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상대해 본 사람들은 공기업 중에서 가장 불친절하고, 권위적이며, ‘갑질’이 횡행하고 있는 곳이라고 말하곤 한다. 이는 역대 정부의 ‘땅투기’에 크게 기여하고, 국가로부터 비호를 받다보니 국민은 안중에 없고 LH 임직원 스스로 우월감에 사로잡힌 데 연유한다고 본다. 설상가상 LH 직원들의 업무상 알게 된 개발 정보를 이용해 신도시 예정지 투기 의혹으로 신뢰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해체 수준의 개혁이 요구되고 있는 이유이다.
24일 국회와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LH에 토지·주택·도시재생 등 주택 공급 핵심 기능만 남기고 나머지 기능을 모두 분리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최상단 지주회사에는 주거복지 기능과 함께 LH 등 2~3개 자회사를 견제하는 기능을 맡기고 주택관리 등 여타 기능은 자회사가 맡는다. 3기 신도시 투기 등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정보·권한의 집중을 막고 자회사들이 전문성을 갖고 일하며, 상호 견제하는 역할을 맡는다는 게 골자다.
LH 사태에 따른 청렴·공정한 조직으로 재탄생해야 한다는 국민적 공분을 감안해 대수술을 하면서도 2.4 대책 등 공공 중심의 주택 공급 계획에 큰 차질을 빚지 않도록 하는 절충안을 모색한 결과다. 그러나 최상의 방안인지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지주회사, 자회사 등으로 조직을 나누는 게 기관장 자리만 늘리고 비슷한 업무를 여러 기관이 나눠서 하는 등의 경영 비효율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주식시장에 상장되지 않은 공공기관에서 지주회사와 자회사를 분리하는 방식 역시 납득하기 어렵다는 평가도 나온다. 일반적으로 지주회사는 자회사 주식을 매개로 자회사를 지배하는 개념이다. 그러나 상장되지 않은 공기업에서 지주회사가 인사나 예산 등을 거머쥔다고 자회사를 실질적으로 관리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밝힌 개선안은 LH 조직과 기능에 대한 국민 눈높이 수준의 혁신, 투기 재발 방지를 위한 내부통제 강화, 엄격한 경영평가 시행과 지난해 평가결과 조정 등이다. 여기엔 LH 임직원들의 퇴직 후 취업제한 강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이런 식이라면 미사여구에 변죽만 울렸다는 비판을 면하기 힘들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LH 직원의 신도시 투기 의혹이 불거지자 “발본색원하라” “부동산 적폐를 청산하라”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정작 “투기는 투기대로 조사하되 정부의 주택공급 대책에 대한 신뢰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 2.4 부동산 대책의 추진에 차질이 없어야 한다. 공급 대책이 오히려 더 속도감 있게 추진돼야 한다”고 이율배반적 지시를 함으로써 사태 해결의 본질을 놓치고 있다는 지적이 적잖다. 현 정부가 집권 이후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하는 적폐 청산을 하려면 제대로 해야 하는 것이다.
국세청장 출신 김현준 신임 사장이 현재 LH의 위기상황을 조기에 극복하고, LH를 국민 눈높이에 맞는 투명하고 효율성 높은 공기업으로 재탄생하도록 역할을 해야 한다. 한데 이런 초안으로 환골탈태하기엔 미흡하기 짝이 없다. 조직의 문제점을 정확히 진단한 후 조직 전체를 혁신하기 위한 학계, 시민단체 등 외부 전문가 의견을 대폭 수렴해 국민 눈높이에 맞는 투명하고 효율성 높은 공기업으로 재탄생시켜야 한다.
LH 개혁은 문재인정부가 공공부문 확대의 논거로 내세운 ‘공공성’이란 도대체 무엇인지 근본적인 의문을 갖게 만들었다. 공공성이란 한 개인이나 단체가 아닌 일반 사회 구성원 전체에 두루 관련되는 성질로서 공익성을 내포함을 인식하고 개혁안을 내놓길 촉구한다. 사회정의를 바로 세우는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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