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 창업주 신춘호 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면서 박준 농심 대표이사(부회장)의 행보에 관련업계 안팎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박 부회장은 지난 10년여간 회사 대표이사로 활약하며 신라면의 세계화, 농심의 매출 ‘2조 클럽’ 안착 등에 결정적 역할을 한 인물로 알려졌다. 최근까지 직접 현안을 챙겨왔던 신 회장이 맘 놓고 경영에서 물러날 수 있던 배경엔 박 부회장의 존재가 있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박 부회장은 그룹 경영권이 승계되는 과정에서 그 중심을 잡는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분석된다. 이 과정에서 박 부회장이 농심그룹 후계자 이상의 실세로 도약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그동안 차곡차곡 쌓아 올린 경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차기 회장으로 거론되는 신동원 농심 대표이사(부회장)을 지근거리에서 도우며 실질적인 경영을 진두지휘할 것이라는 게 업계 안팎의 전망이다.
‘글로벌 농심’ 일군 샐러리맨 신화 박준, 총수일가 버금가는 위상·재력 화제
지난해 농심은 연결기준 매출 2조6398억원, 영업이익 1603억원 등으로 사상 최대실적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의 경우 전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코로나 확산으로 전 세계에서 라면 등 간편식 수요가 늘어난 게 주효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그동안 세계 식품시장에서 기반을 닦아온 농심의 노력이 빛을 냈다는 게 관련업계의 중론이다.
농심은 미국과 중국 등에 생산공장을 세우고 현지 유통업체와 협업하며 해외영토를 확장해왔다. 2018년엔 100개 나라에 신라면을 수출하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지난해엔 해외시장에서만 9억9000만달러의 매출을 일으켰다. 회사 전체 매출의 절반 가량이 해외에서 발생한 셈이다.
일련의 성과에 힘입어 농심은 한 손에 꼽는 글로벌 라면기업으로 도약했다. 유로모니터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통계 자료에 따르면 농심은 5.3%의 점유율로 세계 라면기업 순위서 5위를 기록했다. 올해는 5.7%의 점유율로 6위와의 격차를 더욱 벌리며 입지 굳히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관련업계 안팎에서는 신라면의 세계화와 함께 농심을 글로벌 기업으로 만든 일등공신으로 박준 부회장을 지목하고 있다. 신춘호 회장이 신라면을 만들었다면 박 부회장은 신라면을 세계에 알렸다는 시각이 많다. ‘샐러리맨’ 경영인이 후계자인 신동원 부회장과 동등한 직책을 역임하고 있다는 점만 봐도 박 부회장의 경영능력을 가늠할 수 있다는 평가다.
박 부회장은 농심에 입사한 이후 40여년간 미국지사장, 해외사업부장, 국제영업본부장, 국제사업총괄사장 등을 담당한 이력 덕분에 그룹 내 대표 ‘국제통’으로 손꼽힌다. 2012년부터 농심 대표이사직을 수행하고 있으며 2016년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그동안 해외 사업에서 발군의 능력을 보여왔으며 현재도 해외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박 부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도 “글로벌 시장에서 제품 포트폴리오를 강화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할 기틀을 마련하자”며 해외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박 부회장의 입지는 앞으로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그동안 농심 경영을 도맡아왔던 오너 신 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기로 했기 때문이다. 경영권이 신동원 부회장으로 승계되는 과도기적 상황에서 그룹의 중심을 잡아줄 인물로 박 부회장이 지목된다. 그동안 함께 호흡을 맞춰왔던 신 부회장이 후계자로 낙점된 만큼 박 부회장의 입지는 총수일가에 버금갈 것이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특히 담당하고 있는 해외사업과 관련해서는 그룹 총수 이상의 의사결정권자로 도약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최근 농심이 해외사업 비중을 점차 늘려가고 있다는 점에 비춰보면 그룹 내 위상이 신 부회장을 넘어설 수 있다는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에 관련업계 안팎은 박 부회장이 또 다른 ‘샐러리맨 신화’를 써내려갈 지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농심의 글로벌 기업 도약에 혁혁한 공로를 세운 박준 부회장은 경영능력만큼이나 뛰어난 부동산 투자 안목, 재력 등을 갖춘 것으로도 유명세를 타고 있다. 부동산 업계 등에 따르면 박 부회장은 서울특별시 서초구 서초동 소재 현대슈퍼빌 한 호실을 본인 명의로 소유 중이다. 해당 호실의 면적은 공급면적 204.96㎡(약 62평), 전용면적 147.86㎡(약 45평) 등이다. 박 부회장은 해당 호실을 2016년 12억6500만원에 매입했다.
현대슈퍼빌은 지하철 3호선 남부터미널역 및 남부터미널이 바로 옆에 위치해 있는 등 교통편의성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주상복합 아파트면서 우면산, 예술의전당 등과 근접해 있다는 점에서 생활편의성도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자연스레 이곳 시세도 가파른 상승폭을 기록 중이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 등에 따르면 현재 박 부회장 소유 호실의 시세는 20억원 안팎에 형성돼 있다. 최근 동일 평형대 호실이 25억원 가격에 매물로 나와 있어 실제 거래가는 그 이상이 될 수도 있다. 박 부회장은 해당 호실을 통해 5년여 만에 10억원 가량의 시세차익을 거둔 셈이다.
[강주현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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