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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소상공인의 카드 수수료 부담을 낮추기 위해 내놓은 제로페이가 시범시행에 나선지 한 달을 맞았지만 실효성 논란은 갈수록 커져가고 있다. 제로페이를 사용하는 가맹점 수는 여전히 부진한 데다 실제 이용하는 소비자도 거의 없어 애꿎은 세금만 낭비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제로페이의 경쟁력이 강화되지 않는다면 실패할 공산이 크다는 우려섞인 반응이 주를 이루고 있다. 가뜩이나 경쟁이 치열한 간편결제 시장에서 제로페이는 소비자 편의성 및 혜택 측면에서 사용을 유도할 수 있는 유인체계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서울시·중기부, 제로페이 활성화 명목 혈세 수십억 투입…허울뿐인 제로페이존
제로페이가 소비자가 스마트폰 앱을 통해 가맹점의 QR코드를 스캔하고 결제금액을 입력하면 소비자 계좌에서 소상공인 계좌로 구매대금이 직접 이체되는 지불 방식이다. 소상공인의 카드 수수료 부담을 덜기 위해 서울시와 정부가 도입을 추진한 간편결제 시스템이다.
구랍 20일 시범서비스를 시작한 제로페이를 활성화하기 위해 서울시와 정부는 수개월 전부터 홍보에 심혈을 기울였다. 서울시청 벽면을 비롯해 길거리 매장, 지하철 역사, 버스 정류소 등에 대형 광고판을 부착했다. 뿐만 아니라 제로페이의 인지도 확산을 위해 강남고속버스터미널과 영등포역 지하상가를 ‘제로페이 존’으로 조성했다.
이를 위해 수십억 원에 달하는 예산이 투입됐다. 서울시는 광고 및 QR키트 제작 등에 20억 원의 추경예산을 집행했고, 주무부처인 중소기업벤처부에선 가맹점을 모집하는 영업사원 제로페이 서포터즈를 고용하는데 쓰인 사업예산만 29억 원에 달한다.
그런데 정작 현실에서는 제로페이가 소비자들은 물론 소상공인들에게도 외면받고 있는 실정이다. 제로페이 결제가 가능한 매장의 경우 입구에 ‘제로페이 가맹점 스티커’가 붙어있지만 실제 이용하는 소비자를 찾아보기 힘든 까닭이다.
서울고속버스터미널 지하상가 의류매장 관계자는 “제로페이 관계자가 가맹점 가입을 한사코 독촉하길래 가입하긴 했는데 지금껏 단 한 번도 쓰인적이 없다”며 “손님 대부분이 할부로 구입하는데 제로페이는 할부 기능이 없는게 소비자 입장에서 아쉬운 것 같다”고 밝혔다.
또 다른 제로페이존인 ‘영등포 지하상가’ 역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제로페이 홍보관련 스티커는 곳곳에 붙어있었지만 실제 이용하는 시민은 찾아볼 수 없었다. 영등포지하상가 화장품매장 관계자는 “요즘 경기가 많이 어려워 어떻게든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해서 신청하게 됐는데 이용하는 사람이 한명도 없어 무용지물이 된 것 같다”며 “한 번 제로페이로 결제를 시도해봤는데 오류가 떠서 어떻게 사용해야 되는지도 잘 모르겠다”고 밝혔다.
제로페이존을 벗어나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제로페이 가맹점조차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제로페이에 대해선 알고 있지만 기존 간편결제 서비스에 비해 편의성조차 떨어져 거부한 매장도 적지 않았다.
서대문구에서 식당을 하는 홍사무엘(32‧남) 씨는 “주변에 제로페이 가맹점으로 등록한 분들이 기존 카드나 간편결제 시스템보다 사용하기 불편하다고 불평한다”며 “QR코드를 통해 결제할 때 손님이 직접 금액을 입력하는 것부터 입금된 걸 확인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고 밝혔다.
이어 “바쁜 시간대엔 결제하는데 시간이 조금만 지체되도 고객불만으로 이어지는 만큼 신청하지 않았다”며 “찾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으면 신청할텐데 아직 그런 적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학생들이 주로 방문하는데 과연 소득세 할인 혜택을 준다고 쓸 지 의문이다”고 덧붙였다.
제로페이 편의성 및 혜택 ‘사실상’ 전무…경쟁력없는 ‘제2의 페이’에 소비자 외면
제로페이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반응도 차갑긴 마찬가지였다. 제로페이에 대해 아예 모르는 시민들부터 불편함을 호소하는 시민들까지 다양한 반응이 나왔지만 대다수 무관심 혹은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대학생 김창훈(25‧남) 씨는 “삼성페이나 페이코, 카카오페이 등 다른 결재수단이 많아 제로페이를 굳이 쓸 이유가 없는 것 같다”며 “제로페이 가맹점이라고 QR코드 붙인 곳도 보이지 않는 것 같고 사실 제로페이가 무엇인지 사용법도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제로페이에 대해 알고 있는 시민들 중에선 혜택이나 서비스 등에 아쉬움을 토로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윤영주(37‧남)씨는 “프랜차이즈 매장은 카드사 할인 등을 제공하는 경우가 많은데 제로페이는 혜택이 아예 없다”며 “인터넷결재도 많이 이용하는데 제로페이는 온라인몰 결재가 안 되는 것으로 알고 있어 크게 사용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제로페이가 시장에 안착하기 위해선 기존 간편결제 서비스와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경쟁력 확보가 우선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소상공인의 카드 수수료 완화라는 취지 자체는 좋지만 태생 자체가 공급자 입장에서 만들어지다보니 소비자를 끌어들일 수 있는 유인체계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연태훈 한국금융연구원 박사는 “시민들은 다양한 간편결제 수단 중 유리한 것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며 “단순히 소상공인의 카드 수수료를 낮춰준다는 점 하나만으론 소비자 욕구를 충족시킬 수 없다”고 설명했다.
정부와 서울시의 홍보 방식에 대한 잘못도 지적됐다. 특정 대상이 아니라 국민 모두를 상대로 홍보하다보니 예산만 낭비되고 홍보효과는 미미하다는 지적이다. 이영애 인천대 교수(소비자학과)는 “소득공제 혜택이 아무리 좋다해도 전국민을 상대로 홍보하면 그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며 “20·30대 젊은층 등 정확한 타깃을 잡고 마케팅을 펼친다면 소비자 저항감을 줄이면서 홍보효과를 배가시킬 수 있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박형순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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