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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포커스]-안전불감 늪에 빠진 위기의 한국(上-공공부문)
안전 팽개친 목숨 건 일에 하청직원 내몬 한국전력
고위험군 작업 모조리 떠넘기는 ‘위험의 외주와’ 만연…관리·감독도 허술
유은주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8-07-16 00:07:56
적게는 수명에서 많게는 수백명에 달하는 크고 작은 사고로 인해 ‘안전’이 우리 사회의 화두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다. 지난해 기존 행정자치부와 국민안전처의 안전정책·재난관리 업무 등이 통합해 대한민국 안전관리의 컨트롤타워인 ‘행정안전부’가 탄생했지만 그 후로도 여전히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하인리히 법칙에 기반해 2003년 발표된 사고 피라미드에 따르면 사망사고가 1건 나기 전에 중대사고(Major Injury) 30번, 경미한 사고(Minor Injury) 300번, 아차사고(Near Miss) 3000번 그리고 불안전한 행동 혹은 상태가 30만번 발생한다. 최근 들어 인명피해를 낳은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한국 사회 전체가 위험에 노출돼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주목되는 사실은 이러한 안전사고의 주된 원인이 평소 안전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다는 점이다. 이른바 ‘안전불감증’이다. 평소 안전사고와 관련된 안일한 인식과 부실한 사전점검 등이 결국엔 사망자를 낳는 대형 사고로 이어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한국 사회 전체에 만연해 있는 ‘안전불감증’은 사고 발생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에서 정도가 더욱 심각하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더해지고 있다. 스카이데일리가 금주 이슈포커스 주제로 ‘안전불감 늪에 빠진 위기의 한국’으로 설정하고 사건·사고 가능성이 높은 현장의 안전관리 실태를 공공부문, 건설, 놀이시설 등 세 편에 걸쳐 보도한다.

▲ 전력소비가 급증하는 여름철 원활한 전기 공급을 위해 더운 날씨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묵묵히 땀 흘리는 전기 노동자들에 대한 안전 대처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특히 고압선을 다루는 작업자들의 경우 여름철 흐르는 땀 때문에 더욱 감전 위험이 높은데도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배려는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 제공=건설노조 전기원지부] ⓒ스카이데일리
 
▲ ⓒ스카이데일리
[특별취재팀=임현범 차장, 유은주·남승진·나광국 기자]‘국민들이 사용하는 전기의 원활한 공급’이라는 중책을 맡은 공기업 한국전력공사(이하·한전)의 부실한 안전관리 실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일선 현장에서 위험한 전기를 다루는 근로자들의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배려가 부족하나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전기 근로자들은 열악한 작업 환경으로 인해 자칫 목숨까지 잃을 수 있는 심각한 사고에 버젓이 노출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위험한 현장에서 일하는 근로자 대부분이 한전으로부터 간접 고용된 협력업체 소속인 것으로 나타나 논란은 더욱 거세게 일고 있다. 전력소비가 급증하는 여름철을 맞아 전기를 원활하게 공급하는 데 구슬땀을 흘리는 비정규직 근로자들을 열악한 환경에 내몰고 만일의 사태에 대해서는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준비까지 갖추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2만2900V 고압선 만지는 일은 비정규직 몫…“여름철 땀 흘리면 온몸이 찌릿”
 
매일 같이 높은 곳에서 2만2900V에 달하는 고압선을 만지는 근로자 대부분은 한전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이다. 위험한 현장에서 일하는 만큼 배전관련 안전사고 또한 하청업체 근로자들의 몫이다. 송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 발표한 ‘2010년 이후 배전관련 안전사고 현황’에 따르면 전체 안전사고 사상자는 915명으로 도급자 820명, 일반인 62명, 한전 직원 33명 등이다. 전체 사상자 중 90% 가량이 협력업체 소속 비정규직인 셈이다.
 
이들 협력업체 근로자들은 배전관련 안전사고의 원인으로 열악한 근무환경을 지목하고 있다. 전남 광주에서 한전의 하청업체 소속 전기원으로 일하고 있는 하태선 씨는 아직까지 사고를 당하지 않았지만 언제 사고가 나더라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열악한 근무환경을 토로했다. 그는 배전업무를 하다 주변에서 사고를 당하는 모습을 여럿 목격했다고 진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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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그래픽=정의섭] ⓒ스카이데일리
 
하 씨는 “심하게 감전되면 신체 절단은 물론 몸에 지워지지 않는 화상이 남는다”며 “매일 매일 불안감을 안고 일터에 나서고 있는데 무사히 일이 끝날 때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땀을 많이 흘리는 여름철에는 전선에 살짝만 스쳐도 온몸에 전기가 찌릿하고 머리털이 서는 느낌을 받는다”며 “요즘 같은 여름철에는 땀을 많이 흘리기 때문에 유독 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난다”고 덧붙였다.
 
일선 현장에서 근무하는 근로자들은 안전사고를 줄이기 위한 한전과 정부의 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지난 2016년 직접활선 공법을 폐지하는 등 안전사고를 줄이기 위한 대책을 내놨지만 실효성은 정작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직접활선 공법’은 노후전선을 교체하는 과정에서 전기를 끊지 않고 작업하는 것을 말한다. 정전하지 않는 만큼 시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고 전류를 차단·우회시키는 공법보다 인건비와 공사비가 적게 들지만 작업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엄청난 위험이 뒤따른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여전히 직접활선 공법으로 작업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게 근로자들의 공통된 반응이다. 빠듯한 일정에 쫒기 듯 작업하다보니 안전장갑을 끼고 전선을 직접 만져야하는 상황이 수시로 연출된다는 설명이다. 특히 작업 과정에서 제대로 된 관리·감독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직접활선 공법 폐지는 사실상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다.
 
하 씨는 “실제 현장은 관리·감독이 제대로 되고 있지 않아 여전히 위험을 무릅쓰고 작업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심지어 태풍·추돌사고 등으로 긴급하게 공사가 들어가야 할 땐 비를 맞으면서도 작업을 해야 한다”고 털어놨다.
 
이와 관련, 한전 관계자는 “간접활선 공법을 도입하는 과도기적 단계로 작업자들의 안전을 위해서 전선을 직접 접촉하지 않고 공구를 쓰는 스마트스틱을 도입했다”며 “정전에 대한 민원이 워낙 심하다 보니 빠른 작업을 위해 그간 직접활선 공법을 시행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신체절단·골절·추락·화상 위험 높은 일은 하청업체 몫…다쳐도 쉬쉬하는 일 다반사”
 
화력발전소와 원자력발전소에서 일하는 직원들 역시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위험한 일은 대부분 협력사 직원들이 도맡아 하고 있다. 발전 5사(중부·서부·남부·동서·남동발전)의 경우 연료환경설비운전직종·경상정비직종 등은 중요한 업무임에도 하청업체가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위험하기 때문이었다.
 
▲ 화력 발전소에서 일하는 직원들도 항상 위험한 환경에 노출돼 있다. 인명사상자 대부분이 협력업체 직원들이란 점에서 ‘위험의 외주화’란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사진 제공=한전산업개발 발전노조] ⓒ스카이데일리
 
박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발전 5사·한국수력원자력·한국지역난방공사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2~2016년 간 발생한 인명사고 574건 중 무려 98%에 달하는 564건이 협력사 직원이다.
 
이들이 맡고 있는 업무는 일명 3D(dirty·difficul·dangerous)업종으로 노동 강도가 매우 높고 위험하다. 실제로 스카이데일리가 확인한 이들의 작업 현장이 담긴 동영상에는 마치 탄광촌에서 일하는 근로자처럼 작업복이 새까매진 채 작업하는 장면이 담겨 있기도 했다.
 
또 다른 동영상에서는 연기처럼 재가 뿜어져 나오는 작업 환경에서 일을 하거나 뜨거워 보이는 아궁이 같은 곳에 손을 넣어 작업을 하는 모습 등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모습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발전 5사의 인명사상자 현황을 살펴본 결과, 신체절단·골절·추락·화상 등의 재해가 두드러졌다. 지난해 태안화력발전소에서는 작업 중이던 근로자가 기계에 끼여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태성 한전산업개발 발전노조 사무처장은 “서부발전의 경우 비정규직을 제외한 하청업체 노동자들에게만 안전수칙을 지키라는 서약서를 받고 있어 노동자들에게 안전사고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며 “또 경상정비 노동자들의 경우 계획정비기간에는 법정 규정을 초과한 140시간의 연장근무를 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 사무처장은 “공기단축이 발전사의 수익과 연결되다보니 ‘빨리빨리’ 주의가 작업현장에 만연해 있다”며 “인력이 보충되지 않는 상황에서 업무강도가 강해지고 근무시간이 길어지니 안전한 작업환경이 마련되지 않는 건 당연한 일이다”고 지적했다.
 
최성균 한전산업개발 발전지부 위원장은 “하청업체들 재계약 시 재해율이 평가에 반영되다보니 (노동자들은)다쳐도 산재처리를 하지 않고 넘어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며 “실제로 안전사고를 당한 직원들의 수는 훨씬 더 많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유은주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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