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마니아의 최종목적지 ‘홈 로스팅’ 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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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스타 이정화의 힐링 커피타임

환경·방법·도구 제약 없이 즐기기…골고루 섞고 끝내는 시점 잘 정해야

이정화 필진페이지 + 입력 2018-02-12 10:29:17

커피를 좋아하게 되면 일단 좋다는 카페와 맛있는 커피를 찾아다니게 되고 내 손으로 커피를 만들어 마시고 싶어진다. 급기야는 커피를 직접 볶아서 나의 원두를 만들고 싶어진다. ‘로스팅’은 어쩌면 커피 마니아들이 그토록 원하는 최종 목적지에 가까운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커피를 추출하는 일련의 과정과 커피를 선별하고 맛을 감별하는 커퍼의 작업, 그 외 커피와 관련된 모든 일들이 커피에 있어서는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는 신성한(?) 일이겠다. 그러나 생두를 볶아서 원두를 만들어 커피 추출의 시작점을 만드는 로스팅 작업은 그 만족도와 결과물이 주는 중독성이 가히 최고라 본다.

그만큼 로스팅은 어렵고 끝을 모르는 연구와 수행이 요구된다는 것을 일반인들을 사실 잘 모른다. 나도 로스팅을 사랑하는 바리스타지만 감히 로스터를 자처할 수는 없다. 그냥 ‘로스팅 애호가’ 정도로 봐주면 될 것 같다.

로스팅이 어려운 이유는 이렇다. 그 과정도 만만치 않지만 각 생두의 특성에 대해 완벽히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그 해 수확한 생두의 상태에 대해서도 알아야 하고 특성을 안다 해도 각 생두의 로스팅 포인트에 대해서도 꿰뚫고 있어야 한다. 심지어 로스팅하는 그날그날의 날씨와 작업 환경에 따라서도 과정을 다르게 적용해야 할 만큼 아주 섬세한 작업이다.

한때 로스터와 바리스타를 분리해야 하는가 마는가로 논쟁을 벌이는 기사를 접한 적이 있다. 그 때는 이게 무슨 소린가 했었는데 어느 정도 커피 세계에 발을 붙이고 있다 보니 이제는 그 말을 이해할 수 있을 것도 같다. 커피를 볶는 로스터와 커피를 추출하는 바리스타의 일은 비슷하면서도 매우 다른 재능을 요하는 일이라 생각된다.

그렇다고 해도 나같은 로스팅 애호가와 커피 마니아들이 기가 죽어 로스팅을 멀리 할 일은 아니다. 우리에게는 ‘홈 로스팅’이라는 또 다른 세계가 있다. 비록 전문 로스터들과 비교할 수는 없어도 ‘홈 로스터’들은 비전문적 분야에서 우리 나름 즐겁게 로스팅을 즐기면 그만이다.

홈 로스팅이 좋은 이유는 그 환경과 방법에 제한이 없어서다. 로스팅 도구로 프라이팬·냄비·오븐·수망 등을 사용해도, 심지어 뚝배기를 사용해도, 그 무엇을 사용해도 상관없다. 내가 좋아하고 쓰고 싶은 도구로 일단 시작하면 된다.

손재주가 있는 분들은 스스로 만들어서 쓰기도 한다. 조금 서툴면 어떠랴. 내가 좋아하는 커피 볶는 데 누가 뭐랄 사람 없다.

생두의 종류도 무엇이든 내가 좋아하는 커피로 시작한다. ‘예가체프’를 좋아하면 예가체프로, ‘케냐’를 좋아하면 케냐로, ‘로부스타’를 좋아하면 로부스타로 해도 상관없다. 볶는 방법도 자유롭게. 가스도 숯불도 전기도 좋다. 열원도 자유롭게.

처음엔 실패도 하겠지만, 몇 번 하다보면 나만의 요령이 생긴다. 서툴러서 얼룩덜룩 고르지 않게 나올 때도 있지만 내 커피를 내가 볶을 때의 즐거움과 내가 볶은 원두를 사용해서 내려 마시는 커피의 맛은 돈 주고 사먹는 커피와는 비교도 안 된다.

로스팅을 하다 보면 나 혼자 먹기엔 커피가 너무 많아진다. 조금 자신감이 생기면 나만 먹는 게 아니라 커피를 볶아서 주변 사람들과 나누는 즐거움은 덤이다. 이렇게 설레발을 쳤으니 홈 로스팅에 도전하고 싶은 분들을 위해 약간의 조언을 붙인다.

먼저 생두를 구입한다. 생두는 온라인으로 구입하는 것이 제일 편하다. 오프라인에서도 살 수는 있지만 찾기가 쉽지 않다. 생두를 사면 도구를 선택한다. 앞에서 말했다시피 그 어떤 도구도 상관없다. 볶으려면 열원이 필수이므로 열원도 선택한다.

생두의 양은 100g 이하로 조절하는 것이 좋다. 처음부터 너무 많은 양으로 시작하면 실패할 확률도 높고 포인트 잡기가 쉽지 않다. 처음엔 약한 불로 수분 날리기를 해 준다. 생두가 녹색에서 노란색으로 변하면 살짝 불을 세게 한다. 본격적으로 로스팅이 시작된다.

생두가 볶아질수록 색은 짙어지며, 1차 크랙(금) 현상이 일어난다. 팝콘이 터지듯이 ‘탁-탁-’ 하는 소리와 함께 커피 알이 커지고 색은 갈색이 된다. 여기서 로스팅이 더 진행되면 2차 크랙이 생기고 색은 검은색에 가까워지며 기름도 보인다. 로스팅을 끝내는 시점은 각자가 정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두 가지다. 커피가 골고루 열을 받도록 볶는 과정 중에 끊임없이 잘 섞어 주는 것과 로스팅을 끝낼 시점을 정하는 것이다. 이것만 기억한다면 누구나 원두를 맛있게 볶아서 즐길 수 있다.

로스팅에 도전하고 싶은 커피 마니아들은 주저하지 말고 로스팅에 도전해보길 권한다. 물론 로스팅 후 그 잔여물로 인한 뒷감당은 해야 한다. 하지만 한 번 그 매력에 빠져 보면 커피의 새로운 세계를 경험할 수 있을 테니 기대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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