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교육의 현재상은 대학입시에 과도하게 초점을 맞춰 학생들을 양성하고 있어요. 사실 우리 사회는 대학입시 말고도 배워야 할 것들이 많죠. 코로나 팬데믹에 위축되거나 나태해질 수 있지만 이럴 때일 수록 더욱 적극적으로 공부해 학습에 임해주고 건강하고 균형 있게 자라줬으면 좋겠어요”
‘좋은교사운동’은 2000년에 설립된 기독교사 단체 연합운동이다. 기독교 신앙을 기반으로 활동하던 소규모 교사모임 4개가 교육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 1995년 연합을 결정하고 2000년에 교사실천운동으로 ‘좋은교사운동’을 선포했다. 이들은 왜곡된 우리나라 교육의 문제점을 인지하고 올바른 교육을 위해 힘쓰고 있다.
실수하며 자라는 것이 학생… ‘안전한 실수’할 수 있도록 받쳐줘야
좋은교사운동은 김영식(47)·김정태(50) 공동대표 체계로 운영되고 있다. 좋은교사운동의 목표는 학생들이 △배움의 기쁨을 누리고 △평화로운 관계를 만들어가며 △자신의 소명을 찾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김영식 대표는 입시에 종속된 문제를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배움 자체는 정말 기쁘고 행복한 일이죠. 그것이 배움의 핵심이며 학교 안에서 학생들이 관계를 누리며 행복함을 느껴야 해요. 아이들마다 재능과 적성이 다른데 꿈을 찾고 단계를 밟아가며 결국에는 성공에 이르는 ‘소명’을 찾는 것이 중요해요. 학생들은 실수하기 마련이죠. 다만 실수를 하더라도 ‘안전한 실수’를 할 수 있도록 받쳐줘야 하죠.”
“꿈이 없는 학생이 많아요. 간혹 꿈이 있다고 하더라도 ‘직업’에 한정돼서 꿈을 말하곤 합니다. 부자가 되겠다는 학생도 많아요. 이렇게 말하는 학생들이 많은 나라는 미래가 밝다고 보지 않아요. 관계를 맺고 있는 이웃이나 타인, 공동체에 어떤 영향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은지 꿈에 대한 구체적인 근거가 있어야 하는데, 그것이 바로 소명이죠.”
미래의 직업은 바뀔 수 있으나 삶의 방식은 곧 자신이 직접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김 대표 자신도 대학교에 진학할 때까지 이렇다 할 만한 ‘꿈’이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사회에 대한 고민 끝에 교육문화 자체에 대한 모순점들을 발견하고 24세의 나이에 다시 대학에 들어가 교육자로서의 꿈을 꾸게 됐다고 했다.
“저는 그냥 좋은 이웃이 되고 싶어요. 누군가에게 좋은 이웃이 된다는 것은 ‘나’로 인해 누군가 사소한 도움이라도 받을 수 있다는 것이죠. 그것은 너무 행복한 일입니다. 제게 있어 가장 소중한 이웃은 ‘학생들’이에요. 학생들이 저를 통해 무언가라도 배우고 닮고 싶은 사람으로 본다면 그것으로 만족해요.”
김 대표가 생각하는 우리나라 교육의 왜곡된 점은 ‘입시중심’ 교육 환경이다.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시험을 봐야 하고, 점수가 나오면 학생들을 줄 세우게 된다. 그러다 보니 단순히 공부를 잘하는 수준을 넘어서 ‘남들보다 잘하는 사람’이 돼야 하는 만큼, 성장과정에서 배워야 할 것들이 오히려 제한된다는 설명이다.
“입시공부가 절대 나쁜 것은 아니에요. 남들보다 더 잘하는 자신이 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공부해야 하고 배움의 수준도 높아지게 됩니다. 하지만 균형 잡힌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배워야 할 것들이 정말 많아요. 사회가 점점 공동체 구조로 함께 만들어가는 것에 대한 가치를 소홀하게 생각하는 것이 아닌지 우려가 돼요.”
그렇다면 본인에게 어울리는 직업을 찾는 방법은 무엇일까.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고 김 대표는 강조했다. 우선 어떠한 일을 하면서 즐거울 수 있는지를 탐색하고, 그것을 잘 할 수 있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누군가에게 정말 필요한 일인가를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학생들은 방 안에서 게임하는 것을 제일 즐기며 잘한다고들 이야기하죠. 하지만 게임은 다른 누군가의 필요를 채우는 일로는 충분하지 않아요. 학생들은 잘하는 것과 즐거운 일이 다르다고 하는데, 학창시절부터 이를 판단할 수 있는 기회를 갖지 못한 것이 원인이라고 봐요. 봉사활동 등 평소 해보지 않은 새로운 활동을 통해 자신만의 가치관을 구축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죠.”
좋은교사운동은 학기 초에 학부모에게 교사 자신과 교육방식을 소개하는 글을 적어 편지로 보내는 ‘학부모 편지보내기 캠페인’, 가정에 직접 방문해 학생과 교사, 학부모가 소통할 수 있는 ‘가정방문 캠페인’ 그리고 교사의 집중적 케어가 필요한 학생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1대 1 결연 캠페인’ 등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
코로나 상황 탓에 직접 방문 등은 제약을 받고 있지만 ‘비대면 온라인’ 플랫폼 등을 통해 꾸준한 소통과 지원을 이어오고 있다. 1대 1 결연 캠페인의 경우, 경제적·교육적 도움이 필요한 학생들에게 복지단체기금과 연계해 월 5만원의 지원금으로 학생들에게 실질적으로 필요한 물품을 지원한다. 이와 별개로 장학재단과 연계해 장학금을 연결해주기도 한다.
“학생이 책을 사서 보고 싶거나 문화생활이 필요한 경우, 혹은 교복을 구매할 형편이 되지 않는 경우, 교사 재량으로 지원금을 활용할 수 있어요. 이 예산을 마련하기 위해 교사들에게 1년에 한 번씩 지급되는 성과급에서 10%씩 모아 연 4000만원 정도의 기금을 운용하죠. 코로나 팬데믹에는 20%를 모아 9000만원 가까운 기금이 모였어요.”
학교폭력의 원인은 갈등, 가해자·피해자 모두 ‘갈등’을 배워나가는 과정
고질적인 문제로 꼽혀오는 학교폭력(학폭), 막을 수 있을까? 김 대표는 학폭을 막는다고 하기보다는 갈등을 평화롭게 풀어가는 방법을 학생들이 배워야 한다고 꼬집었다. 당사자 간 갈등이 물리적 충돌로 발생한 것이 폭력인 만큼, 타인과 융화돼 살아가는 사회에서 폭력이 사라지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그보다는 갈등을 현명하고 안전하게 해결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기성세대는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을 배우지 못했어요. 이 때문에 가정이 해결하지 못하고 그 가정의 아이들이 학교에서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는 거죠. 학폭을 제로 상태로 만드는 것은 불가능해요. 다만 장기간의 일방적·집단적 괴롭힘은 없어야 해요. 학생들끼리 의견 충돌로 갈등하는 것은 살아가며 꼭 배워야 할 일이죠.”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 폭력과 관련된 문제를 해결하고 난 뒤 정상적인 학교 생활이 가능해야 해요. 사법적 책임을 통한 처벌 방법이 있지만 능사는 아니죠. 학폭이 발생했을 때, 피해자는 학교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다는 신뢰를 갖도록 해야 하고 가해자는 진심으로 반성하고 사과하며 같은 일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해요.”
김 대표는 가해자의 책임으로 사법적 처벌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가해자 모두 갈등상황에 직면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피해당사자가 고통을 직접 가해자에게 말할 수 있도록 하고 가해자로부터 안전한 공간을 마련해줘야 한다는 설명이다. 사실 피해자가 가장 바라는 것은 ‘처벌’이 아니라 ‘진심어린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이어서다.
좋은교사운동은 이처럼 가해자와 피해자 그리고 보호할 수 있는 교사가 한 공간에서 자유롭게, 직접 소통할 수 있는 ‘회복적생활교육’을 교사에게 가르치도록 하고 있다. 17개 시도교육청 전체가 이를 받아들여 시행하고 있다. 다만 교사마다, 학교마다 상황이 다른 만큼 적극적인 교사들의 책임의식이 중요하다.
“사실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가 물어본다면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이 사실이죠. 흉내만 낼 수도 있는 거거든요. 어려운 일인 것은 맞지만 교사들이 실천하려고 노력하는 것 자체만큼은 보람된 일이죠. 따라서 교사들이 학생에 집중할 수 있도록 불필요한 행정업무는 줄여줬으면 해요. 또 교사들이 잘 배울 수 있도록 연수프로그램을 만들어주고 한 학급에 할당된 학생 수를 줄여야 할 필요도 있죠.”
인생이라는 드라마, 주인공은 부모 아닌 ‘학생’ 자신이다
대입에 초점을 맞춘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학교보다 학원 강의를 선호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학교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교권이 추락하고 있다. 더구나 지난해부턴 코로나 팬데믹까지 겹쳐 교사와 학생이 대면하는 것도 힘들어졌다. 좋은교사운동은 회원들의 기금 외 정부지원 없이 활동하고 있다. 순수성을 지키고 정부에 대한 비판적인 목소리를 꾸준히 내기 위해서란다.
“선생들이 아무리 노력한다고 해도 학생들 본인이 노력하지 않는다면 소용 없는 일이에요. 자기 공부와 자기 생활은 자신이 책임져야 하죠. 학부모들에겐 할 말이 많아요. 부모의 생각대로 자녀들이 행동하고 자라주길 바란다는 것 자체가 오산이에요. 여기서 왜곡이 발생합니다. 부모가 살아온 시대와 아이들이 살아갈 시대는 분명히 다르다는 것을 알아야 해요.”
“학폭 문제든 진로 결정이든 부모의 역할은 길라잡이가 아닌 서포터라는 것을 명심해야 하죠. 아이들이 주인공이고 부모는 스태프가 돼야 합니다. 학생들의 소중한 문제해결 기회를 저버리게 하지 않아야 해요. 하지만 뒤에서 부모가 든든하게 버텨주고 있다는 믿음은 줘야 합니다. 사과를 직접 하도록 하고, 직접 받도록 하게 하세요. 그리고 용서도 직접 할 수 있도록 하게 해주세요.”
사람은 살아가면서 ‘중요한 타자(他者)’를 만나게 된다고 한다. 태어나서 뛰기 전까지는 부모, 학교에 들어가서는 선생님, 성인이 돼서는 나름대로의 타자를 만들어 인생을 살아가게 된다. 사람은 타자를 통해 말을 배우고 사고하며 시야를 넓히게 된다. 학생이 교사에 대한 신뢰를 저버리게 하는 행동은, 학생의 중요한 타자를 잃어버리게 만드는 셈이다. 그런 의미에서 김 대표는 학부모에 대한 당부의 말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부모가 교사에 대해 어떤 태도를 갖고 있느냐에 따라 아이가 선생을 대하는 태도와 교육 흡수력이 달라지죠. 집에서, 아이 앞에서 교사 험담을 해버리면 아이는 학교에 가서 교사에게 배울 것이 더 이상 없어집니다. 불만 등 의견이 있다면 교사에게 직접 하는 것이 좋아요.”
[이한솔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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