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부한 직장인수요를 바탕으로 승승장구하던 강남대로 이면도로 상권이 침체일로를 겪고 있다. 정확히는 지하철 3호선과 신분당선이 교차하는 양재역 1·2번 출구부터 뱅뱅사거리까지 이르는 강남대로의 이면도로 구간이다.
과거 이곳은 서초구청, 한국전력공사 서초지사 등 대규모 오피스와 더불어 크고 작은 오피스들이 옹기종기 몰려있어 이곳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점심·저녁식사를 판매하는 업종들이 주를 이뤘다.
비교적 안정적인 매출을 자랑하던 상권에 변화의 조짐이 보인 것은 오피스들이 속속 이탈하면서 부터다. 일대의 높은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한 상당수 업체들이 경기 성남 판교테크노밸리 등 서울·수도권 일대 저렴한 업무지구로 속속 자리를 옮기기 시작하면서 상권의 활기도 점차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
썰물처럼 빠져나간 넥타이부대…“몇 걸음이면 강남역, 저녁장사 손 놓았어요”
소상공인 상권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해당 상권 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업종은 백반·한정식 등을 판매하는 한식음식점이다. 직장인구가 거주인구의 세배를 웃돌 정도로 높은 비율을 자랑하다보니 자연히 이들을 대상으로 한 업종들이 주를 이루게 된 셈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상황이 변하고 있다. 지난 2015년 말 기준 82개에 이르렀던 한식당 수는 지난 9월 말 현재 42개로 급감한 상태다. 직장인들이 저녁식사를 겸한 술자리를 갖기 위해 즐겨 찾는 갈비·삼겹살 업종의 경우 지난해 6월 14개를 기록했으나 지난 9월 말 기준 8개만이 영업을 이어오고 있다.
단기간 내 상권이 침체한 배경으로는 고객, 즉 직장인구 감소가 꼽힌다. 일대 부동산 등에 따르면 일대 오피스빌딩 약 30%가 공실로 방치된 상태다. 한 관계자는 “비싼 임대료를 견디지 못하고 다른 곳으로 이전한 사무실이 많기 때문이다”고 분석했다.
사무실이 옮겨가면서 소속 직원들 역시 유출됐지만 높은 임대료 탓에 빈자리를 채울 기업이 나타나지 않으면서 인근 유동인구 감소가 가속화 됐고, 결국 일대 상권 또한 침체됐다는 의미였다. 그나마 남아있는 직장인들도 썰렁해진 이곳 대신 퇴근 후 강남역 인근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추세라고 인근 상인들을 토로했다.
상권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시간대별 매출비율이 가장 높게 나온 시간대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까지(37.7%)다. 퇴근시간대인 오후 5시부터 9시까지 시간대의 매출비중은 25.3%를 차지해 그 뒤를 이었으나 일반적인 오피스상권과 확연히 다른 양상임을 확인할 수 있다.
한 상인은 “저녁장사의 경우 점심장사보다 단가가 높고 술자리를 겸하는 경우가 많아 매출만 놓고 봤을 때 훨씬 잘 나와야 하는 것이 정상이다”며 “가뜩이나 인구가 줄어든 데다 강남역 인근으로 이동해 저녁식사를 겸한 술자리를 갖는 이들이 많다보니 사실 상 반쪽짜리 상권으로 전락하게 됐다”고 토로했다.
당구장을 운영하는 장백민(55·남·가명)사장은 ”처음 가게를 낼 때만 해도 거대 직장인 상권이라 기대감 역시 컸던 것이 사실이다“면서 ”테이블 6개를 놓고 영업하는데 하루 10팀 안팎을 받는 것이 고작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돗자리만 펴도 장사가 잘되던 예전 강남을 떠올려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감소한 고객에 상인들 울상…아침식사·건강식단 등 틈새시장 노리며 생존 안간힘
10년 가까이 파스타가게를 운영해 왔다는 황명국(57·남·가명) 씨는 “불과 몇 달 전만 하더라도 유사업종 가게만 5개에 달했는데 속속 철수하더니 지금은 우리 가게뿐이다”면서 “없어진 가게들 중 한곳은 유명 셰프가 운영하던 레스토랑이었다”고 언급했다.
마찬가지로 10년째 24시간 설렁탕집을 운영해왔다는 조영재(36·남)씨는 “길 건너로 비즈니스호텔이 들어서고 인근 아파트 재건축이 추진되는 등 지난 10년간 동네도 숱한 변화를 겪어왔다”면서 “처음 가게를 오픈할 때만 해도 직장인구가 확실히 지금보다 훨씬 많았는데 사무실이 빠지면서 인구가 줄었고, 이런 와중에 식당수는 그대로니 고객들이 상당히 분산됐다”고 전했다.
상권 전반에 부진의 늪이 계속되자 틈새시장을 공략하며 생존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점포들도 속속 생겨나는 추세다. 표희주(47·여·가명) 씨는 지난해 수제샌드위치가게를 오픈했다. 창업을 준비하면서 직장인 인구가 감소하고 있음을 모를 리 없었지만 일대 가게들과 차별화된 노선을 걷게겠다며 장사를 시작했다.
표 사장은 “아침에는 간단하고 저렴한 샌드위치가 점심에는 식사대용으로 먹을 수 있는 샐러드가 주로 팔린다”면서 “이를 주력삼아 아침·점심 메뉴를 중심으로 꾸준히 매뉴개발에 나서는 중이다”고 소개했다. 이어 그는 “일주일에 3~4번씩 30개 이상 대량주문이 이뤄지기도 한다”며 “저렴한 제품단가임에도 월 2000만원의 매출을 기록한다”고 말했다.
그는 “직장인들이 많이 빠졌지만 여전히 이곳은 상당규모의 직장인들이 소비하는 공간이다”면서 “아무래도 음식점이 몰릴 수밖에 없는 상권이지만 ‘맛으로 승부보겠다’며 천편일률적인 가게를 운영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또 “철저한 시장조사를 통해 메뉴 및 가게 콘셉트를 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지현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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