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노후대비·자산관리 목적으로 서울 외곽 및 수도권 오피스텔을 소유한 이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정부가 세법 개정을 통해 오피스텔도 취득세 산정 기준이 되는 주택수에 포함시키기로 하면서 세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그동안 오피스텔은 취득세 산정 시 주택수에서 제외돼 노후대비 목적의 투자대상으로 각광받아왔다.
세부담 확대를 우려한 오피스텔 소유주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매도를 시도하고 있지만 이 마저도 쉽지 않은 모습이다. 같은 조건이라면 아파트가 유리하다는 심리 때문에 매수자 찾기가 만만치 않아서다. 기존 오피스텔 소유주들은 손바닥 뒤집듯 정책을 바꾸는 탓에 극심한 재산 피해를 보고 있다고 토로하고 있다.
7·10대책 이후 과열된 오피스텔 시장…주택수 포함 세부담 압박에 급속 냉각
문재인정부는 부동산 시장 과열 현상의 주된 원인을 다주택자에 있다고 보고 이들에 대한 압박 정책을 일관되게 펼쳐왔다. 특히 지난해엔 ‘다주택자 규제의 끝판왕’이라 불릴 정도의 내용을 담은 7·10 부동산 정책을 발표했다. 해당 대책의 핵심은 다주택자들의 취득세·종합부동산세·양도세 인상이었다. 정부는 기존 3주택까지 주택가에 따라 1~3% 수준이었던 취득세율을 조정대상지역의 경우 2주택은 8%, 3주택 이상은 12%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다주택자를 대상으로 한 세제압박이 거세지자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한 오피스텔로 수요가 물렸다. 오피스텔은 취득세 산정에 있어 주택수로 포함되지 않아 그나마 세금부담이 덜했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무주택자가 오피스텔을 수십 채 갖고 있더라도 첫 주택을 마련할 때는 1주택 세율로 취득세를 계산했다.
오피스텔로 수요가 몰리자 정부는 또 다시 칼을 꺼내 들었다. 지난해 8월 12일 이후로 취득하는 오피스텔의 경우 주택으로 간주하고 취득세를 중과하는 핀셋 규제를 내놓았다. 심지어 업무용 오피스텔 마저도 용도 확인이 어렵다는 이유로 일괄적으로 주택으로 규정해 4%의 취득세율을 적용하기로 했다. 8월 12일 이후 취득된 오피스텔의 경우 주택으로 분류돼 다주택자 세율로 계산되면 최대 12%의 세율까지 부과된다.
이러한 규제가 시행되면서 오피스텔 거래 수는 급격히 줄어들었다. 부동산 정보업체 직방에 따르면 지난해 8월 수도권 오피스텔 거래량은 2365건으로 전달 (4720건)에 비해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다. 이후에도 오피스텔 거래량은 꾸준히 줄어 9월 2252건, 10월 2532건 등을 기록했다.
올해 역시 오피스텔 시장의 찬바람은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부터는 오피스텔과 상업용 건물에 대한 상속·증여·양도소득세 등을 산정할 때 활용되는 기준시가도 대폭 올랐기 때문이다. 국세청에 따르면 올해 전국 오피스텔과 상업용 건물 기준시가는 지난해보다 평균 각각 4.0%, 2.89% 올랐다. 지난해 상승률(오피스텔 1.35%, 상업용 건물 2.39%)과 비교했을 때 무려 3배 이상 오른 셈이다.
“평생 모은 노후 종잣돈 투자한 오피스텔, 재산 깎아먹는 애물단지 됐다”
하루아침에 세금폭탄을 맞게 된 오피스텔 소유주들은 난감하다는 반응 일색이다. 계속 소유하자니 세부담이 만만치 않고 팔자니 매수자가 없어 거래로 연결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매수자들 사이에선 어차피 주택수로 산정돼 세부담을 떠안아야 한다면 시세 상승폭이 큰 아파트를 선호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서울 광진구에 거주하고 있는 이민재(50대) 씨는 지난 2016년 가산디지털단지에 자리한 오피스텔을 매입했다. 종합부동산세 등을 감안 하더라도 임대를 통해 수익을 낼 수 있는 만큼 안락한 노후생활을 위해 미리 마련해 둔 노후자금을 전부 투자했다. 그러나 지난해 정부 대책 발표 이후 보유세 부담이 커진데다 새 임대차법 시행으로 제약 사항이 많아 팔기로 결정하고 가격 또한 급매물 수준으로 내렸지만 거래가 되지 않아 속앓이만 하고 있다.
이 씨는 “은퇴 이후 노후를 대비해 매입했던 오피스텔이 이렇게 부메랑이 될지는 꿈에도 몰랐다”며 “국민 대다수가 은퇴 후 노후대책을 세우는데 정부가 이렇게 급진적으로 정책을 바꾸면 무서워서 누가 안심하고 노후대책을 세우겠느냐”고 비판했다.
경기도 김포시에 거주하고 있는 배정아(50대·여·가명) 씨도 현재 소유한 오피스텔 때문에 밤잠을 설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초 정부가 다주택자 세율 강화 때문에 이제는 아파트는 더 이상 구매해선 안되고 오피스텔을 구매해야 한다고 하길래 노후자금으로 모아둔 돈에 대출까지 받아 서울 서초구에 한 오피스텔 호실을 분양 받았다”며 “그런데 분양을 받자마자 주택으로 산정되고 세율까지 올라 어떻게 해야할지 눈앞이 캄캄하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오피스텔 규제를 수준 이상으로 탓에 아파트 편중화 현상이 더욱 심화됐다며 이는 서민들의 집값 안정화 정책 기조에 맞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면서 정부가 진정으로 서민들의 주거 안정을 원한다면 지금이라도 오피스텔 규제를 풀어 아파트 쏠림 현상을 일부 해소시켜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그동안 오피스텔은 안정적이면서도 고정적인 수익이 확보됐기 때문에 은퇴 세대의 노후를 위한 부동산 투자상품으로 각광 받아왔다”며 “이러한 현상은 민간 임대차 시장에 주택공급 및 특정 부동산 쏠림 현상 해소에 기여했는데 이제는 이런 장점들이 싹 사라져 버렸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미 오피스텔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팔기 바쁘고 현금을 보유한 사람은 아파트만 보려고 하는 경향이 생기다 보니 시장 수요 불균형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며 “현재 정부가 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오피스텔을 일시적으로 주택 수에서 제외 시켜 주택 공급의 역할을 하는 등의 방안 등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배태용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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