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은행권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에는 불신이 가득하다. 지난해 말부터 불거진 시중은행 채용비리 논란에 이어 최근 은행들이 서민들을 상대로 대출금리를 조작해가며 부당 이익을 벌어들인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적발된 은행들은 직원들의 단순 실수나 시스템 오류라는 입장이지만 그 횟수와 규모가 적지 않다는 점에서 은행들이 수익을 위해 조직적·관행적으로 금리 조작을 일삼았다는 의혹의 시선이 무성하다. 상황이 이런데도 사태 해결에 나서야 할 금융당국 조차 안일한 태도를 보여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관련 대책을 마련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소비자 보호’ 관련 내용이 쏙 빠졌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스카이데일리가 금융당국의 대출금리 조작 재발 방지책을 둘러싼 논란과 이에 대한 전문가들과 금융소비자 시민단체의 반응을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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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은행권 대출금리 조작 사태로 인한 금융권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자 금융당국이 부랴부랴 재발 방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대출금리 산정체계 및 운용이 불합리한 은행에 대해선 업무개선을 지도하고 대출금리가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산정되도록 모범규준과 공시 제도를 개선한다는 게 골자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내놓은 재발 방지책을 두고 땜질처방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 금리조작 사태가 장기간 반복적으로 이뤄져 온 데다 오류 이자액도 상당해 기존의 구조와 관행을 송두리째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정확한 제시가 없어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대출금리 조작 사태 일파만파…금융당국 모범규준·공시제도 도입
금융권 및 금융소비자단체 등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의 대출금리 부당부과 사태는 국민적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은행들이 예대마진차를 통한 이자놀이로 ‘땅 짚고 헤엄치기’식 돈벌이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금리조작 의혹까지 불거져 나온 탓이다.
금융권에 대한 신뢰가 크게 흔들리자 금융당국은 지난 26일 시중은행들의 대출금리 부당부과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충분한 협의를 거쳐 충실한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대출금리 조작의 배경으로 지목된 가산금리 산정이 보다 합리적이고 투명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개선방안을 마련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금융당국은 대출금리 산정체계 및 운용이 불합리한 은행에 대해선 업무개선을 지도하고 대출금리가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산정되도록 모범규준과 공시제도를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금융회사의 불공정 영업행위로 인한 금융소비자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감독을 강화해 나간다는 계획도 함께 밝혔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은행이 책정하는 가산금리는 시장 상황에 맞게 합리적으로 부과되도록 대출금리 모범규준이 개정된다. 운용내역이 불투명한 우대금리에 대해선 고객에게 상세명세서를 제공해 적용 사유를 충분히 설명하고 해당 기록을 관리하는 방안도 함께 마련된다.
개정안에는 소비자가 금리산정내역을 알 수 있도록 정보제공을 강화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기존에는 은행 영업점이 대출해줄 때 기준금리와 가산금리(합계)만을 소비자에게 알려줬지만 앞으로는 여기에 더해 부수거래 우대금리를 명시한 대출금리 산정내역서를 함께 제공해 투명성을 강화할 방침이다.
은행연합회에도 금융당국의 움직임에 발맞춰 대출금리 비교공시를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기존 가산금리 항목을 가산금리와 가·감 조정금리로 각각 구분 공시해 소비자가 어느 정도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지 알 수 있도록 개선한다.
금융당국은 가산금리 변동현황을 주기적으로 모니터링해 소비자 피해 및 신용위험 확대 방지에 나선다. 최근 미국 금리 인상 등 금리상승기에 취약한 가계나 영세기업이 불공정하게 차별받는 사례가 포착될 경우 즉시 현장점검을 실시하는 등 향후 감독방향을 설정한다는 계획이다.
금융신뢰 뿌리째 흔들…소비자 입장 외면한 겉핥기식 대책에 정책 실효성 도마 위
금융소비자단체 및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금융당국이 제시한 재발 방지책을 두고 실효성을 문제 삼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금융소비자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빠져있는 겉핧기식 대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원장은 “은행들이 불합리하게 금리를 받아 온 것이 구조적이고 관행화된 문제라는 건 금융당국의 무능함을 여실히 보여준다”며 “금융당국이 내놓은 감독방향을 살펴보면 정작 피해를 본 소비자에 대한 대책은 빠져있는 알맹이 없는 대책이다”고 지적했다.
금융소비자단체 등에 따르면 먼저 대출금리 모범규준의 경우 금융당국이 개정한다고 해도 은행들에 직접적인 구속력을 행사하는 데 한계가 있다. 모범규준이 말 그대로 금융당국이 은행에 권고하는 수준에 그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은행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독려하는 수준에 머물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소비자가 금리산정내역을 알 수 있도록 정보제공을 강화한다는 금융당국의 계획을 두고도 실효성을 문제 삼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그동안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마음 놓고 조작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가산금리가 자리 잡고 있다. 통상적으로 대출금리는 기준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하는 방식으로 책정된다. 기준금리가 은행이 자금을 조달하는 원가라고 치면 가산금리는 은행이 벌어들이는 실질수익에 해당된다.
그동안 기준금리는 코픽스 등에 의해 공개됐지만 가산금리는 은행들이 업무상 기밀이라는 이유로 책정 기준자체가 공개되지 않았다. 가산금리에는 위험프리미엄, 유동성프리미엄, 신용프리미엄, 자본비용, 업무원가, 마진(목표이익률), 부수거래 우대금리 등의 항목이 포함돼있다.
금융당국은 대출금리 산정내역서를 제공해 기준금리와 가산금리, 부수거래 우대금리를 공개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정작 은행들이 원칙 없이 적용해 온 리스크관리비용과 마진 등에 대해서는 공개되지 않아 사실상 정책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금융당국이 문제 인식에서도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경남은행의 경우 부당하게 높은 금리를 부과한 사례가 1만 건이 넘어가는데도 금융당국 수장인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기관의 문제가 아닌 직원 개인의 문제라고 선을 그으며 기관 제재까지 가진 않을 거라고 언급했다. 금융소비자단체들은 이번 금리조작 사태가 국민들의 금융신뢰와 직결될 정도로 중대한 사안임에도 정작 금융당국은 사안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금융국장은 “시중은행 금리조작 사태는 국민들이 은행권 전체에 대한 신뢰가 뿌리째 흔들리는 중차대한 사안이다”며 “선관주의 의무를 지켜야 하는 은행들이 정보의 비대칭성을 이용해 소비자를 기만한 사건임 만큼 유사사례를 막기 위해선 기관경고는 물론 고의적으로 금리조작을 실행한 임·직원에 대한 면책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현범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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