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볕더위가 연일 기승을 부리고 있다. 최고 온도가 40도에 육박하면서 온열질환자가 급증하고, 전기사용량이 늘어나 정전이 발생하는 등 폭염으로 인한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와 청와대는 폭염을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이하 재난안전법) 상 자연재난에 포함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현재 국회에는 폭염을 재난에 포함시키는 법안 4개가 발의돼 있지만 모두 상임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폭염으로 피해받는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빠른 심사와 통과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브레이크 없는 무더위에 온열질환자·농축산업 피해 늘어나
이번 무더위는 역대 최악의 폭염으로 기록된 1994년에 맞먹는 수치를 보여주고 있다. 24일 전국 대부분 지역 낮 기온은35도 내외를 기록해 폭염경보가 발효된 상황이다. 경북 영천 신령면에서는 한때 40.3도까지 기온이 오르기도 했다.
서울은 지난 22일 최고 기온이 38도까지 치솟았고, 23일 아침기온은 1907년 기상 관측 이후 최고치인 29.2도를 기록했다. 강릉에서는 23일 아침 기온이 31도를 기록하며 초열대야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폭염이 이어지면서 온열질환 피해도 늘고 있다. 23일 질병관리본부는 올해 5월 30일부터 7월 21일까지 1043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해 전년 대비 61% 증가했다고 밝혔다. 특히 온열질환자의 절반가량인 556명이 지난 15일~21일 사이에 발생했고 이 기간 동안 7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설명했다.
전국 곳곳에 정전 사태도 속출하고 있다.가정 내 에너지 사용량이 급증하면서 변압기에 과부하가 걸린 것이 원인이다. 이로 인해 일부 가구에서는 한밤중에 정전이 일어나 냉방 기구를 사용하지 못한 채 밤새 무더위에 시달리기도 했다.
전력수요도 연일 높아지고 있다. 지난 24일 17시 기준 전력수요는 9248만kW로 전날 9070만kW를 뛰어 넘어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다. 반면 전력 예비율은 709만 kW(7.7%)로 떨어졌다.
축산 농가 역시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3일 오전 기준으로 가축 125만여 마리가 폐사해 84억의 재산 피해가 났다고 밝혔다. 17일 폐사 가축 수가 79만 2000여 마리였던 것과 비교하면 1주일 사이에 약 46만여 마리가 폐사한 셈이다.
배추와 무 등 일부 채소 역시 폭염으로 재배상태가 좋지 않아 출하량이 줄면서 7월 초보다 가격이 상승한 상황이다.
폭염이 장기화되면서 각종 피해가 속출하자 행정안전부는 지난 24일 폭염 피해를 체계적으로 대응·관리하기 위해 폭염을 재난안전법 상 자연재난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국회에 발의된 개정안에 적극 찬성 입장을 밝혀 조속히 개정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재난안전법에는 태풍과 홍수, 호우, 대설, 황사, 지진 등의 자연현상으로 인한 재해를 재난으로 인정하고 있다. 반면 이상 기온으로 인한 자연현상인 폭염과 한파는 재난에서 제외돼 있다.
법령이 개정돼 재난으로 포함될 경우 각 정부부처 별로 위기관리를 위한 매뉴얼을 제정해 사전에 체계적인 대처 계획을 수립할 수 있다.
또한 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해 피해 예방을 위한 실시간 대응이 가능해지며 재난으로 인한 피해가 심각한 곳은 특별 재난지역 선포를 통해 국가차원의 재난지원을 받게 된다.
정부, 폭염 대비방안 마련 ‘분주’…국회, 법안심사 ‘하세월’
이원훈 행안부 자연재난대응과 주무관은 “이슈가 되는 만큼 법안 처리가 빨라질 것으로 기대된다”며 “국회 상황과 별개로 자체적으로 폭염의 재난 지정 시 필요한 세부사항을 만들고 있다. 법안이 개정되는 대로 이를 적용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폭염의 재난지정에 힘을 보탰다. 24일 국무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폭염의 장기화는 앞으로도 되풀이되고 더 심해질 수 있다”며 “정부가 폭염대책을 세워 대비하고 있지만 장기화되는 폭염을 특별재난 수준으로 인식해 꼼꼼히 챙겨달라”고 당부했다.
행정안전부가 폭염의 재난 지정에 찬성했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은 많다. 개정안이 국회 상임위에 계류 중이기 때문이다.
현재 국회에는 폭염을 재난안전법 상 자연재난에 포함시키는 개정안 4개가 발의돼있다. 지난 2016년 8월 이명수 자유한국당 의원을 시작으로 같은 해 9월 정병국 바른미래당 의원, 10월에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폭염을 재난에 포함하는 개정안을 내놨다. 지난해 5월 윤영석 자유한국당 의원도 같은 내용을 발의했다.
이 개정안들은 행정안전위원회 안전및선거법심사 소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특히 이명수 의원의 개정안은 3차례나 심사소위에 회부됐음에도 통과되지 못했다.
지난해 8월 열렸던 심사소위에서도 개정안 일부를 심사했지만 류희인 행정안전부 재난안전본부장이 “폭염에 대해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하고 피해 원인 규명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측면이 있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혀 계류된 바 있다.
얼마 전 하반기 국회 원구성에 따라 행정안전위원회도 본격적인 업무에 돌입했지만 아직 소위원회 구성조차 되지 않아 법안이 소위원회와 상임위를 거쳐 본회의에 상정되기 위해서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한성 국회 행안위 입법조사관은 “개정안은 상임위에 계류돼있지만 사회적 반향이 큰 만큼 심사소위가 열릴 경우 우선순위로 논의될 가능성이 크다”며 “경찰청장 청문회 이후 결산심사 등 일정이 남아있어 소위원회가 언제 구성될지는 미지수”라고 밝혔다.
[이한빛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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