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철도공사(이하·코레일)의 고질병으로 불리는 수장 자질론이 재차 고개를 들고 있다. 자질론의 주인공은 올해 초 코레일 수장에 등극한 손병석 사장이다. 고질적인 적자와 분식회계 회계 의혹, 근로자 안전사고와 자살사고 등 코레일을 둘러싼 수많은 악재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손 사장의 자질부족이 지적되고 있다.
1000억 적자 내고도 3000억 흑자 재무재표로 경영평가 껑충…“의도인가 실수인가”
코레일은 과거부터 실적악화에 따른 재무위기에 시달려왔다. 감사원의 ‘공공기관 결산검사서’ 자료에 따르면 코레일의 실적은 지난 2016년 매출액 5조6936억원, 영업이익 1217억원, 당기순손실 2265억원 등이었다. 2017년에도 매출액 5조7867억원, 영업손실 4670억원, 당기순손실 8555억원 등 대규모 적자에 허덕였다.
지난해 역시 매출액 6조3268억원, 영업손실 340억원, 당기순손실 1050억원 등으로 적자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민자역사 점용기간 만료로 인한 지분법 손실 등 기저효과 등의 비용 감소로 인해 손실폭이 줄었지만 ‘부실 공기업’이라는 꼬리표는 떼어내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누적 적자만 15조원에 달하는 코레일이 지난해 순이익을 과대 계상해 공기업 경영평가에서 나름 양호한 성적표를 받아든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달 14일 감사원의 ‘2018년 회계연도 공공기관 결산심사 결과’ 자료에 따르면 코레일은 지난해 회계연도 재무제표를 작성하면서 이월결손금의 공제한도가 법인세법 상 60%로 축소 됐음에도 100%로 오적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로 인해 법인세 수익 3943억원이 과다 계상됐다.
‘이월결손금’이란 각 사업연도 개시일 전 10년 이내에 발생한 각 사업 연도 소득에서 이월결손금을 공제한 금액이 법인세 과세표준이 된다. 이월결손금은 미래회계기간의 법인세 납부액 감소를 줄여주므로 그 효과를 당기에 자산으로 계상하고 같은 금액만큼 법인세 수익으로 처리한다.
그 결과 실제 당기순손실 약 1095억원이 발생했음에도 약 4000억원에 달하는 법인세 수익이 과다 계상되면서 재무제표 상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2893억원으로 오작성 됐다. 코레일은 오작성된 재무제표를 기획재정부에 제출했고 지난해 공기업 경영평가에서 전년 대비 한 단계 오른 B등급을 받았다.
사고로 죽고 갑질로 자살하고…‘부실 공기업’ 오명에 ‘죽음의 공기업’ 악명까지
손 사장은 고질적인 실적부진과 분식회계 의혹 외에도 허술한 안전관리와 노조 조합원 상대 갑질 논란으로도 비판을 받고 있다. 이들 두 사안은 특히 근로자의 안타까운 죽음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비판의 강도는 남다른 상황이다. 지난달 22일 철도 선로 보수 작업 중 안전인력 부족으로 인해 노동자 3명이 열차에 치이는 ‘밀양시설반 직무사상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인해 2명은 크게 다치고 1명은 사망했다.
앞서 철도노조는 지난 2017년 ‘노량진역 사고 조합원 사망 사건‘ 이후 철도 현장의 개선의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더 이상은 안전 문제에 대해 좌시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손병석 코레일 사장 역시 현실을 인식하고 위험한 철도 작업 현장을 안전하게 바꾸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2년이 지나도록 바뀐 것은 전무하다는 것이 노조 측의 입장이다.
밀양역 사고가 발생한지 채 20일도 되지 않아 지방 시설사업소에서 사측의 갑질이 원인으로 추정되는 근로자의 자살 사건이 발생했다. 사건의 발단은 신규(청년) 조합원들이 시설지부에서 근무 하며 느꼈던 낡은 관행과, 철도 현장의 잘못된 문화에 대해 내용을 담은 글을 무기명으로 코레일 광장(자유게시판)에 게재하면서 시작됐다.
해당 글이 게재되고 난 후 시설분야 관리자들은 글의 내용을 토대로 게시글의 출처를 광주시설지부 화순시설사업소에서 나온 것으로 판단했다. 출처는 파악했지만 게시물을 쓴 당사자를 특정할 수 없었던 사측은 본보기 차원으로 지난달 23일 사업소 내 지부대의원인 A씨를 목포시설관리사업소로 발령을 통보했다.
사측에서는 인사발령의 이유에 대해 A씨를 포함한 3명의 인사발령자들이 ‘열차 운행 협의 관리자‘에 해당하기 때문에 해당 사업소에 보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열차 운행 협의 관리자‘란 선로에서 수리·보수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역장과 무전으로 열차운행과 관련해 협의를 할 수 있는 담당자를 의미한다.
코레일 노조는 즉각 반발했다. 노조는 “A씨의 경우 ‘열차 운행 협의 관리자’의 자격 자체가 없었다”며 “함께 인사발령이 났던 조합원들 모두 지부 대의원이었다는 점에서 부당 발령이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사측의 일방적인 발령에 부당함을 느낀 A씨는 지부장과 함께 사측에 항의했다. 지부 대의원은 전보 협의 대상자임에도 사전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발령 통보를 했기 때문이다. 결국 사측은 발령 통보를 낸지 6일 만에 발령을 취소했다.
발령이 취소된 후부터 화순시설사업소 측은 ‘화순시설관리사업소 직원들이 지켜야 할 사항’ 5가지를 사업소 직원들에게 통보했다. △점심취사 금지 △퇴근 15분 전 사무실 복귀 △휴게시간 외 연속작업 시행 △지키지 않을 경우 경위서 제출 △경위서 3장 누적 시 타사업소 전출 등의 지침으로 사업소 직원들을 강압적으로 통제하기 시작했다.
화순시설사업소장은 5가지 지침을 내리면서 “앞으로 직원들에게 잘해 줄 필요 없이 규정대로 밟아주겠다”라는 막말을 퍼붓기도 했다고 노조 측은 주장했다. 결국 광주시설지부와 노조 시설국은 지난 9일 부당한 사업소의 조치에 대해 항의 성명을 내기에 이르렀는데 그 후 사측의 압박은 더욱 강해졌다.
A씨는 함께 일하는 동료들이 본인으로 인해 힘들어 지는 것을 지켜보며 주변에 괴로움을 토로했고 죄책감에 시달리던 그는 결국 지난달 11일 본인이 근무하던 사무소 앞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철도노조 호남지부 관계자는 “철도의 관료주의, 억압적 노사문화가 만들어낸 비극이다”며 “다른 직종에 비해 노조 조직력이 약한 시설노동조합의 경우 사측이나 관리자들이 조합원을 우습게 생각하고 함부로 대하는 경향이 확실히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운전, 운수, 차량, 시설, 전기 등 총 5개 직종 중 유독 시설 직종에서 갑질이 만연하다”며 “차량 직종 역시 20년전만해도 갑질이 심했지만 노조가 민주화되고 조직적으로 튼튼해지고 나니 관리자들이 현장에서 함부로 못한다. 그러나 시설 직종은 서울지부 쪽을 제외하고 지방은 조합원이 출근해서 팀장이나 관리장들의 점심 식사를 위해 시장을 보고 점심을 차려주는 등 말도 안 되는 행위가 아직까지 일어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류경수 철도노조 호남지부 조직국장은 “시설 직종 자체가 과거 철도공무원이었던 시절 당시 워낙 이직률이 높다보니 주로 계약직으로 들어왔다가 정규직이 됐던 분들이 많다”며 “한 마을에서 알음알음 소개로 들어오다 보니 기강문화가 자리 잡고 있어 문제가 발생해도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평소에도 사업소의 소장과 감사관들은 선로에서 열차를 타고 돌아다니면서 시설 직원들이 선로 근처에 있는지 없는지 감시를 하고 다닌다. 이에 따라 조합원들은 휴식시간에도 선로 옆 보이는 곳에서 쉬어야한다는 부담감과 압박감에 시달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철도 노조 측은 일련의 사건에 대해 사측의 괴롭힘에 의한 명백한 타살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책임자의 문책과 더불어 철도 현장 곳곳에 남아있는 갑질 문화 근절 등 실질적인 재발방지 대책 수립을 촉구하고 있다.
이와 관련, 코레일 측은 “현재 경찰 조사가 진행 중이며 조사에 성실히 임하고 있다”며 “사실관계에 대한 특별감사에 착수했으며 조사 결과에 따라 관련자를 엄중히 문책할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직원 근무 여건과 조직문화와 관련해서 개선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고 전했다.
[장수홍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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