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롤러코스터 행보를 보이는 주가와 관련해 코스닥 상장기업 필로시스헬스케어와 소액주주들 간에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소액주주들은 필로시스헬스케어가 단순 ‘주가부양’ 목적의 홍보로 투자자들을 우롱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필로시스헬스케어 측은 있는 그대로의 사실만을 전달했을 뿐 그 외에 다른 목적은 없다고 맞서고 있다.
코스닥 상장 진단키트업체, 코로사 펜데믹에 700원대 주가 6개월 만에 9000원대 껑충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필로시스헬스케어는 국내에 코로나 사태가 본격화됐던 지난해 3월부터 코로나 관련 진단키트 공급계약 체결 공시를 연이어 발표했다. 공시를 통해 밝힌 ‘단일판매·공급계약’ 체결 최초(정정 전) 계약금액만 총 1313억원에 달한다. 전 세계적인 코로나 펜데믹 수혜가 예상되자 필로시스헬스케어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필로시스헬스케어 주가는 꾸준히 우상향했고 미국과의 코로나 검체채취키드 공급계약 체결 소식이 알려진 9월 7일 이후에는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지난해 3월 19일 종가기준 775원에 불과했던 주가는 9월 9일 9140원까지 상승했다.
전 세계가 코로나 팬데믹으로 홍역을 겪고 있는 만큼 주가 상승세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9월 최고가 경신 이후 오히려 완만한 하락곡선을 그렸다. 다수의 공급계약 소식 이후 계약내용 정정내용이 공시됐기 때문이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소액주주들 사이에선 필로시스헬스케어가 주가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공시에 대해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불만이 쏟아졌다. 익명을 요구한 투자자 A씨는 필로시스헬스케어에 대해 △거짓 보도자료 언론배포 △생산능력 불확실성 △주가부양 목적 공시 게재 및 정정공시 게재 등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A씨의 주장에 따르면 필로시스헬스케어는 지난해 3월 13일부터 16일까지 5건의 ‘단일판매·공급계약체결’ 공시를 내놨다. 말레이시아를 포함해 유럽·중동, 그리스, 이집트, 스위스·이탈리아 등에 ‘코로나진단 래피드키트’를 공급하는 내용이었다. 조건부 계약금액은 총 183억이었다. 다만 해당 공시에는 ‘해당 판매지역에서 인허가가 완료돼야 이행되는 계약’이라는 계약조건 내용도 담겼다. 인허가가 불발될 경우 계약이 무산될 수 있다는 점도 명시됐다.
필로시스헬스케어는 지난달 25일 항원신속진단키트 ‘Gmate COVID-19 Ag’에 대한 식약처 수출용 허가를 획득했다고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보도자료 내에는 말레이시아와의 수출계약이 이뤄진 바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는데 이 부분이 문제가 됐다. 그동안 필로시스헬스케어가 내놓은 공시에는 말레이시아 계약은 ‘레피드키트’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A씨는 “앞서 공시한 내용을 살펴보면 말레이시아 수출계약 건은 ‘신속항원진단키트’가 아니라 ‘레피드키트’ 계약 건이었다”며 “명백한 허위 보도자료를 배포한 것이다. 그것이 아니라면 투자자들이 혼란스럽지 않도록 별도의 공시를 내야하지만 그렇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필로시스헬스케어 관계자는 “최초 공시한 말레이시아 수출계약 제품은 ‘레피드키트’와 관련된 것이 맞다. 다만 레피드보다 신속항원진단키트가 더 빨리 승인돼서 바꾼 것이다”며 “단가나 수량변동은 있었으나 총액은 변동이 없었고 정정공시가 필요 없다는 거래소의 해석을 받았기 때문에 따로 공시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보도자료에 담긴 내용도 실제 인허가 내용과 상이한 부분이 있는 것으로 확인돼 식약처는 인허가 내용에 대해 담당부서를 통해 조사를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식약처 관계자는 “보도자료 내용에는 타액으로 돼 있지만 인허가 내용은 이와 상이한 부분이 있다”며 “이밖에도 보도자료 내용이 허가사항에 맞지 않는 것으로 추정되는 부분이 있어 담당부서를 통해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계약종료일 직전 계약금·계약종료일 관련 정정공시…회사·거래소 “문제 없어”
필로시스헬스케어와 투자자들 간에 갈등이 불거진 핵심 사건은 지난해 9월 발표한 신속항원진단키트 미국·일본 공급 관련 공시다. 필로시스헬스케어는 지난해 9월 157억 규모의 조건부에 해당되지 않는 ‘코로나 검체채취키트’ 공급계약을 공시했다. 계약종료일은 2020년 12월 31일로 명기됐다.
그런데 계약 종료일 하루 전인 30일 정정공시가 올라왔다. 시장상황 변화로 인해 계약 상대방 요청에 따른 계약금액·종료일 변경이 사유가 담긴 내용이었다. 확정계약금액은 직전 157억1064만원에서 113억6928만원으로 변동됐고 계약기간은 2021년 6월 30일로 변경됐다. 필로시스헬스케어는 계약종료일에 임박해 공시를 정정한 사례가 3건 더 있다.
일본과의 공급계약 건도 변경됐다. 필로시스헬스케어는 지난해 12월 신속항원진단키트에 대한 의료기기 제조업체 인증을 취득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는 생산공장에 대한 인증을 받은 것이지 제품에 대한 인증을 받은 것은 아니었다.
일본 공급계약 건은 262억5000만원 규모로 조건부에 해당되진 않고 계약종료 시점도 2022년 9월 16일로 아직 여유가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투자자들은 수출되는 제품이 갈아엎어졌음에도 공시를 하지 않는 등 불확실성이 커지자 일본 건 역시 미국 공급계약처럼 정정공시가 올라오는 것 아니냐며 불안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필로시스헬스케어는 거래소의 판단을 인용해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필로시스헬스케어 관계자는 “통상 기업들이 이렇게 진행하겠지만 보통 바이어가 기업에게 제품을 구매한 뒤 해당 국가에 직접 가서 승인을 받는 구조다”며 “계약은 제대로 이뤄졌고 계약서에 나온 대로 공시를 하며 승인을 받는 구조라 문제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계약종료 임박 정정공시는 상대 측 사정이 여의치 않아 종료일까지 준비가 어렵기 때문에 계약기간을 늘리고 계약금을 줄여서라도 팔 수 있던 것이라 어쩔 수 없었다”며 “한국거래소의 ‘문제없다’는 해석을 받은 내용이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거래소는 필로시스헬스케어에 대해 ‘문제없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한국거래소 공시3팀 관계자는 “조건부와 조건부미해당 여부에 따라 허위계약으로 판단할 수 있는 잣대는 되지 못한다. 계약서에 있는 내용을 근거로 내보내는 것이 공시이고 거래소도 그렇게 하도록 하고 있다”며 “불순한 의도가 있었는지에 대한 여부는 거래소의 판단요소가 아니며 거래 당사자들 간의 문제다”고 밝혔다.
이어 “공급계약 같은 경우 가격변동성을 고려해 구매측과 판매측이 다양한 루트로 진행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를 두고 거래소가 공시가 허위인지 아닌지 몰아갈 수는 없는 것이다”며 “불성실공시라면 회사는 제재를 받게 되며 벌점이 일정 수준을 넘어갈 경우 실질심사 사유가 발생하게 된다. 현재까지 사안으로 봤을 때, 필로시스헬스케어 공시와 관련해 문제될 만한 부분은 없다”고 밝혔다.
“수출용허가 없이 상용화 발언” 투자자 지적에 회사 측 “단순 소통오류”
제보자 A씨는 허위사실을 유포한 내용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지난해 11월 필로시스헬스케어는 원주에 생산공장을 증설했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한 바 있는데 생산을 책임지는 필로시스 3분기 보고서에는 토지·건물·기계·시설 등 재무적 변동이 없다는 지적이다.
또 지난해 12월 필로시스헬스케어가 모 매체를 통해 항원신속진단키트를 소개했는데 당시 회사 관계자가 미국과 유럽 등 전 세계 11개국에서 판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상용화되고 있냐’는 방송사 PD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했다. 당시 필로시스헬스케어는 항원신속진단키트는 식약처 수출용 허가조차 받지 못했던 상황이었다.
필로시스헬스케어 관계자는 “생산능력에 관한 부분은 시기상 4분기보고서에 포함될 예정이다”며 “방송에서 발언한 상용화라는 표현은 소통의 문제가 있던 것으로 파악된다. 당시 샘플이나 연구자에게 제공될 연구용테스터 판매가 되고 있던 상황인데 관계자와 PD간 소통오류가 있던 것으로 상용화는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주가를 둘러싼 사측과 투자자들 간에 갈등에 대해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는 “공시라는 것은 투자자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을 수시로 알리라고 있는 것인데 공시를 했느냐 안했느냐에 대해 인과관계를 따져 위반여부를 파악하는 것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며 “미국보다 우리나라가 공시를 더욱 디테일하게 하도록 하고 있는데 사실 너무 공시해도 문제다. 모든 사항을 공시하는 것이 논란을 키우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한솔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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