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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헌의 스포츠 세상

여자양궁 9연패 위업은 공정·경쟁시스템의 결과다

스카이데일리(skyedaily@skyedaily.com)

필자약력 | 기사입력 2021-07-29 09:22:57

 
▲박병헌 언론인·전 세계일보 체육부장
/국가대표 선발, 같은 조건 실력 검증
/10여회 선발전·평가전 4055발로 가려
/온갖 악조건·담력 훈련으로 적응 키워
/타 체육계·기업도 공정경쟁 제도 필요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제32회 도쿄여름올림픽이 23일 밤 마침내 성화를 밝혔다. 전 세계적으로 창궐한 코로나19 때문에 2020도쿄올림픽이 1년 연기돼 결국 이날 역사적인 막을 올렸지만 별 탈 없이 끝까지 성공적으로 잘 개최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지구촌의 평화 축제가 되어야 할 올림픽이 코로나19 감염 우려 때문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씁쓸했던 올림픽 개막식
 
전 세계의 우려 속에 막을 올린 2020도쿄올림픽은 개회식에서부터 코로나19 시대 첫 올림픽임을 실감할 수 있었다. 여느 대회였다면 6만8000석 규모의 올림픽스타디움이 ‘티켓예매전쟁’에서 승리한 관중으로 가득 들어차고 개막을 기다리는 들뜬 분위기로 충만했을 테이지만 눈앞에 펼쳐진 건 빈 좌석뿐이었다. 모자이크처럼 다양한 색상으로 배치된 좌석은 사람이 앉아있는 것 같은 착시를 자아냈으나 침묵만이 깔렸다. 개회식장 전광판엔 ‘환영’을 뜻하는 프랑스어(Bienvenue), 영어(Welcome), 일본어(ようこそ)가 흘렀지만 환영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았기에 더욱 씁쓸했다.
 
개회식에는 내외빈 1000명 정도만 초청됐고 각국 선수단도 일부만 참가했다. 개막이 다가와도 코로나19 확산세가 줄어들지 않자 12일부터 도쿄도(都)에는 코로나19 긴급 사태가 선포돼 도쿄 밖에서 열리는 일부 경기를 제외하면 대부분 경기가 무관중으로 진행되고 있다.
 
대한민국은 29개 종목에 선수와 임원 354명을 파견해 금메달 7개로 종합순위 10위 이내 입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올림픽에 출전하는 것만으로도 선수에게는 더 할 나위없는 영광이 아닐 수 없다.
 
아직 대회 초반이지만 대한민국은 전통의 효자종목인 양궁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양궁에서만 금메달을 3개나 건졌다. 충분히 예상한 결과다.
 
안산, 최고의 스포트라이트
 
현재 가장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선수는 올해 20세의 여자양궁 선수 안산이 첫 손가락에 꼽힌다. 혼성전에 이어 여자양궁 단체전에서도 금메달을 따내 30일 하계올림픽 사상 첫 올림픽 양궁 3관왕에 도전하는 안산은 대기만성형 선수다. 그의 양궁 경력은 광주광역시 문산초등 3학년 때 시작됐다. 당시 문산초에는 남자팀만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안산이 양궁부에 찾아와 “나도 활 쏘고 싶어요”라는 말과 함께 들어왔다고 한다. 그렇게 해서 문산초는 남녀 선수를 모두 가르치는 팀이 됐다. 당시 코치가 자신의 편의를 위해 “여자는 안 돼”라고 했더라면 안산 선수는 탄생하지 않았을 것은 당연했다. 오히려 그의 열의와 가능성을 알아본 코치는 철저하게 성적이 아닌 기본기 위주로 교육했다.
 
여자양궁이 처음 단체전이 만들어진 1988년 서울올림픽부터 2020년 도쿄올림픽까지 한국이 무려 9회 연속 최정상을 지켜온 것은 전 세계가 놀라지 않을 수 없는 쾌거다.
 
대한민국 양궁 국가대표 선수들의 기량이 현재 절정이라 개인전에서도 메달을 충분히 기대할 만하다. 양궁 대표 선수들의 선전은 코로나19 팬데믹과 폭염 등으로 지칠대로 지쳐있는 국민에게 청량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올림픽보다 더 어려운 국내 선발전
 
대한민국 여자양궁이 무려 33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세계 최정상의 자리를 굳건히 지킨 원동력은 '공정한 선수 선발'이라는 기본 원칙이 철저히 지켜졌기 때문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대한양궁협회는 매년 국가대표를 선발할 때 모든 선수가 똑같은 조건으로 실력을 검증받게 한다. 학연, 지연, 나이, 아빠 찬스 등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과거의 성적과 성장 과정, 막연한 가능성 등은 철저히 배제하고 오직 실력만으로 선발해 왔다.
 
다른 스포츠들과 다르게 양궁협회는 20여년 전부터 초등학생들에게 무료 활을 지급, 교육 시켜왔다. 양궁협회에서는 ‘사교육’도 ‘흙수저’도 없다. 두메산골에서 훈련하는 학생도 ‘내가 활만 잘 쏘면 국가대표 선수가 될 수 있다’고 믿을 정도로 도전의 기회가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한국 양궁의 훈련방법은 이미 해외에서도 유명할 정도로 특별하다. 대회 환경이 매번 다르듯 훈련환경도 다르게 진행한다. 선수들이 환경 변화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일부러 태풍이 오는 날에 훈련 일정을 잡아 비바람이 몰아치는 상태에서 훈련을 진행하거나, 새벽에 공동묘지에서의 담력훈련, 해병대 훈련, 번지점프 등 일반인이 상상할 수 없는 훈련들을 진행한다. 그로 인해 선수들은 두툼한 담력에다 환경변화에도 잘 적응하며 경기에 임할 수 있게 되었다.
 
한국 양궁은 1년에 10번의 선발전을 치른다고 한다. 국내 랭킹 100위까지 참가할 수 있고, 국내 랭킹 80위라면 세계 랭킹 5위와 맞먹는 실력을 갖췄다고 평가할 정도다. 또한 국가대표 선발전과 평가전을 포함해 선수들이 쏘는 화살은 총 4055발, 그 결과에 따라 올림픽 출전 여부가 결정된다. 그렇기 때문에 ‘올림픽 출전권 획득은 곧 올림픽 메달과 같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이며, 이 말은 늘 현실화되고 있다.
 
그 때문에 선수들의 불만은 있을 수 없고, 최상의 컨디션으로 훈련하고 대회에 참가할 수 있었다. 선수들의 피나는 노력과 함께 글로벌 기업인 현대자동차 회장 정몽구·정의선 부자가 37년째 이끌어 오고 있는 양궁협회의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지원 또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공정한 선발 시스템과 체계적인 지원 등이 양궁 외에 체육계 전반으로 확산된다면 육상, 수영 등 세계 무대에서 상대적으로 열세에 놓여 있는 여타 종목에서도 제2, 제3의 쾌거가 이어질 것이라 확신한다. 무엇보다 양궁의 이번 올림픽 9연패 쾌거는 공정한 시스템만이 최고의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평범한 사실을 우리 사회에 다시한번 일깨워 준 값진 승리였다.
 
기업도 치열한 경쟁 거쳐야 성공
 
비단 운동경기뿐만이 아니다. 기업도 치열한 시장 경쟁이 존재하지 않으면 성공하기 어렵다. 그룹 방탄소년단(BTS)이나 걸그룹 블랙핑크의 성공에는 연예기획사 간에 치열한 국내 경쟁이 있었다. 국내 기업이 글로벌 1, 2위를 다투는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다. 반도체, 2차 전지, 가전, 조선 등 주력 산업도 결코 다르지 않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새롭고 다양한 형태의 기업이 끊임없이 생겨나기 마련이다. 이들 역시 치열한 경쟁을 거쳐 경쟁력을 쌓으면 세계를 제패할 수 있다. 치열한 경쟁을 거치지 않은 산업이나 기업의 밑천은 금방 바닥을 드러내기 마련이다.
 
연일 금메달 소식을 전하는 대한민국 양궁의 국가대표 선발 시스템에서 우리 산업의 경쟁력 제고에 대한 해법도 함께 찾길 기대한다. 그것에 대한민국의 미래가 달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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