의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주장했다. 이는 이 후보의 행보를 에둘러 비판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이 후보는 여당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고 나 후보에 맞서고 있다. 이 후보의 선거유세 방식은 다른 부분을 크게 내세워 부족한 부분을 덮는 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 후보는 개인 페이스북을 통해 “국회는 싸움꾼이 가는 곳이 아니다. 일 잘하는 사람이 가야한다”며 정치판사, 기회주의 등의 지적을 교묘히 피해갔다.
정치경험 부족에 대한 우려에 대해서는 지역 유권자들을 방패막이로 내세우는 방식을 해결책으로 택했다. 이 후보는 “상대 후보가 실력은 베낄 수 없다는 말을 했다. 일리가 있는 말이라 무슨 실력이 있는지 동작구민들에게 여쭤봤는데 아무도 모른다고 했다”며 “동작구민들을 만나는 일이 갈수록 즐거워지고 있다. 귀로 듣고, 발로 뛰면서 일하겠다. 싸우는 ‘실력’이 아니라 일하는 ‘실력’을 키우겠다”고 강조했다.
현재 이 후보는 동정표를 얻기 위해 블랙리스트 판사라고 거짓 주장을 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상태다. 나 후보에 따르면 이 후보는 스스로 블랙리스트 판사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관 블랙리스트 명단에 이 후보의 이름은 없다. 상식적으로 이 후보가 블랙리스트 판사라면 진보성향 판사 모임 학술대회 저지를 그와 상의할 리 없다. 이규진 전 상임위원 업무수첩에도 이 후보와 친분을 입증할 만한 글귀들이 다수 적혀 있다고 나 후보는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 후보는 같은 날 페이스북을 통해 “상대 후보가 나를 고발했다. 선거운동 하느라고 바쁠텐데 고소장 준비까지 하느라 고생이 많다. 벌써 국회의원 당선증을 받은 느낌이다”며 의혹에 대한 즉답을 피했다.
엇갈리는 시민반응…“잘 해왔으니 믿는다” vs “집권여당의 추진력”
현재 동작 을 지역구의 민심은 어느 한쪽으로 기울지 않고 끝까지 지켜보고 결정하겠다는 여론에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스카이데일리가 만난 다수의 시민들은 투표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요인으로 후보자 개인의 역량을 꼽았다. 다만 개인의 역량에 대한 평가 기준이 다른 탓에 지지자들의 반응은 확실히 갈렸다.
일례로 한 유권자는 직접 유세현장을 찾아 나 후보에게 커피를 건네며 “이거 마시고 힘내”라는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친근하게 주먹 인사를 건네며 다가온 또 다른 시민은 “내가 힘 쓸테니, 사당동은 걱정말라”고 지지를 약속하기도 했다.
이날 나 후보와 인사를 나눈 시민은 스카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나 후보가 ‘엄친딸’ 이미지와는 다르게 용감한 정치 행보를 보이고 이렇게 이야기를 나누면 친근해 애정이 간다”며 “동작구를 위해 몸을 사리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고 말했다.
유세현장을 찾은 지역 유권자 김동희(49) 씨는 “동작구 주민이라면 나 후보의 능력에 딱히 의문을 품지 않을 것이다”며 “나 의원이 진행하던 사업이 있는데 당연히 하던 사람이 하는 것이 맞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 후보의 유세 현장에서도 적극적으로 지지의사를 표현하는 몇몇 유권자들이 눈에 띄었다. 일부 유권자들은 이 후보에게 사진을 요청하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이 후보와 퇴근길 인사를 나눈 한 유권자는 “이 후보는 불우한 성장배경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서민을 대변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며 “아무래도 집권 여당 소속이니 공약을 이행하는 것도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스카이데일리가 만난 다수의 시민들은 지지후보에 상관없이 투표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요인으로 후보자 개인의 역량을 꼽았다. 이는 향후 선거 결과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분석된다.
거리에서 만난 손하준(58) 씨는 “공약이 서로 엇비슷하다는 점이 동작구 주민으로서 안심이 된다”며 “그럼 의원 개인의 정치적 영향력이나 능력을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주변 사람들도 두 후보의 공약이나 배경이 비슷한 만큼 후보 개인의 능력을 눈여겨 보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엄도현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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