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에서 주로 활동하던 제가 강단에 서게 될지 꿈에도 생각 못했죠. 이제 강단이야 말로 제가 진정 꿈꾸고 원하던 자리였다고 생각합니다.”
개그맨 겸 사회자로 알려진 표영호(50)가 강의 콘텐츠를 전문으로 제작하고 수요자와 공급자를 연결하는 사업가로 변신했다. 이제는 방송보다 강단이 더 익숙하다는 그는 6년째 강연 문화 콘텐츠를 만드는 기업인 굿마이크 대표로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유튜브나 유명사이트에 재밌고 유익한 강의 콘텐츠들이 많죠. 강연을 의뢰하는 기업이 어떤 주제를 주문하든지 강사와 청중이 소통하고 즐길 수 있는 강의를 만들고자 합니다.”
표영호 대표는 1993년 MBC 4기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했다. 2000년대 들어 팀을 이뤄 몰려다니는 ‘버라이어티’ 예능이 유행하면서 표 대표는 방송 활동을 줄여갔다. 말보다 몸을 쓰는 프로그램 요소가 맞지 않은 탓이다.
그는 2002년부터 고깃집, 북카페, 외식사업 등 여러 사업을 벌였으나 잇따라 실패를 이어갔다. 급기야 해서는 안 될 생각까지 들기도 했다. 삶의 절벽 끝에서 그는 수많은 이를 만났던 경험을 살려 굿마이크를 창업했다.
지적 콘텐츠 생산 갈구해 시작한 강의 사업, 6년째 승승장구
“TV토크쇼를 진행하다 김문훈 포도원 교회 목사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더라도 어느 집이건 문제가 있더라는 거예요. 다만 배우자 중 누구든 한 명이 정신 차리고 집안을 지키면 자녀건 가정이건 언제고 회복됐다고 말씀했죠. 그 얘기를 방송에서만 듣기엔 무척 짧다고 생각했죠.”
김문훈 목사 강의가 그를 강의에 빠지게 했다. 강의의 여운을 느끼기에 방송으론 충분치 않아 부산까지 찾아가 김 목사의 설교와 강의를 몰래 들었다.
“공병호 박사가 혁신이라는 주제로 한 강의가 기억에 남아요. 혁신은 말뜻 그대로 가죽을 벗고 새롭게 태어나는 것을 의미하죠. 그동안 실패만 거듭하던 제 모습을 발견했죠.”
표영호 대표는 지인들로부터 좋은 강의를 소개받았다. 또 명사들을 찾아다니며 ‘내 안의 혁신’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는 지적 콘텐츠를 생산하겠다고 마음 먹고 강의 전문 사업을 시작했다.
“저는 대학에서 연극학을 전공했고 방송 진행 경험을 많이 갖고 있어 따로 스피치 학원을 다니며 강연법을 익히지 않았어요. 영상을 많이 봤고 이론공부, 화법 등을 연구했죠.”
표영호 대표는 ‘재미있는 소통 강의’를 통해 아카데미, 기업, 지방자치단체에서 강연하고 있다. 그의 강의는 1년에 200회 이상 예약이 잡혀 있을 정도로 인기가 좋다. 굿마이크에는 표 대표 외에도 유명 강사들이 등록돼 있다. 강연을 원하는 단체는 굿마이크를 통해 강사를 소개받을 수 있다. 또 강의 콘텐츠를 만드는 강사양성과정도 보유하고 있다.
굿마이크는 2013년 LSA 과정을 개설했다. 이 과정은 말하기 역량을 키우는 프로그램이다. 표영호 대표는 물론, 김병찬 전 KBS 아나운서, 김용신 CBS 아나운서, 홍영만 전 KAMCO(한국자산관리공사) 사장 등이 강사다. 강연자나 수강자 사이에 인맥도 형성할 수 있다. 그러다보니 요즘 최고경영자(CEO)이 선호하는 강좌로 꼽힌다. 이 강좌는 어느덧 15기 수료생을 배출했다. 홍영만 전 사장, 이수진 야놀자 대표 등 최고경영자가 수료했다.
“6기 수료생 이수진 야놀자 대표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요즘 보기 드문 개천에서 난 용이죠. 굉장히 진취적이고 성실한 분이죠. 최고경영자 자리에 올라도 모르는 건 끊임없이 배워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분이라 제가 오히려 더 많이 배우고 있어요.”
표영호 대표는 좋은 강사의 최우선 조건으로 인성을 꼽는다. 훌륭한 인성을 갖춘 이가 재미와 감동을 주는 표현법을 익힐 수 있고 좋은 강사로 성장할 수 있다고 한다. 표 대표는 재미와 감동이 없는 주제는 차별화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강연자와 청중 간 소통, 강연 시간, 강연자 섭외 등 여러 요소가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강사가 훌륭한 인격을 갖춰야 합니다. 교육 대상이 좋은 인성을 갖고 있지 않으면 강연 교육은 모래성 쌓기와 다름이 없습니다.”
장소·시설은 강의에 최적…인력 인프라 뒷받침 돼야
국내 강의 환경은 선진국 못지 않다. 언제든지 강의할 수 있는 시설이나 장소가 곳곳에 갖춰져있다. 다만 표영호 대표는 콘텐츠와 강사 면에서는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외국에 나가 강연을 많이 들었어요. 국내 강의산업 환경이 외국과 비교해 뒤지지 않아요. 하지만 강의를 이끌어나가는 콘텐츠와 강사가 부족한게 흠이죠. 명강사가 많이 부족해요.”
표 대표는 외국의 TED 강의를 예로 들었다. 테드는 비영리 기술·오락·디자인 강연회다. 일종의 재능 기부이자 지식·경험 공유 체계로 강의내용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강사 양성에도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그는 강의문화가 발전하려면 정부가 활발히 지원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우리 회사도 소통전문가 자격증을 발급하고 있어요. 정부가 공인 자격증을 발급해 소통전문가를 더 많이 배출했으면 좋겠어요. 훌륭한 강연은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 있답니다. 제가 좋은 사례죠.”
표영호대표는 깊은 여운이 남아 수강생이 내면을 돌아보고 새롭게 다짐하는 강의를 좋은 강의라고 정의한다.
“살다보면 누구나 힘든 시기가 오잖아요, 힘들 때 이겨내려고 애쓰기 보다는 지나가도록 견뎌내는 게 중요해요. 저도 어려운 시간을 자신과 대화하며 견뎠어요. 삶은 자신과, 또 타인과 끊임없이 대화를 시도하는 과정인 듯요. 그게 소통이 아닐까요.”
[이지현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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