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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의 예고대로 1일 4세대 실손의료보험(실손보험)이 처음 출시됐다. 주계약(급여)과 특약(비급여)을 분리하고, 비급여 항목 이용이 많을수록 보험료가 오르고 적을수록 내리는 구조가 핵심이다.
기존 1·2·3세대 실손보험보다 기본 보험료는 저렴하지만 병원 이용 빈도와 액수에 따라 유불리가 뚜렷하다. 전문가들도 병원 이용량은 적은데 위험 대비는 하고 싶다면 4세대 실손보험이 유리하지만 그 반대라면 기존 실손보험을 유지하는 게 더 낫다고 입을 모은다. 시장 반응이 이렇다보니 새 실손보험에 거는 기대도 회의적이다. 일부 보험사는 아예 실손보험에서 손을 떼기로 했다.
적자 행진에 4세대 실손 포기하는 보험사들
1일 금융당국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4세대 실손보험 출시를 앞둔 6월 한 달간 동양생명보험과 ABL생명보험이 잇달아 출시를 포기했다. 생명보험협회에 정·준회원사로 등록한 26개 생명보험사 가운데 삼성·한화·교보·NH농협·흥국생명 등 5곳만이 4세대 실손보험 출시에 동참했다.
지난달 24일 동양생명은 저조한 판매실적과 높은 손실율을 이유로 4세대 실손보험 상품을 출시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ABL생명도 고민을 거듭한 끝에 출시 하루 전인 지난달 30일 동양생명과 비슷한 이유로 실손보험 판매 중단을 공표했다. 두 회사는 4세대 실손보험 상품을 내놓지 않아 신규 가입은 중단했으나 기존 실손보험 가입자의 4세대 전환 가입은 접수·운영한다. 공교롭게도 두 회사 모두 중국 안방보험이 대주주다.
이 같은 실손보험 포기 움직임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라서 2017년부터 푸본현대생명, KDB생명, KB생명 등이 줄지어 손을 들었고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신한생명, 미래에셋생명 등이 동참했다.
보험사들이 줄줄이 실손보험 판매를 그만두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실손보험을 팔아도 적자가 지속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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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스카이데일리 |
최근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실손보험 보험료수익은 매년 증가 추세를 보였지만 발생손해액은 더 큰 폭으로 늘어났다. 지난해 보험료수익은 10조5469억원, 발생손해액은 11조7907억원이었다. 보험료수익에서 발생손해액과 실제사업비를 제한 보험손익은 2조5008억원으로 5년 연속 손실이 발생했다. 생보사 보험손익의 손실규모는 전년대비 274억원 줄었고, 손보사 손실은 149억원 증가했다. 생보사는 손보사에 비해 1세대 실손보험 비중이 적다.
보험사의 종합적인 수익성 평가지표인 합산비율(손해율+사업비율)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100%를 넘길수록 손실을 본다는 의미인데 지난해 합산비율은 100%를 훌쩍 넘긴 123.7%를 기록했다. 1세대 비중이 적은 생보사의 합산비율은 107.1%로 손보사 127.3%에 비해 양호했다.
실손보험의 손실이 지속되는 원인에는 1·2세대 실손보험에 많은 보험금이 지급되는 탓이 크다. 전체 실손보험 가입자의 80% 이상이 1·2세대 가입자다. 1세대 실손보험(구실손)은 2009년 9월까지, 2세대 실손보험(표준화실손)은 2017년 3월까지 판매됐다. 1세대는 자기부담금이 없고 2세대는 10~20%로 낮아 가입자의 의료 이용이 증가할수록 받은 보험료보다 나가는 보험금이 계속 늘어나는 구조다. 보험사는 실손보험료 갱신(인상)으로 곳간을 채우기도 하지만 그동안 금융당국 제한·관리에 걸려 충분히 올리진 못했다.
이러한 적자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금융당국은 2017년 3세대(착한실손) 실손보험을 내놓았지만 결과적으로는 실패로 끝났다. 지난해 1·2·3세대 실손보험 모두에서 손실이 발생했다. 1세대 실손보험 손실액은 1조2838억원으로 가장 컸고 2세대(1조1417억원), 3세대(1767억원) 순으로 집계됐다. 1·2세대 실손보험 합산손실액은 전체 손실액의 97.0%를 차지했다.
1세대 실손보험 비중이 높은 손해보험사가 손실도 커서 실손보험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한 보험업계 전문가는 “생명보험사는 실손보험이 주력 상품도 아닌데 금융당국의 강권으로 유지해온 측면이 없지 않다”면서 “반면 손해보험사는 손실이 나도 주력 상품이고 실손보험 가입하면서 다른 보험도 같이 가입하게 만드는 이른바 ‘끼워팔기’가 가능하기 때문에 마냥 포기하기에는 아쉬울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정성의 보험연구원 연구실장은 “4세대 실손보험 개편과 출시만으로 기존 보유계약에까지 미치는 영향은 역부족이기 때문에 보유계약 관리에 대한 공론화도 필요하다”라며 “기존 1·2세대 실손보험 가입자들의 보험료 상승 및 형평성을 위해서라도 4세대 실손보험 전환이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4세대 실손보험 또한 높은 손해율과 제도의 지속성 제고를 위한 목적으로 개편된 것으로 과잉진료 등 소비자 부담과 손해율 상승의 문제가 되는 비급여 항목에 대한 꾸준한 관리체계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기존의 실손보험처럼 효과는 미비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실손보험 판매를 중단한 한 보험사 관계자는 “실손보험을 주력 상품으로 다루지 않은 생명보험사가 더 이상 팔지 않으려는 이유는 손해율 개선과 함께 보험상품 라인업 재정비 측면도 있다”면서 “보험은 공익적 성격을 갖기 때문에 어느 정도 손실을 감내할 필요가 있지만 더 이상 매력이 없다고 판단하면 앞으로도 (실손보험 운용을) 포기하는 보험사가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학형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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