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기업규제와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 근무 강제, 공공일자리 확충 등 문재인정부의 분배 중심 경제정책에 따른 후폭풍이 거세지고 있다. 무엇보다 고용상황이 예사롭지 않다. 양질의 일자리가 갈수록 사라지고 있지만 정부는 통계 조작이라는 야당 비판을 무시한 채 취업률이 안정세라는 입장만을 되풀이하고 있다.
여론 안팎에선 유수한 기업들마저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해 ‘흑자도산’할 정도로 일자리가 넘쳐났던 과거를 회상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지금과 정반대로 성장 중심의 경제 정책을 펼쳤던 박정희 정권 시절에 대한 향수를 그리워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에 내년 새롭게 출범할 정부는 6·25로 잿더미가 된 국토 위에 ‘한강의 기적’을 일군 박정희정부 등 역대 정부의 성장 중심 경제 정책을 깊이 연구하고 답습해야 한다는 요구도 잇따른다.
청와대에 일자리 상황판까지 내걸었는데…文정부 출범 후 ‘사실상 실업자’ 역대 최대
문재인정부의 일자리정책 성적은 참담하다. 통계청이 7일 발표한 ‘2020년 일자리행정통계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일자리는 2472만개로 전년(2402만개)에 비해 71만개(2.9%) 늘어나는데 그쳤다.
전년과 동일한 근로자가 점유한 지속 일자리는 1865만개(75.4%)였고 퇴직·이직으로 근로자가 대체된 일자리는 274만개(11.1%)였다. 기업 생성이나 사업 확장으로 생긴 신규 일자리는 333만개(13.5%)에 불과했으나 기업 소멸이나 사업 축소로 사라진 일자리는 262만개에 달했다.
전년 보다 40·50 일자리를 제외한 나머지 연령층의 일자리 증가폭은 크지 않았다. 30대는 6만개 증가에 그쳤으며 20대는 단 2만개의 일자리만 늘었다. 특히 20대의 경우 전년 대비 지속 일자리가 5만개 증가했지만 신규 채용 일자리는 3만개나 줄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내 근로자 4명 중 1명은 비임금근로자였다. 지난달 29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통계청 등에 따르면 2019년 기준으로 국내 근로자 2712만3000명 중 비임금근로자는 668만3000명으로 24.6%에 달했다. 비임금근로자란 자신 또는 가족의 수입을 위해 일한 사람으로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 무급가족종사자 등을 말한다.
이는 중남미 등에 위치한 개발도상국들과 비슷한 수준이다. OECD 국가 중 1위부터 7위는 콜롬비아(50.1%), 브라질(32.6%), 그리스(31.9%), 멕시코(31.9%), 터키(31.5%), 코스타리카(26.6%), 칠레(25.8%) 등의 순이었으며 그 다음이 한국이었다. 반면 선진국은 그 비중이 낮은 편이다. 비임금근로자 비율이 가장 낮은 국가는 미국으로 6.1%에 불과했으며 이어 러시아(6.7%), 캐나다(8.2%), 덴마크(8.3%), 룩셈부르크(8.7%), 독일(9.6%), 호주(9.7%), 스웨덴(9.8%), 일본(10.0%) 등의 순이었다.
실업자로 분류되지 않았지만 사실상 실업상태인 인구도 상당수에 달한다. 지난 8월 한국경제연구원이 매일경제 의뢰로 최근 6년간 통계청의 취업자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올해 상반기 말 ‘사실상의 실업자’ 수는 491만6000명에 이르렀다. 2015년 첫 집계 당시 363만4000명으로 기록된 이래 최대치다. 특히 문재인정부 출범 후인 2017년부터 올해 상반기 사이에만 무려 140만6000명이 늘었다.
‘사실상 실업자’는 통계청이 집계하는 공식 실업자는 아니지만 더 많은 일을 하고 싶어하는 단기 아르바이트 종사자, 일시 휴직자, 잠재 취업가능자, 잠재 구직자, 시간 관련 추가 취업가능자 등을 의미한다.
정부 개입 최소화로 기업·근로자 합심하는 분위기 조성…“경제 성장이 곧 일자리”
다수의 전문가들은 일자리 한파 현상의 배경에 과도하게 분배에 집중된 경제정책 기조가 자리하고 있다고 보고 성장 중심의 정책기조 전환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우리나라 노동시장 유연성이 유독 떨어지는 것이 ‘사실상 실업자’ 증가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진단했다.
서울대 싱크탱크인 국가전략위원회는 국가전략 비전보고서 ‘코리아 리포트 2020’에서 “현 정부의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취지와는 달리 기업 부담·불평등을 심화시키는 결과를 일으켰다”며 “노동소득 상승을 위해선 최저임금 인상이 아닌 경제 생산성 향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동시장 유연성은 고용관계를 유지한 상태에서 탄력시간근무제 등을 통한 내부적 수량적 유연성, 직종 수요에 따라 배치전환 및 이동으로 유연성을 확보하는 기능적 유연성, 성과에 따른 임금 지불을 통한 임금유연성 등을 골자로 한다. 생산성은 노동력 등을 바탕으로 이뤄진 생산물 산출량 비율이다. 전문가들 입장은 한마디로 근로자들의 근로의욕을 고취시키는 한편 기업 규제를 약화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박정희정부의 경제정책 기조는 이러한 측면에서 참고할 만한 모범사례로 꼽힌다. 아산사회복지재단이 2011년 발간한 ‘아산 정주영과 한국경제 발전모델’ 등에 따르면 박정희정부는 철저하게 수출지향적 목표를 잡고 기업과 합심했다.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은 저서 ‘이 땅에 태어나서’에서 “울산 조선소 건설을 두고 혹자는 중화학공업 선언에 따라 정부가 현대를 지정해 조선소를 만들도록 했다는데 그 얘기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고 지적했다.
정 회장의 회고록에 따르면 조선소 건설을 당부한 건 박정희 대통령과 정부 관료들이었지만 실제 사업에 필요한 기술·인력 확보, 공장 입지, 투자자금 동원, 판로 개척, 마케팅 등은 전부 정 회장 몫이었다. 정 회장은 ‘맨땅에 헤딩’을 위해 덴마크 조선소 부사장 출신 인사를 사장으로 영입하는가 하면 영국 등에서 우수한 조선기술자들을 고용해 26만톤급 유조선(VLCC) 건조를 맡겼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외교역량을 총동원해 현대를 지원했다.
박정희정부는 한편으로는 ‘열심히 일하면 잘 살 수 있다’는 믿음을 근로자들에게 주고 경쟁의식을 고취시켰다. 대표적 사업이 새마을운동이다. 1969년부터 1978년까지 대통령비서실장을 지낸 고 김정렴 전 실장에 의하면 도시와 농촌 간 빈부격차 해소를 위해 국토의 대부분을 차지한 농촌근대화를 목표로 전개된 새마을운동은 기본적으로 박 대통령이 직접 고안하고 진두지휘한 운동이었다.
1967년 도시가구의 60%에 불과했던 농가소득은 근대화 정책에 따라 1970년 25만6000원, 1975년 87만3000원, 1978년 160만원 등으로 8년 사이 6배 이상 증가해 도시근로자 소득을 상회했다. 1999년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펴낸 ‘한국 농정 50년사’에 따르면 1961~1976년 사이 농림수산업 부문 국민총생산(GNP) 평균성장률은 4.9%로 1948~1960년의 0.8%에 비해 크게 성장했다. 노사 동반성장이라는 이 같은 결과는 기업 지원, 근로의욕 및 경쟁의식 고취가 없었다면 불가능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제성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문재인정부 경제정책은 지나치게 반시장·반기업에 치우쳐져 있다. 시장원리를 배격하고 (빈곤층 표심 획득을 위해) 가진 자를 (무조건) 적대시했다”며 “(기업 활성화 등) 경제가 살아야 일자리도 생기는데 일자리가 없으니 수입이 없고 결혼도 못하고 아파트를 살 꿈도 못 꾼다. 소득주도성장 대신 고용주도성장을 하고 50년 전 박정희 대통령의 새마을운동처럼 뉴스타트와 국민통합 정신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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