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잠원동에는 두 가지 메뉴를 파는 가게들이 즐비한 탓에 거리명 자체가 이들 두 메뉴의 이름을 토대로 지어졌다. 특화 메뉴는 간장게장, 아구찜(아귀찜) 등이며 거리 이름도 간장게장거리 혹은 아구찜거리 등으로 지어졌다. 지하철 3호선 신사역 4번 출구 방면에 나 있는 이곳은 과거 1980년대 중반부터 차쯤 알려지기 시작해 1990년대 전성기를 누렸다.
하지만 최근에는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인근 가로수길, 논현동 먹자골목 등으로 사람들의 발길이 옮겨가면서 이곳을 찾는 고객들이 발길은 점차 줄고 있다. 과거 강남의 대표 클럽으로 명성이 자자했던 리버사이드호텔 ‘물 나이트클럽’의 영향 덕분에 밤에도 불야성을 이뤘지만 지금은 늦은 밤 시간대가 되면 한산한 분위기까지 풍기고 있다.
가로수길, 논현동먹자골목 등 신흥 유흥상권 등장에 강남 대표 유흥상권 명맥 잃어
잠원동 간장게장·아구찜거리 일대 상인들에 따르면 과거 이곳에는 38년 동안 자리를 지키고 있는 터줏대감 ‘프로간장게장’을 포함해 ‘마산방박사’, ‘똘이네 간장게장’ 등 20여개의 간장게장·아구찜 가게가 있었다. 지금은 하나 둘 씩 문을 닫고 고작 6개 밖에 남지 않았다. 업소명이 지명을 대체할 만큼 이름을 떨쳤던 ‘방박사’도 문을 닫았다.
상권분석시스템에 따르면 이곳 고객층의 90%는 직장인이다. 연령대는 △20대 15.12% △30대 32.27% △40대 26.32% △50대 14.72% △60대 11.57% 등으로 고루 분포돼 있다. 서울의 대표 유흥상권 중 한곳인 신사역 상권에서 20대 고객층이 가장 적은 비율을 보이는 곳이기도 하다.
인근 부동산에 따르면 간장게장·아구찜거리 불황의 배경에는 인근 상권의 급격한 성장이 자리하고 있다. 특히 지근거리에 위치한 가로수길의 팽창이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신사동 가로수길은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 주민센터에서 국제광고회사 TBWA 건물까지의 655m 구간을 통칭하는 지명이다. 가로수로 심겨진 은행나무들이 줄지어 늘어진 모습에서 이 같은 이름이 붙었다.
가로수길은 계획적으로 조성된 공간이 아닌 갤러리와 패션, 디자인 관련 시설에 의해 자생적으로 성장해온 상업지다. 압구정 로데오 거리, 청담동 갤러리 거리처럼 문화와 쇼핑이 어우러져 지역의 상징적인 존재로 떠오르고 있다.
가로수길의 높은 인기로 20~30대의 젊은 층이 빠르게 빠져나가면서 간장게장·아구찜거리는 상대적으로 위축됐다. 권리금이 1억2000만원을 넘나들었던 예전에 비해 지금은 권리금이 없는 매물도 나가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아예 업종까지 변경해가며 활로를 모색 중인 가게들도 생겨나는 추세다.
간장게장·아구찜거리에 자리한 ‘온돌본가’는 30년 전 거리 특화 메뉴인 아구찜으로 처음 문을 열었지만 얼마 전 매운 갈비로 업종을 변경했다. 연예인 등 유명 인사들의 사인이 벽면을 빼곡하게 채우고 있을 정도로 유명한 곳이었지만 최근에는 과거의 명성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손님이 뜸한 편이다.
김동철(66세·남·가명) 사장은 “경기불황으로 인해 사람들이 많이 줄었다”며 “예전에는 주말 매출이 더 높았는데 지금은 차라리 직장인들이 오는 평일 수익이 더 나은 편이다”고 말했다. 이어 “20대는 잘 안 오고 30대 직장인들이나 4·50대의 어른들의 가족 중심으로 오는 편이다”고 덧붙였다.
다른 가게 역시 상황은 비슷했다. 목포항 간장게장·아구찜 관계자도 “이곳의 랜드마크였던 리버사이드호텔의 나이트클럽이 사라진 후 유흥 상권의 이점이 사라졌다”며 “이제 신사역에 오는 사람들의 발길은 거의 가로수길로 향한다”고 토로했다.
손님은 줄었지만 임대료는 여전히 고공행진…거리 안팎 월 임대료 최소 200만원 차이
간장게장·아구찜거리는 과거에 비해 손님들의 발길이 끊겨 유흥 상권으로의 색채가 점차 희미해지고 있지만 임대료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인근 부동산에 따르면 과거 유흥상권으로서 전성기를 누렸던 시절 가게 위치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긴 했지만 거리 자체에 프리미엄이 붙어 있었다.
손님들의 발길이 크게 줄어든 최근에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30평대 가게의 경우 거리를 벗어나면 보증금 8000만원, 월 350만원 등의 임대료를 보인다. 하지만 거리에 들어서는 순간 같은 평수 기준 보증금 1억, 월 550만원 등으로 임대료가 껑충 뛴다. 입지에 따라 월 임대료가 600만원을 넘어가는 곳도 있다.
‘마산콧털네’를 운영하는 박정식 사장은 “높은 임대료뿐만 아니라 관리비, 인건비도 나가서 사실 매출에 25%만이 순수익이다”며 “현재 임대료에 수지를 맞출려면 한 달에 6000만원은 나와야 하지만 현재 그 정도 버는 가게는 이 동네에서 손에 꼽힐 정도다”고 말했다.
잠원동 신세계 부동산 관계자는 “거리 내 임대료는 여전히 비싼 수준을 보이지만 매출은 그게 한참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며 “만약 간장게장·아구찜거리에서 창업을 하고자 하는 사람이 있다면 솔직히 말리고 싶은 심정이 굴뚝같지만 그래도 하겠다면 철저한 준비 후에 확실한 아이템을 가지고 창업하라고 조언하고 싶다”고 말했다.
[정희조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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