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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진단]-보수궤멸 위기

김종인에게 묻는다…“책임지는 보수의 진짜 가치를 아는가”

8년 전 추진 실패한 좌클릭 구상 재시도…지지층 이탈 식물정당 전락 우려

조성우기자(jsw5655@skyedaily.com)

기사입력 2020-06-30 00: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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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사진)이 파괴적 혁신을 강조하며 당 체질개선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혁신을 명분 삼아 보수의 가치를 훼손하는 행보를 보인다는 지적이 적지 않아 자칫 국민들의 신뢰를 잃고 식물정당으로 전락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진은 김종인 위원장. ⓒ스카이데일리
 
김종인 미래통합당(통합당)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위원장의 행보를 둘러싼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파괴적 혁신’을 부르짖으며 기존 보수의 긍정적 가치를 철저히 외면하고 진보 따라하기에 급급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일각에서는 머지 않아 정당의 색채를 잃고 지지자들의 외면까지 받는 식물정당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개인의 정치목표 실현 위한 도구 전락한 제1야당…내 장점 버리고 남 따라하기 급급”
 
정치권 안팎에서는 김 위원장의 최근 행보가 8년 전 새누리당 탄생 당시와 비슷하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통합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은 2012년 19대 총선을 앞두고 최대 위기에 봉착했는데 당시 비대위원장을 역임하던 박근혜 전 대통령은 천막당사 정신을 되살리고 국민 공모를 통해 당명을 새누리당으로 변경하는 등 당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이 과정에서 당시 박 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을 비대위원으로 영입하며 당 혁신 작업을 주도하도록 전권을 줬다. 김 위원장은 “보수라는 이야기를 하면 젊은 층은 꼴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으므로 시정할 필요가 있다”며 정강정책에서 보수란 표현 삭제를 추진한 바 있다. 이외에도 공정경쟁, 공정시장 등을 강조하는 정강·정책 초안을 제시해 당내 갈등을 불러오기도 했다.
 
2012년 당시 미완으로 끝난 김 위원장의 보수 색채 지우기는 2020년 ‘파괴적 혁신’이란 이름으로 재추진되고 있다. 김 위원장은 비대위 산하에 경제혁신특별위원회(경제특위), 외교안보특별위원회(외교특위), 정강정책특별위원회(정강특위) 등을 출범시키며 단계적으로 보수 색채 지우기를 시도하고 있다.
 
 
▲ 김종인 위원장은 과거 새누리당 비대위 시절에도 보수 색채 지우기를 시도했으나 당 내부와 지지자들의 반발로 결국 무산됐다. 사진은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과 김종인 비대위원. [사진=뉴시스]
 
이들 특위는 김 위원장의 정책적 구상을 실현시키는 행동조직의 성격을 띠고 있다. 김 위원장이 직접 회의에 참여해 자신의 생각을 가감 없이 쏟아내는 모습이 수차례 포착되기도 했다. 앞으로 이들 특위는 김 위원장이 새누리당 시절 하지 못한 개인의 정책적 구상을 현실화시키기 위한 논의를 계속 이어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정치권 등에 따르면 김 위원장이 최근 한국형 기본소득제 도입을 언급함에 따라 경제특위에서는 기본소득, 전일보육제 등 실현 방안 등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점쳐진다. 당의 이념과 방향을 보여주는 정강·정책도 크게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 위원장이 ‘시대에 변화하는 보수’를 주문한 만큼 정강특위에서는 해당 내용을 정강·정책에 삽입하는 작업을 전개할 것이라는 게 당 안팎의 중론이다.
 
정강특위는 정강·정책에 민주화 정신을 담는데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시민의식에서 5·18 민주화운동이나 촛불정신, 국민의 안전과 생명 보호를 강조하기 위해 세월호와 관련된 문구를 삽입하자는 목소리도 제기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외에도 노동자의 권리 등도 정강·정책에 넣자는 의견도 대두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수의 가치 외면한 김종인에 등돌린 지지자들 “보수는 수구가 아니라 미래를 위한 책임”
 
김 위원장의 행보를 두고 당 안팎에선 우려 섞인 반응이 나온다. 특히 지지자들의 반응이 심상치 않다. 보수의 긍정적 가치에 대한 이해 없이 인기영합에 급급해 옷에 맞지 않은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날 선 비판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일각에서는 지극히 개인의 목적을 위한 것 아니냐는 의심 어린 시선도 나온다.
 
4선의 홍문표 의원은 김 위원장과 중진의원 연석회의 자리에서 “어떤 구상으로 가야된다는 방향을 모르고 있다”며 “과거 천막당사 때 우리 자산을 국가에 헌납했다. 우리 통합당이 그보다 어려운 지경에 와 있다고 생각한다”고 우려감을 표했다.
 
4선의 박진 의원은 “보수 가치와 철학을 지키는 건 중요하다. 보수 가치와 철학은 없어지지 않는다”며 “그러나 시대 요구에 변화하지 못하면 시대착오적인 수구가 될 수 있다. 우리 과제는 전략적으로 보수라는 말을 쓰지 않더라도 근본적인 보수 가치와 철학을 유지하면서 계속 변화하고 진보하는 진취적 정치 세력으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 핵심이다”고 강조다.
 
통합당에 몸담고 있는 중진의원들뿐 아니라 오랫동안 통합당을 지지했던 전통적 지지층도 술렁이고 있다. 우려와 비판이 동시에 공존하고 있다. 현재 통합당 자유게시판에도 김 위원장을 비판하는 게시글이 다수 게재돼 있다.
 
▲ 김종인 위원장의 행보에 당중진의원들은 물론 전통적 지지자들까지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하지만 당 내에서 김 위원장의 행보를 견제할 세력이 부족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진은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회 회의. ⓒ스카이데일리
 
한 당원은 “보수라는 말도 쓰지 말고 당의 정체성 당명도 바꾸자는 등 당을 개인의 사유물처럼하는 여기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며 “당원들의 의견을 들어보기는 했나”고 지적했다. 다른 당원은 김 위원장이 도입을 주장하고 있는 기본소득제에 대해 “기존의 사회보장제도를 정비하고 통합·보완하는 것부터가 시작이 아닐까 싶다”고 지적했다.
 
스카이데일리가 직접 만난 통합당 지지자들의 반응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오랜 기간 통합당을 지지해왔다고 소개한 김연숙(여·가명) 씨는 “김종인 위원장의 최근 행보를 보면 그동안 내가 무엇 때문에 통합당을 지지했나 자괴감이 든다”며 “보수의 전통적 가치인 미래를 위한 책임은 등한 시 한 채 소수가 가진 선입견을 마치 전체 의견인양 받아들여 인기영합 주의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개인의 목적 때문이라고 밖에 설명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통합당 지지자 정현철(남·가명) 씨는 “김 위원장이 추진하는 방향대로 당이 흘러가다보면 결국 모든 지지자를 잃은 식물정당으로 전락할 것이다”며 “남에 떡이 커 보인다고 내 떡을 버리는 것만큼 어리석은 행동이 어디 있겠나”고 꼬집었다. 이 밖에 일부 당원들은 김 위원장의 과거 행적을 지적하며 통합당을 떠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일부는 통합당 해산까지 운운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전통적인 통합당 지지자들이 김 위원장의 행보에 깊은 우려를 나타내고 있지만 마땅한 대안이 없는 점은 더욱 심각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소장파로 분류되는 장제원 통합당 의원 및 통합당 출신의 홍준표 무소속 의원을 제외하면 마땅히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인사들도 드문 실정이다.
 
통합당 소속 21대 국회의원 중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초선의원들은 김 위원장에 대해 비교적 호의적인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다수의 초선의원들이 비대위 및 산하 특위에서 활동하고 있다. 통합당 중진의원들도 말을 아끼는 모양새다. 당의 몰락에 일정부분 책임이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 역시 김 위원장에 최근 행보와 지지자들의 반응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과거 자유한국당 혁신위원회 대변인을 지낸 이옥남 시장경제와 민주주의연구소 소장은 “보수 가치를 희석시키는 행보가 통합당의 국민적 신뢰를 회복하는 처방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등을 역행한 문재인정부의 정책에 대한 부작용들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보수 가치를 내려놓는다는 판단 자체가 잘못됐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이어 “보수궤멸 위기라는 지적은 현재 상황에서 우려될만한 지적이다”며 “입법 활동을 전개할 수 있는 제도권 보수 세력은 통합당뿐인데 이들이 보수의 가치를 제대로 적립해 나가야 보수가 회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과거 지지층의 높은 지지를 받았던 경제정책 과제 ‘민부론’ 발간에 핵심 역할을 한 오정근 자유시장연구원 소장 “김 위원장은 정강·정책에서 자유 우파, 보수 등의 단어를 삭제하며 당의 기조를 바꾸려 하고 있다”며 “5·18 민주화 정신, 임시정부 건국일 등을 정강·정책에 삽입하려 하고 있어 우려가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를 통해 통합당을 지지하지 않는 국민들의 마음을 움직이려고 하는 것 같은데 결코 쉽지 않다”며 “오히려 지금 통합당을 지지하고 있는 세력마저도 잃어 결국 보수 궤멸의 위기를 자초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특히 “지금 김 위원장이 하고 있는 것은 외연 확장이 아니라 좌클릭이다”며 “근간을 유지하면서 외연을 확장하려 하지 않고 근간 자체를 옮기는 시도를 하고 있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김 위원장의 이러한 행보가 결국 또 다른 보수의 분열을 초래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성우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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