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로데오거리 상권’이 재기의 날갯짓을 시작하는 모습이다. 과거 강남의 최대 번화가로 불리던 이곳은 인근 가로수길 상권의 등장과 높은 임대료로 인해 한 동안 침체의 길을 걸었었다. 하지만 최근 상권 부흥을 위해 건물주들이 자발적으로 임대료를 내리기 시작했고, 여기에 기존 상인들도 매장 임대 계약을 연장하면서 상가가 속속 늘어나고 있다. 자연스레 상권도 활기를 되찾아가고 있다.
압구정로데오거리 인근 부동산 등에 따르면 압구정로데오거리 상권 내 점포 임대료는 최근 들어 꾸준히 내림세를 보이는 추세다. 위치·건물·점포별로 다소 차이가 있긴 하지만 메인거리의 1층 10평 기준 점포 보증금은 2~3년 전에는 억대를 호가했지만 지금은 5~6000만원대로 떨어졌다. 기존 480만원대에 형성됐던 임대료 역시 320만원대로 낮아졌다.
어지간한 강북 지역 메인상권 점포보다 임대료 시세가 더 낮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하면서 오랫동안 공실로 방치돼 있던 점포들이 차곡차곡 채워지고 있다. 한 공인중개사는 “최근 들어 부쩍 계약 문의가 많아졌다”며 “공실을 보러 와도 앞에 손님 때문에 대기를 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유명 연예인 점포 임대 계약 사례도 확인됐다. 인근 한 부동산 관계자에 따르면 로데오거리 중심에 위치한 점포 1, 2층을 개그맨 정준하가 계약을 완료했다. 이곳은 식당 입점이 확정돼 현재 인테리어 공사가 진행 중이다.
보증금無·임대료 인하 추세 계속…인근 가로수길 상인 이주 고민
압구정로데오거리는 강남 패션의 메카라는 명성답게 명품 편집샵, 헤어샵, 중고 명품점 등과 감성적 분위기를 자아내는 레스토랑 등 다양한 업종의 점포들이 모여 있다. 나이스 비즈맵 상권분석 자료에 따르면 압구정로데오거리가 위치한 압구정동은 전체인구 중 외부 유입인구가 53.9%를 차지한다. 상업시설 비율이 높은 지역이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상권 이용비중은 월~토요일이 10~20%대인 반면, 일요일은 7.14%로 저조했다. 평일 오후 3시~6시 상권 이용률이 35.8%로 가장 많았다. 압구정로데오거리를 찾는 일대 주거 인구는 직장인 인구에 비해 현저히 적었다. 지난 6월 기준, 압구정로데오거리를 찾는 직장인 인구는 2970명인 반면 주거 인구는 82명에 불과했다.
직장인들이 즐겨 찾는 번화가 성격이 짙은 압구정로데오거리 상권은 임대료 하락 여파에 힘입어 점차 활기를 띄는 분위기다. 압구정 로데오 메인거리에서 4개월째 청바지 매장 매니저를 맡고 있는 박대현(남·34)씨는 “지난해부터 전반적인 임대료 하락이 이뤄지고 있는데 곧 1~2년 안에 상권이 다시 살아날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흔히 압구정로데오 거리를 인근의 신사동 가로수길과 많이 비교하는데 가로수길도 최근 임대료 포화 상태가 온 것으로 알고 있다”며 “가로수길에서 장사를 하던 사람들도 최근 비교적 거리가 가까운 이 곳 압구정로데오로 옮겨오는 것을 많이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 매니저는 “압구정은 일반 시민 뿐 아니라 외국인이 주로 찾는 쇼핑 관광지 중 한 곳으로 우리매장 청바지 브랜드의 경우 이탈리아에서 유명세를 타 유럽 손님들도 종종 찾고 있다”며 “청바지는 16만원대가 가장 많이 판매되고 있으며 하루 평균 15팀 정도의 손님이 찾아온다”고 귀띔했다.
메인도로 상가 2층 점포에서 2년 3개월째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홍대우(남·33)씨는 “영업 첫 달 하루 6명이던 점심식사 손님을 150명까지 끌어올렸다”며 “창업을 고민할 당시 강남임에도 타 지역보다 월세가 저렴하고 권리금이 없다는 점 때문에 이곳을 선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영업 초기 장사가 안 될 때는 ‘싼 곳에는 다 이유가 있다’는 생각에 속았다는 느낌이었지만 이내 생각을 바꿨다”며 “환경보다 나 자신을 되돌아보고 새로운 전략을 구사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지금 오후 12~1시 점심시간에 저렴한 한식 뷔페를 운영하고 있는데 손님들이 1층 계단까지 줄을 서야 식사를 할 수 있을 정도다”고 강조했다.
홍 씨는 예비 창업자들에 대해 “지나다니는 사람을 찾기 힘들 정도로 아직 유동인구가 많지 않다”며 “외식업의 경우 이곳의 수요를 파악해 남들과 다른 분야를 공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시민들도 압구정로데오거리의 변화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강남구청역 인근에 거주하고 있는 홍성문(남·37)씨는 “다른 강남지역보다 압구정로데오가 특히 조용해서 자주 찾고 있다”며 “이곳은 아는 사람들만 찾는 장소가 대부분이라 단골손님 위주로 장사하는 점포가 많다”고 말했다.
로데오 거리 안에 위치한 대원 칸타빌 아파트에 살고 있는 박상미(여·42) 씨는 “최근 들어 이곳에서 할인 행사를 진행하는 점포를 자주 목격한다”며 “할인행사를 실시하는 점포는 손님들로 가득차곤 차는데, 이런 점에 비춰볼 때 앞으로 이곳 상권이 더욱 활기를 띌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재기의 날갯짓 압구정로데오거리 상권…주차공간 확보, 대형매장 확충 시급
인근 상인들과 부동산업계 등에 따르면 압구정로데오상권의 주요한 문제점은 주차공간이 부족해 쇼핑을 하러 온 사람들의 접근성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점이다.
로데오거리 D공인중개사사무소 김태훈(가명) 대표는 “이 일대는 주차공간이 부족해 대부분 상가들은 발렛 파킹을 진행하고 있다”며 “구청의 주차단속 때문에 5분간의 주차도 힘들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상권을 활성화를 약속한 구청이 직접 나서서 주차문제를 해결해 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주차문제와 함께 대형평수 점포의 부재 현상도 문제점으로 꼽혔다. 백제공인중개사사무로 권기찬 실장은 “압구정로데오의 대로변 1층 상가 대부분은 10평 안팎 규모다”며 “유동인구를 잡기 위해서는 대형공간의 음식점이 필요하고 음식점이 아니더라도 새로운 아이템의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지현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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