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사람들이 입양할 때 대부분 비밀 입양을 했었는데 이것은 지극히 어른 중심적인 사고예요. 입양이 부끄러운 것도 아닌데 그 사실을 숨기려 한다면 그 과정에서 아이는 더 상처 받을 수 있죠. 공개적으로 입양 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고 싶어요”
한국입양홍보회에서 입양 관련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주진경 강사는 공개 입양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국입양홍보회는 영어표기인 ‘Mission to Promote Adoption in Kokrea’의 약칭을 따서 ‘엠펙(MPACK)’이라 부르기도 한다. 엠펙은 국내 입양을 장려·홍보하기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주관하고 입양 가족을 다방면으로 지원하기 위해 지난 2003년 정식 출범한 사단법인이다.
입양문화 정착에 가장 큰 걸림돌은 편견…반편견 입양교육 프로그램 전개
‘엠펙’이 가장 중요하게 다루는 사업으로는 ‘반편견 입양교육 프로그램’이 있다. 말 그대로 입양에 대해 잘못된 편견을 바로잡기 위한 교육 활동이다. 입양을 바라보는 그릇된 시각이 국내 입양 활성화를 방해하는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게 주 강사의 설명이다.
“입양에 대해 제대로 알았으면 해요. 입양아들이 사춘기에 말썽 피우진 않을까 혹은 입양아들이 집에서 학대당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편견이죠. 아이들이 보호와 지지를 받을 수 있는 가정이 생긴다는 측면에서 입양은 오히려 긍정적인 면이 훨씬 커요”
가정복지 관련 연구를 살펴봐도 뿌리 깊은 혈연 의식과 필요에 의한 입양이라는 사회적 편견이 국내 입양을 침체시키고 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엠펙에서는 반편견 입양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성인중심의 입양 개념과 사회에 만연한 혈연 의식을 타파하고 입양의 바른 의미를 전달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일반 학생부터 어른들까지 신청만 하면 반편견 입양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어요. 어렸을 때부터 지속적으로 교육을 받다보면 일반 가정과 똑같이 바라보고 대할 수 있는 사고를 함양할 수 있죠. 혈연이 아니더라도 가족이 되는 부부처럼 입양을 또 다른 형태의 가족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하는 것이 교육의 목적이에요”
엠펙에서 후원금과 사업비 관리 등 회계를 담당하고 있는 손명원(33·여) 사원 역시 입양을 바라보는 사회적 편견의 무서움에 대해 역설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갖고 있던 생각들이 알고 보니 편견이었다고 그는 밝혔다.
“입양이란 숨기는 걸로만 생각했었는데 당당하게 공개하는 것을 보면서 나도 모르는 사이 편견을 갖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죠. 특히 ‘난 입양해서 아이를 키울 자격과 능력이 안돼’라고 생각하는 어른도 일종의 편견 같아요. 지금보다 국내 입양이 원활하게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죠”
사회복지사 정영란(48·여) 팀장은 △전국입양가족대회 △저소득입양가정 생활비 지원 △강사 교육 △입양가족 상담 등 엠펙이 추진하는 여러 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정 팀장 역시 반편견 입양교육 프로그램이 가장 중요한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입양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발전해 나가는 것이 중요해요. 만약 입양에 대한 편견이 그대로라면 입양 사실을 공개했을 때 아이들이 상처를 받을 수밖에 없어요. 반편견 입양교육 같은 프로그램을 국가 차원에서 홍보하고 지원하면 훨씬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반편견 입양교육 프로그램은 보건복지부에서 지원하고 한국입양홍보회에서 주관하고 있다. 국내 입양률이 날이 지날수록 저조해지자 보건복지부에서도 해당 사업을 활성화시킬 방안을 모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시설에서 어느 정도 성장해서 입양된 아이들은 부모와 괴리감을 느낄 수밖에 없죠. 입양아와 입양부모 모두 교육이 필요한 이유에요. 예를 들어 정부 차원에서 입양 교육을 의무 과정에 포함시키면 학생들의 인식도 개선되고 이후 사회적으로 입양에 대한 자연스런 분위기가 형성되지 않을까요”
입양에 대한 인식전환과 관련된 법과 미디어 역할 중요…전방위적인 노력 필요
입양특례법은 지난 2011년 개정된 후 2012년 8월 시행됐다. 친부모에게서 양육될 아동의 권리를 최우선으로 보장하고 입양절차가 아동 복리를 중심으로 이뤄지도록 국가 관리·감독을 강화한다는 것이 골자다. 개정된 사항은 △의무 출생 신고 △1주일간 입양숙려 기간 도입 △양부모 자격기준 강화 △국내입양 우선 추진제 등이다.
하지만 법이 개정된 이후 논란이 적지 않았다. 입양기관에 맡길 때 출생신고를 하라는 것은 현실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미혼모에게는 기록으로 남아 버리기 때문이다. 정영란 팀장은 실제로 미혼모가 출생신고를 못하는 상황이 빈번하기 때문에 아기들은 결국 입양기관이 아닌 베이비박스로 가거나 목숨이 위협받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아이가 입양되면 호적상에서 지워지지만 그 전까진 기록이 남아있어 미혼모들이 생활할 때 어려움이 많아요. 호적을 지우기 위해 법원의 허가를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 입양하려는 부모들도 지치죠. 법적인 절차가 너무 까다롭고 어렵게 바뀐 셈이에요”
“법의 허점이 아이들에게 대단히 위험한 상황을 초래할 수도 있는데 아동 권리를 외치기 전 아이들의 생명권을 우선 생각해야 돼요. 미혼모 같은 경우 아이를 키울 수 없는 상황에서 입양조차 보낼 수 없다면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도 있기 때문이죠”
현행법에 보완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정영란 팀장과 주진경 강사는 입양에 대한 미디어의 관심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언론을 통해 공론화가 이뤄져야 하는데 대다수 미디어들은 국내 입양에 대해 무신경하다고 피력했다.
“미디어에서는 입양에 대해 부정적이고 자극적으로만 다루는 경우가 많아요. 뿐만 아니라 드라마나 영화에서도 입양은 단골 소재인데 현실을 반영하고 있지 않고 있어 답답해요. 현실을 반영한 법 개정이 필요해요. 국내 입양을 위해 많은 사람들이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졌으면 좋겠어요”
[정희조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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