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취재팀=문용균 팀장|오주한·오창영 기자] 코로나 사태와 유례없는 긴 장마로 농촌경제에 적신호가 켜졌다. 특히 초기자본이 많이 투입되는 특용작물 농가의 경제적 피해가 심각한 상황이다. 그 중에서도 인삼·화훼 농가의 피해가 예사롭지 않다. 코로나로 인해 각종 행사가 줄줄이 취소되면서 화훼 소비량이 급감했고 여름철 폭우로 수혜 피해를 입은 인삼농가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운데 정부의 무성의한 태도는 농민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례로 정부는 태풍에 따른 특별재난지역 지정 과정에서 인삼의 본고장인 경기도 이천을 제외했다가 뒤늦게 포함시켜 농민들의 원성을 샀다. 화훼시장 교란을 막겠다는 이유로 화훼산업진흥법 시행령을 발표했으나 오히려 시장을 한층 어지럽히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코로나 사태에 수혜 피해까지… “1년 농사 망쳤는데 정부 지원금은 고작 100만원”
최근 화훼농가는 심각한 위기와 마주했다. 정부 정책의 부작용에 더해 코로나 사태로 화훼 소비량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앞서 농림축산식품부(농축산부)는 지난달 20일 재사용 화환을 판매하거나 판매할 목적으로 제작 또는 보관·진열할 경우 제품에 ‘재사용 화환’ 및 판매자 상호·전화번호 등을 표시토록 하는 내용의 화훼산업진흥법 시행령을 발표했다.
만약 재사용 화환을 불법으로 판매하다 적발되면 1회 300만원, 2회 600만원, 3회 이상 1000만원 등의 벌금을 내도록 처벌을 구체화했다. 중고 화환을 신상품처럼 속여 부당이득을 취해 양심적인 화훼농가에 피해를 끼치는 행위를 근절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정부가 당초 화훼농가를 위해 내놓은 정책은 오히려 수혜자인 화훼농가의 우려를 사고 있다. 정부의 재사용 화환 규제가 주로 근조화환에 쓰이는 대국생화에만 적용되고 축하화환의 조화(造花·인공꽃)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맹점을 지니고 있어서다.
서울 양재화훼공판장에서 만난 김영우 씨(가명)는 “축하화환도 생화로 만드는 게 당연하지만 일부 업체는 거베라가 비싸다는 이유로 가짜 거베라를 다수 끼워 넣어 화환을 만든다”며 “근조화환 재사용은 규제하면서 조화로 만든 축하화환 시장은 그냥 두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농축산부는 조화는 ‘공산품’으로 취급되기에 규제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농축산부 관계자는 “조화는 원예작물이 아니고 공산품이라 법안에 들어가지 않았다”며 “조화 문제는 별도의 입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재사용 화환 감독을 맡은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측은 “코로나가 끝나는 대로 단속에 나설 예정이다”고 밝혔다.
화훼농가가 안은 숙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코로나에 이어 태풍 피해까지 입은 화훼농가는 30년 농사를 접는 농민까지 발생하는 등 극심한 피해에 노출된 상태이지만 정부 대책은 전무한 상황이다. 민간 차원의 화훼농가 지원 캠페인이 진행되곤 있지만 정부의 직접적인 대책 마련이 수반되지 않는 한 어려움을 극복하기는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카네이션의 경우 어버이날이 특수이지만 올해 소비가 급격히 줄어 인건비, 유지비 등을 제외하면 농민에게 돌아가는 돈은 거의 없었다. 이에 자체 수해복구는 엄두도 못 내는 실정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내수부진에 이어 중국 등 수입산 화훼까지 늘어 삼중고를 겪고 있지만 정부는 마땅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부산 강서구에서 23년째 카네이션 농사를 지었다는 한상혁 씨(가명)는 “IMF 이후로 가장 힘든 시기이다”고 하소연했다. 같은 지역에서 국화 농사를 짓는다는 이종배 씨(가명)는 “지원금 100만원을 받았는데 이 돈으로 원상복구는커녕 생계유지도 어렵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화훼농가뿐 아니라 도매업자들의 상황도 어렵긴 마찬가지다. 양재꽃시장에서 만난 상인 최현미 씨(가명·여)는 “하루에 화환을 한 개도 못 파는 날도 수두룩하다”고 토로했다. 배수진 씨(가명)는 “하루에 2만원도 못 버는 날도 있다”며 “임대료와 직원들 월급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했다.
정부는 화훼농가 등의 활성화를 위해 내달 4일까지 한시적으로 공직자들이 받을 수 있는 농·축수산물 및 가공품 선물가액 범위를 기존 10만원에서 20만원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농가에선 일시적인 대책이 얼마나 효력을 발휘할지 의문이라는 지적부터 정부가 일선현장의 대응력을 본받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악의 홍수에 수년간 키운 인삼밭 전부 잃었는데 총리·장관 구경만 하고 그냥 갔다”
이천은 매년 인삼 축제를 개최할 정도로 인삼 농사가 활발하게 이뤄지는 지역이다. 경기동부인삼농협 등 전국 주요 인삼 단체도 이천에 사무실을 두고 있다. 이천농업기술센터 등에 따르면 이천의 인삼 재배규모는 경기도 내 최대 규모다.
경기도에 따르면 지난달 이천은 산사태로 12.84㏊, 도로 18곳, 국가․지방․소하천 등 60여곳이 피해를 입었다. 산양저수지 한 곳이 무너졌고 사면이 유실된 저수지도 3곳이나 됐다. 수혜 피해를 입은 비닐하우스는 약 7000동에 달했다.
이천 등 전국적으로 수해가 잇따르자 정부는 지난달 7일 특별재난지역을 발표했다.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되면 지방자치단체가 써야 할 복구비용 일부가 국고에서 지원된다. 주민들로서는 신속한 복구는 물론 국세·지방세·건강보험료․전기요금 등의 감면 또는 면제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정부는 특별재난지역에서 이천을 제외했었다. 반면 비슷한 피해를 본 안성이나 충북 음성은 포함돼 특별재난지역 지정 기준에 대한 의문의 목소리가 커졌다. 행정안전부(행안부)는 이천의 피해액이 기준액을 초과할 것이라는 확신을 갖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지만 통상 2주가 걸리는 선정 과정을 3, 4일로 단축한 점이 드러나면서 졸속행정이라는 비판이 뒤따랐다.
한국인삼협회 등에 따르면 졸지에 일터를 잃고 길거리로 내몰릴 위기에 처한 이천 인삼농가의 분노는 특히 컸다. 모가면에서 수년간 애지중지 키운 6년근 인삼밭을 모두 잃었다는 최근배 씨(62)는 “총리와 장관이 보고만 갈 거면 왜 왔는지 모르겠다”며 “다 같이 피해를 입었는데 이천만 특별재난지난 지역에서 쏙 빠져서 막막했다”고 말했다.
반상배 한국인삼협회 회장은 “장마가 물러간 가운데 복구에 힘쓰는 농가의 구슬땀이 헛되지 않도록 모두가 각자의 위치에서 힘써야 한다”며 “정부는 다양한 지원으로 신속한 농가 복구, 2차 피해방지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논란이 거세지자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뒤늦게 이천 등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추가선포했다. 그러나 타 지역에 비해 17일이나 늦게 지정되면서 지금도 이천 인삼농가들 사이에서는 수해복구 골든타임을 놓쳐 복구가 더욱 어려워졌다는 성토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오주한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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