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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데일리 사설(社說)

수출 6위 축포 쏘며 수출기업 옥죄기 두얼굴

수출효자에 또 재벌·낙수론 발목…6000억 자랑 속 위기 키우는 이중행보

스카이데일리(skyedaily@skyedaily.com)

기사입력 2019-02-05 00:08:43

▲ 부산신항 전경 [스카이데일리DB]
 
지난해 연간 수출액이 사상 첫 6000억달로 고지를 넘었다는 낭보의 울림이 채 가시기도 전에 올해 우리나라 수출시장에 돌연 적색경보가 켜졌다. 한국경제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는 반도체와 수출 최대시장인 중국이 예의 심상치 않다. 반도체는 수출품목에서 그리고 중국은 수출국에서 각각 2위 그룹에 비해 초격차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불안해진 먹구름을 동반한 성적표다.
 
반도체는 지난 한해 1267억달러 어치를 수출하면서 우리나라 전체 수출액의 21%나 차지했다. 2위 그룹인 일반기계, 석유화학, 석유제품 등이 500억달러 전후라는 점에서 반도체의 위상을 실감나게 한다. 400억달러 수준인 자동차에 비해서는 3배, 340억달러인 철강제품에 비해서는 거의 4배 정도 차이가 난다. 조선(선박)은 전년에 비해 절반이나 쪼그라든 212억달러에 그쳤다.
 
이들 수치만 봐도 반도체가 무너지면 수출로 버티는 한국경제가 얼마나 위험한지를 단적으로 알 수 있다. 반도체 호황이 오히려 걱정되는 화두로 회자됐던 이유가 올해 들어 실제로 보여지고 있다. 새해 벽두 1월 반도체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무려 23.3%나 곤두박질쳤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야기시킨 리먼사태 직후인 지난 2009년 4월의 26.2% 이후 최대치다.
 
반도체 사업에 첫 걸음을 내딛은 지난 1980년대 중반 삼성은 그룹의 모든 것을 건 운명적인 행보에 생사를 맡겼다. 경제전문가를 비롯해 정부·언론·기업인들은 물론 사내에서조차 모두 삼성은 반도체로 망할 것이라는 악담이 괴담수준으로 끊이질 않았다. 글로벌 반도체 최강자로 초격차 1위를 고수하고 있는 오늘의 삼성 위상과 참으로 대비되는 과거의 자화상이다.
 
온갖 비아냥과 무시를 받았던 반도체 유아기를 조금이라도 감안한다면 정부와 국민은 반도체 옥동자를 지켜내기 위한 비상조치를 시행해야 한다. 하지만 몰지각한 정치권 및 일부 국민들 사이에서는 되레 한숨이 나올 행보를 하고 있다. 여전히 삼성공화국이라는 조소 섞인 말투로 우리가 고통스럽게 쌓아 올린 금자탑을 폄훼하고 심지어 무너뜨리려 하고 있다.
 
국가는 물론 우리 국민 모두가 반도체 수출로 직·간접 수혜를 받아 왔다. 그럼에도 일방적인 단죄형 잣대인 재벌 논리의 가장 높은 곳에 반도체가 올라 소위 ‘잘 나간 죗값’을 치루고 있다. 노동계 일각에서는 이번 기회에 삼성의 ‘반도체 권력’을 제어해야 한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으니 유구무언이다.
 
반도체와 함께 수출 쌍두마차인 석유관련 품목 수출까지 1월 들어 급감해 우려를 더했다. 석유 한 방울 나오지 않는 우리의 수출품중 반도체 다음 비중으로 석유화학과 석유제품을 합친 석유관련 수출이 1~2위를 다투는 것도 한국 경제의 또 다른 기적이다.
 
지난해 석유화학은 500억달러, 석유제품은 467억달러를 각각 기록해 이들 총 수출액이 967억달러 어치를 보였다. 반도체 다음의 수출실적이다. 원유를 수입해다 되파는 능력이 가히 산유국 못지않다고 하겠다. 그런데 1월 들어 석유제품과 석유화학이 각각 4.8%와 5.3% 마이너스 동반 행진을 했다.
 
석유관련 수출은 지난 수년간 상승세를 이어왔다. 따라서 국제유가 하락 등 단기적인 요인이 수출감소에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반도체와 함께 우리 경제를 떠받치는 기둥이면서 또한 위기의 정점에 있는 것이 틀리지 않다. 두 제품 모두가 글로벌 경기 풍향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우리 수출의 안정성을 보강하기 위해서는 반도체와 석유관련 품목에 대한 특별 보호대책이 필요하다.
 
노동계 일각에서는 석유관련 품목도 재벌논리로 비판대열에 올리고 있다. 이유는 반도체와 함께 지나친 재벌 독점사업이고 낙수효과가 의문시 된다는 쪽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경제민주화란 이름 하에 이들 사업에 노동계의 의사결정이 경영적으로 개입돼야 한다는 주장까지 고개를 든다. 현 정부의 경제정책 코드와 다르지 않은 라인에 있는 주장이라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반도체와 석유관련 품목은 글로벌 풍향에 매순간 위기를 지나오면서도 성장을 이어왔다. 지금은 이를 애써 무시하는 노동계의 반감이 오싹할 정도로 무섭다. 한국경제를 지탱하는 수출효자라는 기적적인 지위는 이들에게 보이지 않는 모양이다. 오로지 자신들의 입김이 권력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밖에는 생각되지 않는다. 자본주의 꽃인 주주가치는 눈에 보이지 않고 노동가치만 본다.
 
수출신화의 선두에 있도록 뼈를 깎는 노력과 영혼이 깃든 사업은 그 존재 자체로 국가 브랜드를 올려 전 국민적인 수혜로 이어진다. 백번 양보해 독점에 낙수효과가 없다고 해도 반도체·석유제품이 없다는 것은 차라리 공포다. 위기의 경제터널을 지나는 시점에서 해묵은 잣대로 수출 브레이크를 밟는 행위는 국가·국민을 염두에 두지 않는 한가한 소리다.
 
우리는 이번 기회에 반도체 초격차 지위를 유지하고 석유의 안정적인 운송로 확보를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우선 반도체 지위를 지키려면 국가의 신용이 추가 담보돼야 한다. 반도체는 불확실성의 가격변동이 수출에 가장 큰 위험인 만큼 이를 상쇄·보강할 국가 차원의 ‘프로그램 공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수출국가를 상대로 한 국가 차원의 무역·금융·보험·특허·법률 지원 프레임이 그것이다. 반도체 기업들은 지금 국가가 나서야 할 일에서 매번 고군분투하고 있다.
 
석유관련 수출도 국가가 담당해야 할 몫인 해군력과 관계가 깊다. 강력한 대양해군의 지위를 갖지 못하면 우리는 언제든 해상 수송로를 위험에 내몰 개연성이 높다. 이들 해로는 우리 국민 모두에게 절박하기 그지없는 현대판 대상로(隊商路)이자 실크로드다. 해군력을 획기적으로 올리기 위한 투자는 수십조·수백조원이 들더라도 경제안보차원에서 시급하다.
 
정부는 작년 수출실적을 놓고 2년 연속 세계 6위를 차지한 것에 대해 자랑했지만 왠지 불안하고 불편하기 그지없다. 과거의 축적된 수출역량이 2017~2018년에 걸쳐 성과로 나타났을 것이라는 평판과 분석이 우세하다. 아울러 성과를 내던 기간 중에는 경쟁력 추락 요인들이 발생해 금년부터 가시화되기 시작했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정부는 결코 자랑할 일이 없다는 점이다.
 
수출을 시작한 지난 1948년부터 60년대까지 우리는 농산물이나 광물 위주의 수출이 고작이었다. 수출이라고 말하기조차 창피했다. 일본은 이런 우리나라를 김을 파는 나라, 기생투어로 돈 버는 나라라고 비아냥댔다. 이런 척박한 땅에서 첨단 IT·전자제품으로 세계를 석권하고 비산유국에서 산유국 이상의 수출로 돈을 버는 나라가 됐다.
 
따라서 세계 수출 순위 6위는 정말 대단한 지표인 것만은 틀림이 없다. 과거 30년 전만 해도 우리가 그토록 부러워하고 감히 넘을 수 없는 선진국들이 우리의 뒤로 대부분 내밀렸다. 영국이 그렇고 러시아, 이탈리아, 프랑스, 캐나다, 스페인, 스위스 등 소위 경제·군사·문화 강대국들이 수출만큼은 우리 앞에 속절없이 차례차례 무릎을 꿇었다.
 
69년간 3만배의 수출 성장, 세계 7번째 6000억 고지 돌파, 1000억달러에서 6000억달러에 걸린 시간 세계 4번째, 연평균 수출증가율 세계 2위 등은 우리가 자랑스러워해야 할 귀한 자산이다. 하지만 뒤를 돌아볼 겨를이 없다. 올해 수출시장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우리를 시샘하고 견제하는 국가들이 여기저기 사이렌을 울리고 있다. 해법은 여전히 내릴 수도 내려서도 안 될 ‘수출입국’ 깃발을 들고 나아가는 정면돌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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