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는 한국을 아무것도 없던 추운 폐허로 기억하고 계시고 나는 십대 때 교류 프로그램으로 한국에 왔다가 그 첨단성에 너무 놀랐다. 즐거운 기억에 이후 유학을 오게 됐다. 졸업 후에는 한·영 양국을 오가는 비즈니스를 계획하고 있다.”
리차드 데이비 영국 참전용사의 후손으로 한국에서 유학 중인 알렉스 데이비 씨의 말이다.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한국 경제계는 참전국 대사관과 주한 참전용사 후손을 초청해 감사의 뜻을 전달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17일 전경련회관에서 ‘한국전 참전국·참전용사 후손 초청 감사회’ 행사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는 ‘전경련 창립 60주년 기념 참전용사 특별사진전’ 제막을 시작으로 ‘참전국·참전용사 후손 초청 감사오찬’ 순서로 진행됐다. 전경련은 한국의 민간 경제계를 대표해 참전국에 예우와 사의를 표하는 행사를 매해 6월마다 개최해 오고 있다.
이번 감사행사에는 허창수 전경련 회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황기철 보훈처장, 박재민 국방부 차관, 스튜어트 C. 메이어 UN군 부사령관, 김두만 전(前) 공군참모총장(6·25 참전용사), 정승조 한미동맹재단 회장(전 합참의장)을 비롯해 참전국 주한대사관의 대사(부대사) 및 무관들과 현재 한국에 머물고 있는 해외 참전용사 후손들 등 80여명이 참석했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지금의 BTS 멤버들 보다도 어린 나이에 이름도 모르는 나라에서 싸운 195만명의 젊은이들 덕분에 오늘날 세계 7위 수출강국, 세계 10위 경제대국 한국경제의 위대한 성취와 한국경제의 총본산인 전경련이 존재한다”며 “60년 전 무너진 나라를 부강하게 세워보겠다며 전경련을 만들었던 기업인들은 참전국들이 지켜준 안보의 토대 위에서 오늘의 글로벌 기업들을 키워냈다”며 공을 돌렸다.
이어 세계가 코로나19 경제회복을 위해 “원활한 글로벌 백신공급, 자유·개방의 세계 경제질서 복구, 피해가 큰 저개발국 지원의 과제를 안고 있다”며 “자유를 수호하는 국가들 간 협력이 역사를 바꾼다는 것을 70년 전 한반도에서 증명했듯이 이번에도 우리가 힘을 모은다면 가능하다”며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참전국들의 정신을 되살리겠다고 강조했다.
서욱 국방장관은 축사를 통해 “대한민국 정부와 군은 UN 참전용사들의 위대한 공헌을 영원히 기억할 것이다”며 “대결의 시대를 종식하고 한반도의 평화를 만드는 것이야말로 유엔 참전용사님들에 대한 보답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굳건한 한미동맹과 확고한 연합방위태세를 유지한 가운데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구축을 이루어 나가겠다”며 “UN 참전국 모두가 힘을 보태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날 감사행사의 일환으로 ‘전경련 60주년 기념 참전용사 특별사진전: Project Soldier KWH’ 제막식이 진행됐다. ‘Project Soldier’는 생존해 계신 전 세계 참전용사들을 기록하는 프로젝트다.
사진작가 라미 현은 “참전용사들을 기억하기 위해 그들의 영광스러운 모습을 기록해 세상에 알리고 사진을 나누어 드리고 있다”며 “사진값은 이미 70년 전에 전부 지불하셨다고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행사에 참석한 참전국 대사·부대사와 참전용사의 후손들이 사진전을 직접 제막하여 의미를 더했다. 오찬행사시 허창수 회장은 라미 현 작가의 이러한 노력에 감사하는 의미로 감사패를 전달하기도 했다.
이번 사진전은 전경련회관 로비에서 6월 17일부터 6월 30일까지 무료 개방된다. 누구나 관람할 수 있다.
참전용사 후손들, 군인·학생·사회인으로 한국서 활동…참전사례 기억 공유
이날 행사에는 후손 대표로 답사를 한 미란다 킬링스워스 미(美) 육군 중령을 비롯해 참전용사들의 후손들이 참석하며 참전 사례에 대한 생생한 기억을 공유했다.
먼저 마이크 로리 뉴질랜드 왕립해군 사령관의 후손 마이크 로리 UN사 육군 소령은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한국의 겨울이 얼마나 추웠는지 회상하시곤 했다. 한국에 부임하여 해가 갈수록 그 말씀이 과장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마이크 로리 사령관은 뉴질랜드에서 최초로 파견된 해군함대(HMNZS Pukaki) 사령관으로 인천상륙작전 등에서 주요 역할을 수행했다.
존 코르코란 미 공군 병장의 후손 마이클 코르코란 주한미군 해병대 중위는 “할아버지는 한국의 처참한 파괴와 절망을 직접 목격하신 분이다”며 “할아버지와 같은 용사들의 봉사 정신은 후손들에게 전해진 듯하다. 이렇게 나도 한국을 찾게 됐다”고 말했다.
사딕 아심길 터키 참전용사의 후손 일라이다 아심길 씨는 “참전 50년 후 2002 한일월드컵 때 한국을 방문하셨던 할아버지는 한국의 변화가 너무 놀랍다고 하셨다”며 “한국 사람들이 마치 터키인처럼 정이 많았고 형제의 나라로 회상하신다”고 밝혔다.
이어 “나는 졸업 후에도 한국에 머물며 재능을 발휘해 한국과 세계를 연결하는 역할을 하고 싶다”며 “한국의 젊은 세대들이 6·25전쟁에 대해 점점 관심이 없어지는 부분은 조금 아쉽다”고 했다. 일라이다 아심길 씨는 한국관광공사 등과 협력해 콘텐츠 크리에이터로 활동하면서 한국의 문화와 아름다운 장소들을 해외에 알리고 있다.
전경련과 작가 라미 현은 이날 행사에 참석한 후손들의 사진도 참전용사와 동일한 방식으로 촬영해 전달하고 감사의 뜻을 표했다.
전경련은 참전국에서 경제협력위원회 개최 시 참전용사를 특별 초청해 감사표시를 해 오고 있다. △2019년 6월 미 참전용사 초청 감사만찬 개최 △2020년 참전국 대사 초청 전쟁기념관 참배행사 및 감사오찬 개최 △2003년 정전 50주년 기념 참전용사 600명 초청 환송만찬 주최 등 6·25 참전국에 대한 경제계 차원의 감사사업을 지속 추진해오고 있다.
[강주현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후원하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