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취업이 ‘낙타가 바늘 구멍에 들어가기보다 어렵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힘겨운 난제로 떠오르고 있다. 비대면·디지털 금융 확산 등으로 인력 수요가 줄어들면서 신입 채용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신입보다 경력을 선호하는 경향도 뚜렷해졌다.
최근 금융업계는 업무교육 등이 필요한 신입 직원보다 곧바로 업무에 투입할 수 있는 경력직 채용이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처음으로 금융권 취업자 가운데 40·50대 비율이 절반을 넘어서면서 20·30대보다 많아진 것은 이같은 흐름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금융연구원이 올해 3월 금융위원회에 제출한 ‘금융인력 기초통계 분석 및 수급전망’ 보고서를 보면 2021년에 경력 채용자가 처음으로 신입 채용자를 넘어섰다. 지난해 금융권 신입 채용자는 8076명, 경력 채용자는 1만1339명을 기록했다. 신입 채용자는 2019년 1만3647명을 기록한 뒤 2020년 9200명, 2021년 8076명으로 매년 큰 폭으로 줄어들고 있다. 반면 경력 채용자는 2019년 9927명, 2020년 9171명, 2021년 1만1339명으로 늘어났다.
지난해 신입 채용자 수는 2016년 1만4392명에서 2021년 8076명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2021년 금융권 종사자 수도 2016년 28만2132명과 비교해 1만명 이상 감소했다. 신입 채용이 줄다 보니 지난해 40·50대 금융인력이 처음으로 20·30대를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7개 금융업권(은행, 보험, 증권·선물, 자산운용·신탁, 저축은행, 카드·캐피털, 신협) 종사자는 27만2107명으로 이 중 40대(31.9%)와 50대(18.9%)가 50.8%로 1년 전(43.7%)보다 7.1%p 늘어나 절반을 넘겼다. 반면 20대(13.9%)와 30대(35.3%)는 50% 밑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최근 금융권 채용의 트렌드는 신입 공채를 되도록 뽑지 않고 바로 투입할 수 있는 경력직 채용을 늘리는 것”이라며 “신입 공채가 줄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앞서 채용 비리 사건이 터지면서 금융계에선 신입 공채에 조심스러운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런 현실과 달리 신입 취업을 준비하는 10명 중 7명이 금융권 기업에 취업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25일 취업 플랫폼 잡코리아가 신입직 취업준비생 569명을 대상으로 금융권 취업 선호도에 대해 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 중 72.6%가 ‘금융권 기업에 취업할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금융권과 각 사에 따르면 대부분 하반기 채용의 구체적인 일정이 나오지 않은 상태다.
은행들은 비대면 업무 확대와 점포 축소, 인공지능(AI) 기술 도입 등 환경 변화에 따라 정기 공개채용 규모도 줄이고 있다. 정보기술(IT) 경력직을 중심으로 인력 충원이 필요한 부서별로 수시 채용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6일 은행권에 따르면 정기 공채를 통해 신한·KB국민·KEB하나·우리·농협 등 5대 시중은행으로 들어가는 문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코로나 이전 정기 공채 채용인원이 2000~3000명대에서 이후 1000명 이하로 대폭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이 윤두현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5대 은행의 정기 공채 규모는 △2018년 2979명 △2019년 2113명 △2020년 980명 △2021년 936명으로 감소세가 뚜렷했다.
신한은행은 디지털 ICT 부문 등 분야별 수시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올해 4월까지 콜센터 포함 수시 채용으로 528명을 채용했다. 올해 채용계획에서 공채는 미정이다. 하나은행은 수시 채용 방식을 통해 필요 인력을 채용하고 있다고 한다. 상반기 40명 안팎 규모로 수시 채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KB국민은행은 올해 상반기 신입과 경력직 200여명 규모의 채용을 진행했다. 은행 내 IT서비스 개발 및 운영, 자본시장, 직무전문가, 보훈, 정보통신기술(ICT) 등에서 채용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하반기 채용의 경우 아직 계획이 나오지 않았다.
우리은행은 올 상반기 일반직 신입행원 채용을 실시했다. 채용 규모는 세 자릿수로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먼저 채용에 나섰다. 하반기 채용 계획은 미정이다. NH농협은행은 상반기에 일반과 IT분야로 나눠 450명 채용을 진행했다. 일반 분야는 광역시·도 단위로 구분해 420명, IT분야는 30명을 채용했다. 하반기 채용계획은 추후 공지할 예정이다.
급성장 중인 인터넷전문은행들의 경우 정기 공채 없이 수시 채용으로 인력을 뽑고 있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그리고 토스뱅크는 지난해 각각 292명, 110명, 162명을 수시 채용했다. 이들 인터넷전문은행은 올해에도 정기 채용보다는 필요 직군별 수시 채용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카카오뱅크는 올해 4월까지 195명을 수시 채용했고 연내 164명을 더 뽑을 계획이다. 케이뱅크도 4월까지 52명을 채용했고 연말까지 65명을 더 채용할 것으로 전해졌다. 토스뱅크 역시 4월까지 64명을 채용했고 이후 115명을 수시 채용할 예정이다.
올해 카드·보험업계도 시중은행과 마찬가지로 경력직 채용을 선호하고 신입의 경우엔 IT 인력 위주의 수시 채용 위주로 계획, 신입 공채에 대해 소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비용 효율화를 위해 구조조정을 단행했던 보험사와 카드사 대부분은 신입 공채 계획을 발표하지 않고 있다. 보험사의 경우 대형사로 꼽히는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등 7개사 중 신입 공채 계획을 밝힌 곳은 현대해상 한 곳뿐이었다. 현대해상은 예년 수준인 약 30명 수준을 채용할 계획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업 성장이 정체국면이고 매년 채용인원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라며 “올해 하반기는 특히 대내외적으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채용을 늘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카드업계는 디지털 중심 인재 채용 분위기가 강해졌다. 금융업에 진출해 카드사와 경쟁 구도를 펼치고 있는 빅테크사와의 한판 승부에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카드사들은 통상 하반기 1회 채용을 진행한다. 회사당 채용 인원은 20~30명 수준이다. 하반기 카드사 경영환경이 어두울 것으로 전망되면서 현재 구체적인 신입 공채 계획은 나오지 않았다.
카드사들은 인사 검증이 더 확실한 채용연계형 인턴 등을 통해 신입 인력을 뽑고 있다. 대표적으로 현대카드는 2010년부터 신입사원 정기 공채를 진행하지 않았다. 대신 채용전환형 인턴십 공채를 운영하고 있다. 현대카드는 인턴십을 통해 상품기획·마케팅, 전략, 재무, 경영지원 등 전 직무 분야를 대상으로 40명 규모의 인턴을 선발해 절반 정도를 최종 평가를 거쳐 정식 채용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BC카드도 채용전환형 인턴 채용을 도입했다. BC카드는 디지털 역량 강화를 위해 카드 금융 시스템 개발, 플랫폼 개발, 디지털 서비스 기획, 데이터 등 디지털 분야 우수 인재 채용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금리인상 등 경기 악화로 카드론 취급 실적이 올 1분기부터 크게 줄어들면서, 각 사별로 긴축 경영에 돌입한 상황”이라며 “현재 상황에선 공개 신입 채용보다는 수시 채용이나 채용전환형 인턴 등으로 신입 채용 방식이 소극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이런 가운데 8월 말 금융권 57개사가 참여하는 공동 채용 박람회가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3년 만에 대면 행사로 열린다. 금융위원회는 8월 24~25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2022년 금융권 공동 채용박람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번 박람회에는 은행 11개사, 보험 11개사, 증권 7개사, 카드 8개사, 금융 공기업 14개사 등이 참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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