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취재팀=박선옥 부장|한원석 차장·배태용·한대의 기자] 해방 이후 70년간 우리나라의 혼인문화와 가족 관계에는 대대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호주제는 1990년과 2005년 두 차례의 민법 개정을 통해 ‘양성평등과 개인의 존엄을 규정한 헌법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폐지됐다. 경제 발전과 산아제한으로 인한 핵가족화가 30년 이상 계속되면서 사회 구성원들의 사고방식도 크게 바뀌었다.
이러한 변화는 이른바 198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 사이에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가 사회의 한 축으로 자리 잡으며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지만 일부 부작용 우려도 적지 않다. 가치관 변화를 인식한 인기영합주의 정책이 대표적이다. 특히 현 정부의 ‘부성(父姓) 우선’ 원칙 폐기 등은 자칫 가족 간에 유대관계 약화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혼인-혈연 중심 가족 개념 격변… 결혼기피 부추기는 정부정책 도마 위
옛날과 요즘의 가족관과 결혼관은 180도 달라졌다. 육아 부담을 이유로 의도적으로 자녀를 두지 않는 맞벌이 부부, 이른바 ‘딩크(DINK·Double Income No Kids)족’이 늘어난 것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통계청의 신혼부부 통계에 따르면 2019년 결혼 5년차 신혼부부 가운데 자녀를 두지 않은 부부는 18.3%로 관련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15년 이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2015년 12.9%였던 5년 차 무자녀 신혼부부 비중은 2016년 13.7%, 2017년 14.9%, 2018년 16.8% 등으로 매년 커지고 있다.
출산율과 직결된 결혼 시기도 점차 늦어지고 있다. 지난해 여성의 평균 초혼 연령은 30.6세, 남성은 33.4세 등으로 남녀 모두 30세를 넘어섰다. 이에 따라 출산율도 급격히 줄어들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출산율은 0.84명으로 1970년 출생 통계 작성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출생아 수도 전년 대비 3만300명(10%) 줄어든 27만2400명이었다. 출생아 수가 20만명대로 떨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제적 면에서도 오로지 남편 혼자서 가정의 수입을 책임지던 비중도 줄어들고 있다. 2017년 여가부가 전국의 부부 4884쌍을 대상으로 양성평등 실태를 조사한 결과 부부 10쌍 중 2쌍(18.2%), 맞벌이 부부의 경우 더 높아 10쌍 중 3쌍(31.6%)이 각자의 수입 중 일부를 합하고 나머지는 각자 관리하거나 아예 수입 전부를 각자 관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족관과 결혼관의 급격한 변화를 이유로 여성가족부(여가부)는 최근 ‘제4차 건강가정기본계획’을 밝혔다. 이를 통해 2025년까지 아동이 아버지 성을 따르도록 하는 ‘부성(父姓) 우선’ 원칙을 폐기하기로 했다. 부부가 협의하면 자녀에게 어머니의 성을 물려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현행 민법 제781조는 자녀가 아버지의 성과 본을 따르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다만 혼인신고를 할 때 부부가 미리 협의한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어머니 성과 본을 쓸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가부는 이번 계획을 통해 그동안 가족으로 인정받지 못하던 다양한 집단을 ‘법적인 가족’의 개념에 포함시킨다는 방침이다. 여기에는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동거 및 사실혼 가정과 노인 동거, 학대아동 위탁가정 등이 속할 예정이다. 배우자와 직계 혈족 및 형제자매 등만 가족으로 정한 민법 제779조 개정도 추진하고 재산 분배 등에서 피해를 보지 않도록 민법상 유언제도도 개선하기로 했다. ‘배우자’의 정의도 확대해 동거 가정에서 발생한 폭력도 가정폭력으로 처벌할 방침이다.
그러나 정부의 이러한 정책은 급격하게 결혼관·가족관의 변화에 따른 결혼기피와 출산율 확대에 크게 기여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오히려 결혼기피 현상을 부추기고 나아가 가족분열 현상까지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과거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미혼 여성이 정자 기증을 받아 임신하는 ‘비혼 출산’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11월 방송인 사유리 씨(41·본명 후지타 사유리)가 결혼하지 않고 일본에서 정자 공여 시술을 통해 아들을 낳으면서 논란이 촉발됐다. 이는 불법은 아니지만 국내 의학계에서는 윤리 지침을 통해 법률적 혼인 관계에 있는 부부만을 대상으로 정자 공여시술을 시행하도록 하고 있어 국내에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 후 사유리 씨가 KBS의 한 프로그램에 출연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그가 출연한 프로그램의 방영을 중단해달라는 청원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세상이 아무리 바뀌어도 결혼은 축복… 부부가 함께하면 기쁨은 두 배, 슬픔은 절반
최근 가족관·결혼관에 대한 대대적인 변화로 다양한 사회 문제가 등장하고 있는 가운데 이미 결혼한 부부들이 전하는 메시지는 큰 시사점을 남긴다. 스카이데일리가 만난 다수의 부부들은 시대가 흐르고 가족관·결혼관이 바뀌긴 했지만 결혼은 개인과 사회에 꼭 필요한 없어서는 안 될 하나의 과정이자 의무라고 입을 모았다. 특히 결혼이 주는 행복감은 시대가 변해도 변하지 않는 절대 불변의 진리라고 강조했다.
맞벌이 부부로 생활하고 있는 한상현 씨(31)는 부인과 직장에서 만나 2년 정도 사귀다 1년 전 결혼했다. 그는 “결혼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특별히 어려운 점은 없었다”며 “양가 부모님들도 ‘너네가 좋으면 됐다’는 태도를 보이며 전폭적으로 믿어주셨다”고 말했다. 한 씨는 “막상 결혼을 하고 보니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며 “주변에도 이런저런 고민하지 말고 일단 결혼은 무조건 하라고 추천하고 싶다”고 말했다.
1978년 결혼해 현재 슬하에 1남 2녀를 두고 있는 이강연(69)·김정선(64) 부부는 결혼은 인생에 있어 가장 확실한 내 편을 얻는 축복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 씨는 “과거 사업을 하다 어음이 부도가 나면서 갓 태어난 딸을 데리고 보증금 20만원에 월세 3만원이던 단칸방 생활을 한 적 있다”며 “부부가 힘을 모아 가족을 위해, 우리 아이를 위해 함께 위기를 이겨냈다. 그때는 힘들었지만 지나보니 추억이더라”고 말했다.
요즘 세대의 가족관·결혼관에 대해 김 씨 부부는 “부부 사이에 서로에 대한 배려가 없다”며 “고통을 참으려는 생각이 없고 너무 자기 위주, 개인 위주가 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서로에 대해 너무 많은 욕심을 가지지 말고 함께 만들어 낼 고민을 해야 한다”며 “부부가 서로 합심하면 어떤 시련도 이겨낼 수 있다”고 당부했다.
[한원석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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