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취재팀=임현범 팀장|이승구·문용균·나광국 기자]최근 예비타당성 조사(이하·예타) 제도 개편안이 발표되면서 그동안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지방 SOC사업이 수혜를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올해 초 예타 면제 대상에서 제외됐던 충청도와 강원도의 역점사업인 ‘제천~영월 간 고속도로’는 제도 개편안 발표 이후 사업 재추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그런데 정작 지역민은 물론 전문가들 사이에서 ‘제천~영월 간 고속도로 사업’ 재추진 움직임에 대해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동안 경제적 타당성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던 사업이 지역균형발전이란 미명 아래 선심성으로 무분별하게 추진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지역민들 사이에서는 필요성이 적은 사업을 왜 추진하는 지 모르겠다며 ‘이건 아니다’라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이미 길 잘 뚤려 있는데”…정부 정책 발맞춘 지자체 사업 행보에 지역주민 갸우뚱
제천~영월 고속도로는 평택·삼척 간 동서6축의 일부 구간으로 지난 2017년 고속도로 건설 5개년 계획에 중점추진 사업으로 반영돼 추진돼 왔다. 지자체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예비타당성조사 대상사업 선정에서 번번이 제외됐다가 올해 들어 예타 대상 사업으로 선정됐다.
특히 정부가 예타 제도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개통이 요원했던 ‘제천~영월 고속도로 사업 추진’이 탄력을 받고 있다. 이번에 발표된 예타 제도 개편안의 골자는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균형발전이다. 이를 위해 비수도권의 경우 경제성 평가비중은 낮아지고 균형발전 평가비중이 확대됐다.
그런데 정작 지역민들은 ‘제천~영월 고속도로 사업’의 필요성에 대해 의문 섞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제천터미널 인근에서 만난 송영미(여·40대) 씨는 “제천, 영월 양 쪽에서 서로 오가는 길은 자동차 전용도로로 신호등 없이 잘 닦여있어 고속도로 건설이 필요한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 경제성이 없다고 평가받던 사업인데 기준이 달라져서 추진한다는 게 결국 세금만 낭비하는 거 아니냐”며 “균형발전이라는 미명 아래 경제성, 환경성 평가를 제대로 진행하지 않고 무분별하게 추진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제천에서 택시 운전을 하고 있는 정완규(남·60대) 씨는 “해당 사업은 정치인들이 선거 때마다 자신들이 뚫는다고 공약으로 들고 나와서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며 “새로운 길이 나면 좋긴 하지만 경제성 평가기준까지 낮춰가면서까지 진행해야 할 사업인지는 잘 모르겠다”고 설명했다.
제천시 금성면 월림리 마을 회관에서 만난 대다수의 시민들도 반응은 비슷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시민은 “지금 나라에 빚이 엄청난 상황에서 경제성을 제대로 따져 사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며 “그렇지 않고 선심성으로 공사하면 그게 다 빚이고 세금 낭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영월군에서도 경제성 평가비중을 낮춘 예타 제도 개편안에 대해 우려했다. 영월군 H아파트에서 관리소장을 맡고 있다는 김현철(남·40대·가명) 씨는 “막대한 세금이 들어가는 사업이라면 선심성으로 유야무야 깔아줄 게 아니라 경제성을 정확하게 따져보고 추진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밑도 끝도 없는 무분별한 조사 면제…혈세낭비·증세부담·지역불균형 등 부작용 초래
다수의 전문가들은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개편안 등으로 사업추진 기준이 흔들리고 이에 대해 지역주민들이 혼란스러워하는데 대해 우려감을 표했다. 그동안 세금 낭비를 막기 위해 추진됐던 예타 사업 취지가 훼손될 뿐 아니라 국민들이 증세 부담에 휩싸이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이에 경제성, 균형발전 등 비중을 체계적으로 고심한 뒤 제도를 개선했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서울대 환경대학원 홍종호 교수는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사업지를 대규모로 선정한 이후 개편안을 내놓은 건 순서가 잘못됐다”며 “면제를 할 수 있는 근거가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사후 약방문 격으로 평가 체계를 바꾸겠다고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홍 교수는 “표를 의식해 정부에서는 지역균형발전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우리나라 도로 확충률은 OECD 상위권이다”며 “지방 SOC사업 평가가 개편안대로 균형발전에 초점이 맞춰지면 정치인들의 선심성 정책 명분으로 이용될 우려가 크고 실제 지역에 도움이 될 지 여부도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이어 “경제학자 혹은 전문가들이 오랜 시간 예비 타당성 조사를 연구하고 분석했는데 이렇게 바꾸게 되면 원칙이 무너지는 셈이다”고 꼬집었다.
서울시립대학교 행정학과 이정희 교수는 “예비타당성 평가는 사업 추진을 결정할 뿐 아니라 필요하다면 보완해 예산 낭비를 방지하도록 유도하는 게 주목적이다”며 “예타 제도 개편은 인기영합적 임기응변이 아닌 신중하고 숙의된 중장기 계획을 세워 체계적으로 추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무분별한 환경파괴 가능성도 제기됐다. 최상규 생태학 박사는 “이번 개편안은 당장의 편리성을 앞세워 경제성이 나오지 않는 도로를 균형발전에 무게를 둬 개통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며 “제천~영월 고속도로가 개통될 구간에는 보호종들이 많은 곳으로 개편안에 따라 균형발전에 힘줄 것이 아니라 제천~영월 고속도로 구간의 교통량을 체크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문용균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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