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6월 말까지 국내 은행지주회사은행의 배당을 순이익의 20% 이내에서 실시하도록 권고했다. 이에 대해 은행주가 하락세를 보이는 가운데 배당까지 줄일 경우 기관과 외국인 등의 자금이 유출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8일 금융위원회(금융위)는 금융감독원(금감원)의 스트레스테스트 결과 등을 기초로 이러한 내용을 담은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은행 및 은행지주 자본관리 권고안’을 심의·의결했다고 밝혔다. 이 권고의 적용기간은 6월 말까지고 권고 종료 이후 당국은 자본적정성을 유지하는 범위 내에서 종전대로 자율적으로 배당을 할 방침이다.
앞서 윤석헌 금감원장은 지난해 말 열린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배당성향은 15~25%선에서 조율이 이뤄질 것이다”며 “배당 재원을 일단 보유하고 있다가 코로나 위기가 지나서 배당을 하는 방법도 있다”고 제안한 바 있다.
금감원은 작년 10월부터 12월까지 6개 은행지주회사(신한·KB·하나·우리·NH·BNK·DGB·JB)와 지주회사 소속이 아닌 6개 은행(SC·씨티·산업·기업·수출입·수협) 등을 대상으로 국제적으로 검증받은 모형(STARS)를 활용해 스트레스테스트(하향식)를 진행했다.
이번 스트레스테스트는 1997년 외환위기 때의 경제성장률(-5.1%)보다 더 큰 강도의 위기상황을 가정하고 U자형(장기회복)과 L자형(장기침체) 시나리오로 나눠 진행했다. U자형은 글로벌 경기둔화 등으로 올해 마이너스 성장(-5.8%) 확대 후 내년에 4.6%, 2023년 상반기 5.9% 성장하는 시나리오다. L자형은 올해 마이너스 성장(-5.8%) 확대 후 내년에도 제로성장, 2023년 상반기 0.9% 성장하는 경우다.
테스트 결과 모든 시나리오에서 전 은행의 자본비율(보통주자본비율 4.5%·기본자본비율 6%·총자본비율 8%)은 최소 의무비율을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배당제한 규제비율의 경우 U자형 시나리오에서는 모든 은행이 상회했으나 경기침체가 장기간 지속되는 L자형 시나리오에서는 상당수 은행이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위는 은행이 손실흡수능력을 유지·제고할 수 있도록 중간배당과 자사주매입을 포함한 은행권의 배당을 한시적으로 순이익의 20% 이내로 제한하도록 했다. 다만 L자형 시나리오에서 배당제한 규제비율을 상회하는 경우엔 자율적으로 배당을 실시하도록 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장기화될 경우 일부 은행의 자본여력은 충분하지 않을 수 있어 당분간 보수적인 자본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019년 회계연도 기준 국내 4대 금융지주의 배당성향은 우리은행이 27.0%, KB금융 26.0%, 신한지주 25.97%, 하나금융 25.77% 정도다. 이번 금융당국의 권고안이 적용되면 4대 금융지주의 배당성향은 5~7% 이상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정부 개입 이해 안 돼… 전통산업 속한 은행은 배당해야”
하지만 금융위의 이러한 권고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은행 주가가 떨어지는 상황에서 배당성향 마저 줄이면 주주가치가 크게 하락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금융주의 주가는 최근 1년 새 크게 감소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작년 1월 28일(2176.72)부터 이달 27일(3122.56)까지 코스피는 43.45% 상승했다. 반면 같은 기간 금융지주의 주가는 KB금융 -4.7%, 신한지주 -19.4%, 하나금융 -3.98%, 우리금융 -9.85% 등으로 크게 줄었다.
특히 기관과 외국인투자자의 자금 유출이 극심했다. 보통 금융주는 배당성향이 높아 장기 보유 종목으로 분류되는데 은행의 배당성향을 제한하겠다는 발언이 나온 직후부터 연말까지 수조원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5월 1일부터 12월 30일까지 KB금융의 기관·외국인의 순매도 합산 규모는 2561억원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신한지주는 7716억원, 하나금융은 1139억원, 우리금융은 1541억원 등을 기록했다.
조동근 명지대 명예교수는 “배당성향은 기업들이 알아서 정하는 것인데 정부가 개입하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조 명예교수는 이어 “애플 등 혁신 기업 같은 경우엔 배당을 하지 않아도 주가는 계속 올라가지만 코카콜라 등 전통산업에 속한 회사의 경우엔 배당을 하지 않으면 주가는 내려간다”며 “은행은 혁신 산업보다는 전통 산업에 가까워 웬만큼 배당을 해야 주가가 유지되는데 20%는 굉장히 작은 수치다”라고 지적했다.
[윤승준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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