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취재팀=임현범 팀장|이승구·문용균·나광국 기자]최근 정부가 꺼내든 예비타당성조사(이하·예타) 제도 개편안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불거져 나오고 있다. 대규모 SOC사업을 추진하기 전 경제적 타당성을 평가해 무분별한 세금 낭비를 막겠다는 취지로 도입된 예타 제도의 근간이 훼손될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다. 특히 각 지자체가 그동안 손해가 예상됐던 사업을 재추진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주변의 우려를 더욱 키우고 있다.
정부 예타 면제 개편안 발표로 돈 안 되는 지자체 사업 재추진 움직임 ‘솔솔’
정부가 내놓은 예타 개편 방안에 대해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은 대체로 호응하는 분위기다. 전라남도 역시 정부의 예타 제도 개편안에 경제성이 낮아서 사업 추진에 어려움이 있었던 △경전선 전철화 사업 △광양항 낙포부두 리뉴얼 사업 등이 통과 가능성이 커졌다며 반기고 있다.
이 가운데 ‘경전선(경상도-전라도 철도노선)’ 연결 사업은 지난 1월 29일 정부의 예타 면제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사업 추진에 제동이 걸렸었다. 경전선은 광주송정역에서 경남 밀양 삼랑진역까지 이어지는 경상도와 전라도를 잇는 유일한 철도 교통망이다.
현재 광주∼순천 구간(116.5㎞)만 1930년 일제강점기 건설 이후 유일하게 단선 비전철 구간으로 남아 있다. 경전선 사업은 예산 1조7055억 원을 투입해 해당 구간에 107.6㎞ 단선전철을 놓는 사업이다.
전라남도는 예타 제도가 개편될 경우 경제성 가중치가 낮아지고 지역균형 평가가 높아지는 만큼 예타 통과를 기대하고 있다. 스카이데일리가 전라남도 광주광역시에서 만난 시민들은 예타 조사 제도 개편에 대해 긍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광주 송정역 인근에서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박정순(64·여) 씨는 “얼마 전 지역 상인들을 통해 경전선 사업이 진행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해당 구간이 전철화 되면 여행객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지지부진 했던 사업이 왜 갑자기 급물살을 타는지는 모르겠지만 최근 광주형 일자리까지 광주 시민들은 경제가 살아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학생 김단비(22·여) 씨는 “광주에서 부산으로 가기위해선 많은 시간이 걸렸는데 이를 이어주는 열차가 생기면 많은 사람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것 같다”며 “사업이 진행되면 관광객들의 왕래가 많아지면서 지방의 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을 줄 것이다”고 말했다.
광주 송정역 인근에서 숙박업을 하고 있는 최정배(54·남) 씨는 기대와 우려를 함께 나타냈다. 그는 “현 정부가 들어서고 지역에 잇달아 호재가 겹쳐서 기쁘다”면서도 “정부가 내년 총선에서 표를 얻기 위한 선신성 공약을 펼치고 있는 것인지 정말 제대로 된 사업을 통해 지역경제를 살려줄 수 있는지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전남도 예산담당당관은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예비타당성조사 제도 개선 건의를 중앙부처 및 국회에 지속적으로 건의한 결과다”며 “그동안 경제성 부족 등으로 예타에 발목잡혔던 지역 현안사업 추진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이어 “다만 건의사항 중 지역균형 가중치 35~50%를 건의하였으나 30~40% 상향은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고 덧붙였다.
“비용 대비 편익 낮은 사업 재추진, 사실상 길바닥에 현금 뿌리는 것과 다름없어”
지역민과 지자체 등에서 예타 개편안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과 달리 다수의 전문가와 타 지역민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경제성이 떨어지는 사업도 지역균형 발전이라는 미명 아래 사업이 무분별하게 추진될 경우 혈세 낭비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정부 역시 경전선 사업은 경제성 등 재검토가 필요하다며 예타가 필요한 사업으로 선정한 바 있다. 실제 지난해 말에도 광주~순천 경전선 사업은 비용대비편익비율(B/C) 0.85점을 받아 사전 종합평가를 통과하지 못했다. 지역균형발전 차원에서 검토되던 예타 면제에서도 제외됐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 교수는 “비용 대비 편익이 1을 밑도는 것은 차라리 현금을 뿌리는 게 더 경제적 효과가 높다는 의미다”며 “경제적 효과가 높은 사업에 예산을 투입하자는 예타의 취지를 고려한다면 대규모 예산 낭비가 이뤄지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실제 정부는 예타 개편안이 통과되면 예타 사업의 승인율이 지금보다 65% 이상 높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지역 균형발전의 가치를 생각한다면 오히려 경제성에 대한 엄격한 기준을 설정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최병두 한국도시연구소 이사장은 “인프라를 이용할 기업이 지역으로 가지 않으면 아무 소용없다”며 “주변 지역과 연계된 광역 단위의 발전계획 없이 무조건 사업을 허용하는 것은 균형발전의 효과를 얻기 어렵다”고 말했다.
[나광국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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