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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진단] - 건설현장 인력난 속 외국인 근로자 쿼터제 실상은…
늙어가는 건설현장… 청년들 외면에 인력 양성 ‘공염불’
40대 이상이 80%… 가파른 고령화에 업계도 큰 걱정
노동계 “현장 안전성 확보·근로자 처우 개선이 먼저”
강력한 내국인 유인책 있어야 인력부족 문제 해결
김재민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2-11-02 00:07:00
▲ 국내 건설현장 인력난과 고령화 현상이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의 한 건설현장의 모습. ⓒ스카이데일리
 
인력 감소와 고령화 및 3D로 불리는 건설업 기피 현상 등으로 국내 건설업계의 인력난 문제가 해마다 심각해지고 있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디지털 전환 등 산업 고도화와 함께, 합법적인 외국인 근로자 고용허가(쿼터) 확대 및 고용 과정을 간소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다만 일각에서는 노동환경 개선 등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선행돼야만 장기적으로 문제 해결에 가까워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인력감소·고령화가 불가피한 대한민국 현실 속 혜안은 무엇일까.
 
건설현장 인력부족·고령화 심각… 합법 외국인력 쿼터 늘렸지만?
 
건설근로자공제회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건설근로자 수급실태 및 훈련수요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건설업 전체 인력 수요는 175만3782명으로 이 가운데 내국인 인력 공급은 153만9178명까지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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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한 인력 21만4609명은 외국인 근로자를 통해 채워야 한다는 단순계산이 나온다. 지난해 10월 기준 건설현장에서 약 32만 명의 외국인력이 일을 했지만, 이 가운데 E-9(비전문 취업비자)와 H-2(방문 취업동포비자) 등을 포함한 합법 근로는 4만~5만여 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사이 국내 건설인력의 고령화는 빠르게 진행 중이다. 2020년 말 기준 국내 모든 산업의 취업자 중 40대 이상 비중이 평균 64.6%인 데 비해 건설분야 기능인력(생산인력 등) 중 40대 이상 비중은 79.8%인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화 현상이 모든 산업에 나타나고 있지만, 건설업에서 유독 가파른 것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기능인력을 제외한 국내 기술인력(기술사·건축사·기사·경력자 등 관리자 또는 엔지니어) 가운데 30대 이하는 지난해 4만5958명(건설기술인협회 등록)으로 2001년 12만8151명 대비 3분의 1로 줄었다. 2011년(6만939명)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반면, 51~70세 기술인력은 2001년 2만7702명에서 20년 만인 지난해 28만1096명으로 약 10배 증가해 고령화의 심각성을 나타냈다. 71세 이상 기술인력 역시 같은 기간 약 10배 늘었다.
 
대한전문건설협회 관계자는 “과거 대비 강화된 불법체류 외국인근로자 단속과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면서 외국인근로자 비중이 많이 줄었다”며 “현장에서 체감하는 인력난이 매우 심각해 올해 초부터 외국인 고용제한 해제 등을 지속 건의해왔다”고 말했다.
 
▲ 고용노동부가 외국인력 고용허가제(E-9) 쿼터를 기존 5만9000명에서 6만9000명으로 확대했지만, 건설업에선 360명 증가해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에 8월31일 고용노동부는 외국인력 고용허가제(E-9) 쿼터를 기존 5만9000명에서 6만9000명으로 확대했다.
 
업종별로 제조업 6800명(75.4%), 농축산업 1230명(13.6%), 어업 610명(6.8%), 건설업 360명(4%)의 쿼터가 확대됐고, 업종 구분 없이 배정 가능한 탄력배정분 1000명(10%)을 설정했다. 이로써 건설업의 E-9 외국인력 쿼터는 기존 2400명에서 2760명으로 증가했다.
 
또 동일 사업주의 타 공사현장으로 인력이동이 가능해지도록 했다. 그동안에는 공사현장이 종료되거나 특정한 공정기간이 만료된 경우에만 현장 간 인력이동이 가능해 인력 운영에 어려움이 있다는 업계 불만이 제기돼온 터였다.
 
여전히 인력부족 호소…“근본적으로 근로환경부터 개선” 목소리 커
 
이 같은 대책에 업계 내에선 쿼터를 더 늘리고 허가 과정을 간소화해야 한다는 의견과, 인력 확대에 집중하기보다 근본적인 노동환경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는 의견 등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건설업에서 도로 등 사회기반시설(SOC) 토목현장은 산간·오지에 있어 근로 조건이 건축공사보다 열악해 특히 내국인력의 기피 현상이 심각하다. 이에 장기 고용이 가능한 E-9 외국인력 수요가 절대적으로 요구되고 있다.
 
최은정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실적으로 건설업 특성을 고려해 지금보다 E-9에 대한 쿼터 확대가 더 필요하다”며 “건설업의 외국인력(E-9) 수요는 현행 2760명 대비 2배 가까운 연간 최소 5000명 이상이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지적했다.
 
건설업에 적용되는 외국인력 고용허가제 자체가 까다롭다는 지적도 나온다. 내국인력 보호를 위해 현행 규정상 사업주는 외국인력 고용허가 신청 14일 전에 의무적으로 내국인 구인 노력을 해야 하는데, 이미 대부분의 내국인력이 일을 하고 있는 상태여서 녹록지 않다.
 
아울러, 현재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 제20조에 따르면, △고용허가 또는 특례 고용가능확인을 받지 않고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한 자 △외국인근로자의 고용허가나 특례 고용가능확인이 취소된 자 등은 그 사실이 발생한 날부터 3년간 외국인근로자의 고용을 제한하고 있는데, 건설업의 경우 불법 고용이 발생한 현장만이 아니라 해당 건설업체가 관리하는 모든 공사현장의 외국인근로자 고용이 제한되고 있어 공사 진행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 많다.
 
최 연구위원은 “(지나친 규제로 인한) 불법 외국인근로자 고용을 근절하려면 현재 고용제한 행정처분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며 “행정처분 부과 시 위반 사유에 따라 단계별 처벌 부과를 고려해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 8월21일 서울역 광장에서 이주노동자 처우 개선 집회가 진행되고 있는 모습. 열흘 뒤 고용노동부는 외국인근로자 쿼터와 인력이동 범위를 확대하는 등 제도 개선 방안을 내놓았다. ⓒ스카이데일리
 
반면, 노동계에선 근로환경 개선 등 근본적인 변화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익명을 요청한 건설업계 노조 관계자는 “건설현장 인력난이 심각하기 때문에 물리적으로 인력 확대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단순히 저임금에 인력을 확보하려는 것보다 현장 안전성 확보와 근로자 처우 개선 등을 통해 내국인력을 유인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동계의 이러한 지적은 상대적으로 열악한 근로환경에 놓인 외국인근로자가 사고위험에 더 많이 노출돼 있다는 주장에 기인한다.
 
노조 관계자는 “E-9 비자라는 것은 말 그대로 ‘비전문’ 취업비자인데 산업안전보건교육 4시간을 받고 곧바로 현장에 투입된다”며 “이마저도 언어가 달라 알아듣지 못하는 경우도 많은데, 정작 이들 대부분이 내국인이 기피하거나 상대적으로 위험한 현장에 배치되는 사례가 많아 안전 사각지대에 놓이게 되는 실정”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고용노동부와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올해 8월까지 3년간 외국인근로자의 산재 신청 건수는 2만2361건이며 매년 증가 추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에서도 근로자 100명당 발생하는 사고 재해자 비율인 사고재해율이 전체 근로자가 0.49%인 반면, 외국인근로자 집단은 0.87%로 2배 가까이 나타났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외국인근로자 쿼터를 확대함과 동시에 안전교육·현장안전확보·산재처리·임금구조개선 등 전방위적 근로환경 개선으로 사고재해율은 낮추고, 내국인도 새로 유입될 수 있는 건설현장을 만들어 국내 건설업이 명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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