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부담을 키워 부동산시장 안정화를 꾀했던 정부가 올해 종합부동산세(이하 종부세) 고지서를 발송한 가운데 종부세 납부 대상자들 사이에선 조세불복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그동안 전문가와 시장, 국민 의견을 듣지 않고 일방적인 정책을 추진해 집값을 올리고 양도세율을 높여 출구까지 막아 놓고 이제 와서 폭탄 수준의 종부세를 내라는 것은 국민을 기만하는 처사나 다름없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특히 차기 대선을 앞두고 국민의힘 대권후보로 나선 윤석열 후보가 종부세 완화를 시사한 만큼 끝까지 버텨서 사유재산을 지키겠다는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윤 후보는 지난 22일 종부세 고지서 발송을 앞두고 종부세와 재산세 통합, 1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면제 등의 공약을 발표한 바 있다.
부자세는 옛말, 文정부 부동산 실패에 ‘서민 등골브레이커’ 된 종부세
종부세는 2005년 최초 도입 당시 만해도 일종의 ‘부자세’ 성격이 짙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납부 대상이 자산가에 한정돼 있었기 때문에 중산층 입장에선 먼 나라 이야기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문재인정부 들어 상황은 급반전 됐다. 각종 부동산 정책 실패로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자 부동산 관련 세율을 높이기 시작했다. 세부담을 높여 집을 팔도록 유도해 시장에 공급을 늘리겠다는 복안에서였다.
세율이 바뀐 세금 중에는 종부세도 포함돼 있었다. 정부는 공시가격 현실화에 따라 공시가격 시세 반영률을 올해부터 2025년까지 매년 2~3% 높이고 종부세율도 지난해(0.6~3.2%)의 2배 수준으로 상향 조정했다. 여기에 종부세 과세 표준을 위한 공정시장가액 비율도 90%에서 95%로 상향했다.
국세청은 이달 22일 기준이 바뀐 올해 분 종부세 고지서를 발송했다. 올해 납세 대상자는 66만 7000명을 기록했던 지난해보다 30.4% 늘어난 94만 4000명으로 집계됐다. 세액은 1조 8000억원을 기록했던 지난해보다 316% 늘어난 늘어난 5조7000억원에 달했다. 세금부과 기준과 올라간 세율로 인해 수억원의 종부세를 내야하는 이들도 나타났다.
세무업계 등에 따르면 강남구 은마아파트 전용 84㎡와 양천구 목동7단지 전용 101㎡를 소유하고 있다면 올해 내야 할 종부세는 8078만원이다. 여기에 재산세 1100만원까지 더하면 보유세(종부세+재산세)는 약 9200만원에 달했다. 1주택자라도 고가주택을 소유한 경우 수천만원 가량의 종부세가 부과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서초구 아크로리버파크 전용면적 84㎡ 1채를 소유한 1주택자는 약 1616만원의 종부세가 부과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와 비교해 50% 가까이 늘어난 금액이다.
강남 지역이 아닌 타 지역 아파트를 보유한 이들도 종부세 부담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광진구 더샵스타시티의 전용면적 127.95㎡의 한 호실을 보유한 1주택자의 경우 올해 내야 할 종부세액은 1579만원이다. 1168만원을 냈던 지난해와 비교하면 16% 늘어난 수치다.
주목되는 사실은 내년 종부세 인상폭은 올해보다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이다. 내년도 공정시장가액비율은 100%로 상향되며 올해도 집값이 크게 올라 내년 공시가격 역시 올해보다 더욱 큰 폭으로 뛸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정권 바뀔 때까지 버티자”…집도 안 팔고 세금도 안 내겠다는 유주택자들
정부 부동산 정책 실패와 이에 따른 세율 인상 대책 등으로 종부세 부담이 급격하게 늘어난 기존 주택 소유자들 사이에선 조세불복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차기 대선을 앞두고 야당의 유력 대선후보가 종부세 폐지를 언급한 만큼 납부하지 않고 버텨보겠다는 목소리가 주를 이루고 있다. 게다가 유주택자 대부분이 집을 계속 보유하겠다는 입장이라 정부가 기대한 매물 증가 효과도 없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서초구 아크로리버파크 한 호실과 방배동 소재 빌라의 한 호실을 보유하고 있는 양경식(40대·가명) 씨는 “현재 본업이 부동산 임대사업인데 사업상 고가주택을 보유하고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이렇게 과중한 세금을 부과하면 본업을 하지 말라는 것이냐 다름이 없다”며 “이러한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채 급격하게 세금을 늘리면 오히려 반감만 생길 수밖에 없다. 나 부터도 괘씸해서라도 팔 생각이 없고 세금도 내지 않을 생각이다”고 말했다.
강남구 은마아파트의 한 호실을 보유하고 있는 이주성(40대·가명) 씨는 “자기 재산과 이권이 침해받는데 가만히 있을 사람은 없다. 당장 세부담이 늘어난다고 해서 이러한 분위기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보장도 없고 당장 내년에 종부세가 폐지될 수도 있기 때문에 버티기에 돌입할 생각이다”며 “안 그래도 전반적으로 물가가 상승하고 있는데 이렇게 앞뒤 보지 않고 세금 부담을 늘리는 것은 국민에게 죽으라는 것이라 마찬가지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부동산업계 등에 따르면 시장 분위기 자체도 과도한 세부담에 저항하겠다는 입장이 주를 이루고 있다. 반포동 소재 한 공인중개사는 “최근 매수우위지수가 다소 떨어지고 거래 위축되는 바람에 팔겠다는 집주인들이 다소 늘어나긴 했었지만 최근 다시 매물을 거둬드리고 있는 분위기다”며 “내년 대통령 선거 후보자 중에서 세부담 완화를 공약으로 내건 윤석열 후보가 여론 조사에서 계속 압도적인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지금의 편 가르기식 세금 인상은 반발 심리를 길러 ‘조세저항’이라는 심각한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회장(경인여대 교수)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방향 중 가장 잘못된 것은 흑백논리와 같은 정책으로 국민 사이의 분열을 일으키는 것이다”며 “단순히 2주택자라고 해서 무조건 투기꾼이라고 해석하는 것은 모순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정상 2주택 이상을 보유할 수밖에 없는 가구도 있는데 모든 다주택자를 범법자 취급하듯이 공격을 하다 보니 다른 곳에서 자꾸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며 “편 가르기식 부동산 정책은 국민 반감만 키울 뿐이다”고 비판했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권이 영원히 유지되지 않는다는 인식이 현재 부동산 시장 내에 만연해 있다”며 “오히려 이번 종부세 인상으로 갭투자 수요가 많이 들어가 있는 서울 아파트를 중심으로 전·월세 가격 상승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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