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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시대가 온다<151>]-반려동물 가격 공시제
반려견 치료비 병원 입맛대로 ‘철퇴’…공시제 부상
수의사들 표준수가제 도입 반대…“가격정보 투명화 정부개입해야”
이경엽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8-03-10 01:37:19
  
▲ 최근 들어 반려동물 의료비가 지나치게 비싸다는 주장이 반려인들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들은 반려동물 의료비가 고삐가 풀린 채 제멋대로 책정이 가능해진 탓에 급등하게 됐다고 입을 모은다. 사진은 서울 영등포구의 한 동물병원에서 반려견을 진료 중인 수의사 ⓒ스카이데일리 
 
충북 청주시에 거주하는 김경미(26·여)씨는 7년차 푸들종의 강아지가 십자인대를 다치는 바람에 인근 동물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몇 일 후 수술비가 150만원인 청구서를 보고 크게 놀랐다. 김 씨는 “사람도 십자인대를 다쳐서 수술을 받으면 수술비 180만원 정도 나오는 것으로 아는데, 사람보다 훨씬 작은 동물 수술비가 사람과 비슷한 것을 보고 놀랐다”고 말했다.
 
서울 영등포구에 거주하는 김창한(31·남)씨는 5년차 말티즈에게 예방접종을 맞추기 위해 동물 병원을 찾았다가 예방접종 비용이 병원마다 차이가 크다는 것을 알고 놀랐다. 김 씨는 “광견병 예방접종의 경우 싼 곳은 접종비가 1만원 전후지만 비싼 곳은 3만원이 넘기도 한다”며 “일반 의약품이 병원마다 가격차가 너무 크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동물병원의 높은 의료비와 병원마다 천차만별인 비용차이로 인해 반려인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따라 현재 ‘반려동물 의료 자율제(이하 자율제)‘를 표준수가제 또는 공시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소비자시민모임이 반려동물을 기르고 있는 532명을 대상을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의 84.6%가 반려동물 관련해 지출되는 비용 중 ‘의료비’가 가장 부담된다고 답했다. 81.8%는 동물병원 진료비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소비자시민모임이 서울시내 동물병원을 대상으로 혼합예방주사, 코로나장염, 전염성기관지염, 광견병 등 예방접종 4종류의 가격을 비교한 결과 서초·강남·송파구 평균 접종 비용은 9만원인 반면, 관악구는 7만1500원으로 가장 낮았다. 서울지역 평균가격은 8만4889원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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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역의 반려견의 일반혈액 검사비는 최저 2만5000원에서 최대 15만원에 달했다. 수컷 반려견의 중성화 수술비는 최저 5만원에서 최고 30만원으로 조사돼 6배 차이를 보였다. 복부초음파비, 치석제거비는 병원별로 최대 5.5배의 가격차를 나타냈다.
 
이에대해 수의사 관계자들은 이같은 조사 결과에 대해 반려동물 의료 요금 체계를 잘 몰라서 일어난 해프닝이라고 일축했다. 최인영 러브펫 동물병원 대표 수의사는 “반려동물 치료비는 사람에 대한 진료와는 달리 별도의 보험이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반려인이 100% 부담해야하는 구조다”고 말했다.
 
이어 “동물병원 마다 수의사들의 숙련 수준이나 사용하는 약물의 질의 차이 등 가격을 결정하는 요소는 많기 때문에 가격 차이가 크게 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고 반문했다.
 
수의사들에 따르면 동물 진료에 대한 가격은 각 동물병원에서 자체적으로 조정하고 있다.
 
 
“표준수가제, 법률 위반소지·자료 미비로 시기상조” 
 
자율제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서 처음으로 제시된 방안이 바로 반려동물 표준의료 수가제(이하 수가제)다. 수가제는 질병에 대한 진료부터 치료까지 전 과정에 걸쳐 발생하는 비용을 체계화해 수가를 지정하는 제도다.
 
사람의 경우 의료비용에 있어서 국가를 중심으로 강력하게 수가제가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동물을 대상으로 하는 수가제는 지난 1999년 폐지됐다. 이는 동물병원들의 담합을 막고 자율 경쟁을 통해 병원비 하락을 유도한다는 취지에서였다.
 
하지만 수가제가 폐지된 이후 오히려 반려동물 의료비용이 증가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20년전 과거의 체계로 되돌려야 한다는 주장이 일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본격적으로 수가제 부활 주장이 공론화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14년 3월부터다. 
 
▲ 수의사들은 우리나라의 반려동물 치료비를 경제력 기준으로 비교해 봤을 때 다른 나라보다 덜 비싼 편에 속한다고 이야기한다. 사진은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한 동물병원 내부 반려견 호텔 ⓒ스카이데일리
 
심윤조 당시 새누리당 의원은 동물의료 표준비용을 연구·조사하고 동물의료 민간보험제도 활성화 등을 자문한 뒤 수가제를 재도입하자는 법안을 제출한 것이다. 이후 지난 2016년 수가제 부활을 주장하는 청원이 다음 아고라 서명·청원 게시판에 오르는 등 필요성에 대한 제기가 끊임없이 이어졌다.
 
동물보호단체 케어 박수연 대표는 “동물 병원을 차리는데 큰 돈이 들어가는 것은 당연하다”며 “투자비를 뽑기 위해 병원들이 고가의 진료비를 받을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과잉 및 허위 진료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에 적어도 일반적인 진료에 대해서는 정부차원에서 의료비 수준을 정해줘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반대하는 목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최영민 서울시수의사회 회장은 “반려동물 수가제가 시행되기 위해서는 각 행위별  치료시  원가가 얼마나 되는지에 대한 조사가 선행돼야 알맞은 진료비의 산정이 가능하다”며 “하지만 현재 이런 기초적인 데이터가 전혀 없기 때문에 이같은 조사가 선행된 후에야 적정 표준진료비가 어느 정도가 적당한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수가제 자체가 위헌이라는 주장도 들을 수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법학과 교수는 “수가제가 시행 된다면 동물병원 개설자의 직업수행의 자유, 학문의 자유 등이 침해당할 가능성과 동물병원 소비자의 자기결정권이 침해당할 우려가 제기된다”며 “특히 가격 결정행위를 규제함에 따라 독점 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을 위반하게 될 가능성도 검토 되야한다”고 말했다.
 
경쟁적 시장구조 유지·알권리 보장 ‘공시제’ 여론 높아
 
반려인의 과도한 진료비에 대한 대안으로 논의 되던 수가제에 대한 논의가 자료부실과 불법성 논란 등과 같은 문제점으로 논란이 계속되면서 새로운 대안을 찾고자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특히 ‘공시제’가 수가제에 대신 할 만한 새로운 대안으로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공시제란 말 그대로 전국의 동물병원의 수가를 공개해 공시만 하는 것을 뜻한다. 전문가들은 공시제를 통해 경쟁적 시장질서는 보장하면서 동시에 투명한 정보공개, 반려인의 알권리 확보를 할 수 있다고 이야기 한다.
 
우리나라에서 공시제가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 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해 4월부터 12월까지 ‘반려동물 산업 활성화를 위한 소비자 진료비 부담 완화 방안’ 보고서를 작성했다.
 
이 보고서에는 반려인을 위한 진료비 부담 완화 방안을 검토하면서 그 대안으로 공시제와 수가제를 각각 상세히 분석한 내용이 담겨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공시제는 개별병원 진료비 공시제, 평균진료비용 공시제, 적정가격 공시제 등 크게 3가지 종류로 나눌 수 있다.
  
▲ 반려동물 전문가들은 현재로써는 표준 수가제 보다는 공시제가 더 가능성이 있다고 이야기 한다. 특히 공시제는 단순한 자료만을 공개하는 것으로 어떤 법적 효과도 없지만 소비자에 대한 효과가 뛰어나다. 사진은 서울시내 한 동물병원에서 일하는 수의사 ⓒ스카이데일리 
 
개별병원 진료비 공시제는 각 동물의료기관의 개설자로 하여금 정해진 치료항목에 대해 스스로 책자, 인쇄물, 메뉴판, 벽보, 비용검색 전용 컴퓨터 등을 사용해 진료비용을 보호자에게 공개하도록 규정하는 것을 뜻한다.
 
평균진료비용 공시제는 동물병원 스스로 비용을 게시하는 형태가 아닌 별도 기관이 전국에 개설된 동물병원들의 진료비용을 종합해 평균적인 진료비용을 공개하는 것을 뜻한다. 하지만 이 경우 공개되는 평균적인 진료비용을 개별 병원들이 의무적으로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이 경우 각 동물병원들이 참고를 하여 가격 책정은 자율적으로 하도록 하고 소비자들도 또한 평균 비용을 참고로 하여 본인에게 적정한 가격의 동물병원을 선택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 평균진료비용 공시제를 실시하고 있는 대표적인 나라로는 미국을 들 수 있다.
 
적정가격 공시제라 별도 기관이 단순 평균 비용이 아니라 여러 가지 요인을 고려해 수의사의 적정한 보상이 보장되고 또한 소비자의 수요가 유지될 수 있도록 균형 있게 산출된 적정가격을 조사하여 공개하는 것을 뜻한다.
 
하지만 평균진료비용 공시제와 마찬가지로 공개되는 적정가격을 개별 병원들이 의무적으로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다. 수의사들은 공시된 가격을 참고해 가격 책정을 하도록 하고 소비자들도 또한 적정가격을 참고로 하여 본인에게 맞는 동물병원을 선택하도록 하는 것을 뜻한다. 이 제도를 도입한 가장 대표적인 나라로는 캐나다와 중국을 들 수 있다.
 
공시제에 대해서 반대하는 의견도 들을 수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수의사는 “항목명이 통일된다 할지라도, 동일하거나 유사한 진료 항목 명에 대해서도 수의사의 역량 등에 따라 세부적 진료 내용과 진료범위가 동물병원마다 다르기 때문에 정확한 비교가 여전히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라는 특성상 심하게 다친 정도 등에 따라 예측되지 않는 상황들이 발생할 수 있어 공시된 가격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있다”며 “이러한 경우 소비자들이 수용을 못하거나, 불신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보고서는 공시제에 대해서 “평균진료비용 공시제 혹은 적정가격 공시제는 소비자들이 개별 병원들의 정보를 스스로 수집하는 번거로움이 없어서 개별병원 공시제보다 쉽게 정보들을 비교할 수가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반려인들의 정보 가독성, 항목간 가격 비교 용이성 등을 개선한다면 충분히 진료비 감소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고 해설했다.
 
박애경 한국애견협회 사무총장은 “반려동물 의료비 문제의 경우 공시제로 가는 것이 맞는 방향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특히 기본적인 진료에 대해서 공시제가 도입된다면 반려인 입장에서도 보다 현명한 소비가 가능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수가제의 경우에는 신중하게 접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지방, 도시 등 각 동물병원 마다의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가격이 정해지게 되는데 문제가 생길 공산이 커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편 박홍식 농림축산식품부 축산환경복지과 주무관은 “현재 수가제와 공시제 모두 검토단계에 있는 중이다”며 “아직 검토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언제쯤 뭘 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힘든 상황이다”고 해명했다.
 
[이경엽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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