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지역은행의 맏형 격인 BNK부산은행을 이끄는 안감찬 행장의 경영 행보에 경고등이 켜졌다. 금융당국이 부산은행에 대해 30건이 넘는 지적 사항을 통보한 데 이어 라임펀드 사기 피해자가 금융당국의 조정안까지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사태의 원인에 부실한 내부통제 시스템이 지목되면서 안 행장의 내부관리 능력에 의문 부호가 붙고 있다.
라임사태 연루 부산은행, 투자상품 취급 관련 내부통제 부실 도마 위
금융업계 등에 따르면 금융위원회(금융위)와 금융감독원(금감원)은 지난달 21일 부산은행에게 경영유의 10건과 개선사항 22건 등 총 32건에 달하는 지적 사항을 통보했다. 해당 사항은 지난 2019년 11월 이뤄진 금감원 검사에서 발견된 내용이다. 경영유의는 금융사의 주의 또는 자율적 개선을 요구하는 행정지도적 조치다.
먼저 금융당국은 부산은행에게 대출과 관련해 거액의 가계자금대출 취급 및 사후관리를 강화하라고 지적했다. 차주의 재무상태와 채무상환능력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거나 대출 목적과 달리 유용된 사실을 인지했음에도 사후조치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한 대환대출과 관련해 채무상환능력이 저하돼 분할상환금을 대환하거나 분할상환기일을 변경한 수백여개 업체를 자산건전성 정상으로 분류하는 등 리스크 관리가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내놨다.
이 밖에 △위험관리책임자 임명절차 투명성 강화 △장외파생상품 관련 자체점검 강화 △IT부문 자체감사 강화 방안 △ 통신망 안정성 강화 대책 △고객정보 암호화 업무 연속성 강화 방안 등이 마련돼야 한다고 금감원은 주문했다.
지적사항 중 특히 눈에 띄는 점은 부산은행에 대해 금융투자상품 취급 관련 내부통제를 강화 지시다. 금감원에 따르면 부산은행의 신상품 도입을 위한 협의회 운영 등 위험관리 체계가 미흡했다. 신탁 밑 펀드 운용 관련 중요 의사결정을 위한 협의체에 내부통제 관련 부서의 임직원이 참여하지 않는 등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신탁상품의 운용자산설명서도 내부통제부서의 사전심의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게 금감원의 지적이다.
상품판매 단계에서도 투자자가 작성한 설문지 원본을 보관하지 않고 판매직원이 입력하도록 돼 있어 잘못 입력할 경우 투자자 성향이 잘못 산출돼 불완전 판매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고위험 금융투자상품에 대한 모니터링 등 사후관리도 미흡한데다 신탁재산과 관련해서도 공정가치 평가와 운영 결과에 관한 투자자정보 제공이 불합리한 것으로 평가됐다.
부산은행의 끝나지 않는 라임펀드 악재, 금감원 분쟁조정안 피해자 합의 불발
이번 금감원의 지적사항은 부산은행이 라임펀드 사태에 연루된 원인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는 해석을 낳고 있다. 앞서 부산은행은 라임펀드 상품을 판매했다가 곤욕을 치렀고 여전히 사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부산은행은 라임펀드 사태 연루로 이미지에 심각한 피해를 입은 상황이다.
부산은행은 얼마 전에도 라임펀드 사태와 관련해 피해자가 금감원의 분쟁조정안을 거부해 여론의 입방아에 오르내린 적 있다. 주부 정모 씨는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의 분쟁조정안을 최종 마감일인 4일 거부했다. 앞서 지난달 13일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는 부산은행이 판매한 라임 국내펀드에 대해 손해배상을 결정하면서 정씨에 대해 배상비율을 61%로, 투자자 자기책임을 39%로 결정했다.
정 씨는 분조위 권고안이 피해자 입장은 고려하지 않은 채 부산은행에만 유리하게 결정해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분쟁조정은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에 따라 조정안을 제시받은 날로부터 20일 이내에 당사자가 조정안을 수락하지 아니하는 경우 조정이 성립되지 않은 것으로 본다.
분조위 결정문에 따르면 부산은행의 판매직원이 정 씨의 의사를 확인하지 않고 △금융지식이 매우 높음 △기대수익이 높다면 위험이 높아도 상관하지 않음 △투자 가능기간 3년 이상 등 실제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투자자정보확인서를 임의 작성했다. 신청인의 투자성향을 ‘공격투자형’으로 분류하고 투자성향 분석결과를 설명하지 않고 확인서를 교부하지도 않은 것이다.
또한 판매 직원은 설명자료를 전혀 교부하지 않고 위험성에 대한 설명도 하지 않은데다 성과 나눠먹기를 위해 판매직원이 아닌 다른 실무자를 판매직원으로 기재하고 모니터링 콜도 실시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은행 라임펀드는 라임자산이 운용하는 라임 플루토FI D-1호 모(母)펀드에 투자하는 자(子)펀드로서 모펀드의 손실이 고스란히 자펀드로 전가되는 ‘매우 높은 위험등급(1등급)’의 펀드였다. 부산은행은 투자위험등급 4등급(보통위험)을 안전한 상품이라면서 거짓 판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국 사모펀드 사기피해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부산은행은 거절당한 배상비율 산정기준안을 폐기하고 당사자 간 새로운 사적화해 방안(100% 보상)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라며 “부산은행은 한투증권 방식(100% 보상)의 사적화해를 모든 피해자들에게 즉각 적용하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부산은행 관계자는 “분조위 결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이다”며 말을 아끼고 있다.
부산은행의 반쪽짜리 ESG경영…탈석탄 금융 선포했지만 현격한 남녀차별 여전
부산은행은 최근 금융권의 화두로 급부상한 ESG경영 부분에서도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앞서 지난 5일 부산은행은 ‘탈석탄 금융’을 선언하며 국내외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을 위한 신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및 채권 인수 중단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이러한 부산은행의 ESG경영 행보는 ‘반쪽짜리’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S(사회)’에 해당하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 측면에서 미흡한 모습을 보여서다.
지난해 말 기준 부산은행의 남성직원(기간제근로자 포함) 1인당 평균 급여액은 1억2500만원인데 비해 여성 평균 급여액 8000만원으로 남성 직원의 64% 수준에 불과했다. 이는 남성 직원이 100만원 받을 때 여성 직원이 64만원만 받는다는 의미다.
여성임원 비율 역시 과거에 비해 개선됐지만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올해 3월말 기준 전체 임원 26명 가운데 여성은 올해 선임된 김수희 사외이사와 허영선 상무를 포함해 모두 3명(11.5%)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부산은행 관계자는 “특정한 시점만 보고 (임원) 인원구성과 (남녀) 임금 격차를 판단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면서 “업무에 따라서 달라질 수도 있어 전체적으로 내용을 들여다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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