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년연장 이슈는 우리나라 경제·산업계의 해묵은 과제 중 하나다. 의료기술 등의 발달로 평균연령이 빠르게 상승하면서 정년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법적 의무 정년 기간을 꽉 채우더라도 남은여생을 살기 위해서는 경제활동이 불가피하다는 이유다. 현 시점에도 노동단체를 중심으로 평균연령 상승 속도에 맞춰 법적 의무 정년 기간도 늘려야 한다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단순히 기간을 늘리면 해결될 것처럼 보이는 정년연장 이슈가 해묵은 과제로 남게 된 이유는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있기 때문이다. 우선 현실적으로 고용주체인 기업들은 정년연장에 대해선 대체적으로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경총에 따르면 기업 10곳 중 6곳은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연장하는 데 대해 부담을 느끼고 있다. 응답비율로 보면 ‘매우 부담된다’가 11.0%, ‘부담된다’가 47.2% 등이었다.
기업들이 정년연장을 부담스러워하는 이유로는 인건비 부담, 경쟁력 하락 우려 등이 꼽혔다. 일반적으로 호봉제를 도입한 기업의 경우 같은 근로자라도 연차가 높으면 더 많은 임금을 줄 수밖에 없어 인건비 상승이 불가피해진다. 특별한 전문성이나 숙련도를 필요로 하지 않는 업무일지라도 고연봉자를 계속해서 고용해야한다. 자연스레 신규채용은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
기업들은 정년을 늘리면 급변하는 시대 변화에 뒤처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고령 인력의 경우 성실성과 조직충성도는 높지만 디지털 적응력과 창의성이 부족하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세계 경제는 디지털 시대로의 전환이 가속화되고 경영 환경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시대변화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인재가 요구되는 시대다.
그동안 역대 어느 정부도 정년연장 이슈에 대해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고령화 시대와 기업경쟁력 강화, 거스를 수 없는 두 개의 대세가 팽팽히 맞서다 보니 찬성과 반대 측의 눈치만 보다가 임기를 마쳤다. 같은 상황이 수차례 되풀이되면서 노사갈등, 세대갈등 등 또 다른 사회분열 현상만 생겨났다.
더 이상 사회분열의 촉매제인 정년연장 이슈를 외면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어떻게든 해결책을 고민할 수밖에 없는데 반가운 사실은 최근 전문가 집단을 중심으로 ‘확실’에 근접한 해결방안이 거론되고 있다는 점이다. 바로 노동유연화 확대다. 기업들에게 고용 안정성 보장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한다는 전제하에 채용과 더불어 해고까지 유연하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모든 근로자에게 하나의 일관된 잣대를 들이댈 게 아니라 개개인의 능력과 자질을 감안해 서로 다른 평가를 내리도록 자율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근로자 정년 이슈 문제는 철저히 개개인의 능력과 자질에 의해 결정될 가능성이 높고 자연스레 정년연장과 기업경쟁력 강화가 한 번에 해결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국가다. 또한 대한민국의 경제는 자본주의에 기반한 혼합 경제 체제를 채택하고 있다. 자유시장 체제 하에서 누구나 경제 활동을 할 권리를 지닌다. 제3자의 개입 없이 기업과 근로자가 서로 노력하고 협의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기반은 이미 갖춰져 있다는 의미다. 결국 고령화 시대를 맞이하는 노동계·산업계, 나아가 대한민국 최대 이슈인 정년연장 문제 해결은 개별 기업과 근로자 개개인의 자유 의지에 달린 셈이다. 노동유연성 확대를 적극 지지한다.
후원하기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좋아요
감동이에요
화나요
슬퍼요
추천해요0
좋아요3
감동이에요0
화나요0
슬퍼요0
기사제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