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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기업 어때<21>]-한화생명(下)

내우외환에 한화생명 속앓이, 시험대 오른 김동원 리더십

무리한 제조·판매 분리, 노사 갈등 촉발…갈등 일단락됐지만 잔불 여전

모회사 상품 판매 시 높은 수수료 지급, 부당 ‘일감 몰아주기’ 논란도

기사입력 2021-09-16 15:34:01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한화생명 본사. ⓒ스카이데일리
  
신사업 진출 제동·실적부진·소송전 등 각종 ‘외우’에 시달리고 있는 한화생명은 ‘내환’도 겪고 있다. 지난 6월 타결된 단체교섭에서 맺은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며 노조가 다시 반발했기 때문이다. 최근 가까스로 다시 봉합됐지만 불씨는 아직 남아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화생명 안팎에서는 이러한 내부 악재가 장차 한화그룹 금융부문을 이끌어 나갈 김동원 부사장의 리더십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팽배하다.이 밖에 한화생명이 산하 보험판매대리점(GA)에 ‘일감 몰아주기’를 하고 있다는 논란도 일고 있어 한화생명을 향한 우려의 시선이 높아지고 있다.
 
‘자회사 분리’ 내홍 지속… 기존 합의 이행키로
 
2021년 한화생명은 내부적으로 노사 갈등으로 내홍을 겪었다. 한화생명 노조는 올해 초부터 3주 동안 ‘제판분리(제조·판매분리)’ 등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협상을 진행했지만 실패한 뒤 연가투쟁을 진행한 바 있다. 이후 6월 25일 임금 인상과 급여승계, 고용보장을 담은 합의안이 최종 타결됐지만 이달 1일 노조는 회사 측 약속이행을 촉구하며 삭발식을 진행했다.
 
결국 한화생명 노사는 다시 합의했다. 1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 6일 한화생명은 한화생명 노조와 1주일 마라톤 협상 끝에 기존 노사합의를 성실히 이행하기로 뜻을 모았다. 이날 노사 양측은 기존 노사합의서의 효력을 재확인하며 △고용안정 보장 △사업가형 지점장 도입 취소 △인력 교류 시행 △승진 보장 등의 합의사항 이행을 재문서화 했다. 최종 합의 뒤 노조는 회사 1층 로비에 설치한 천막을 해체하고 1주일간 이어온 농성을 풀었다.
 
핵심 쟁점이던 일반직·사무직 조합원의 승진율은 각 30%, 3년간 보장하기로 결정했다. 약속한대로 ‘프로매니저’ 직급을 신설하며 최대한 빨리 새 평가기준을 마련해 이달 1일자 인사 발령을 적용하기로 했다. 다만 기존 평가기준 적용 시 80여명이 승진 대상에서 빠지는 불공정을 손보기 위해 평가기준 개선과 승진 대상 인원 일부를 조정하기로 했다.
 
이번 노사 갈등은 올해 4월 한화생명이 보험 모집·지원(판매) 부문을 법인보험대리점(GA)인 한화생명금융서비스로 물적 분할하며 했던 약속을 지키지 않아서 시작됐다. 노조에 따르면 당시 한화생명은 한화생명금융서비스로 이동하는 직원에 대해 30% 승진 등을 보장하는 내용으로 합의서를 작성했으나 최근 합의 파기를 시도했다.
 
한화생명 노조 관계자는 “회사가 분사를 단행한 뒤 처음 적용되는 사무직 승진 30%에 대해 한화생명금융서비스가 아닌 한화생명이 적용을 거부하면서 전면전을 선언했다”며 “사무직 승진을 발단으로 시작된 천막농성 과정에서 일반직과 지점장 사이의 건의·불만도 표출돼 이를 조기에 해소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노사 합의 사항을 확인하고자 한화생명 사측에 수차례 요청했으나 아무런 답을 듣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무리한 제판분리로 인해 시작된 회사와 노조, 설계사 간의 갈등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사측의 말바꾸기로 노조 측의 불신이 깊은데다 설계사의 잦은 이탈을 막기 위한 조치를 취할 경우 다시 수면위로 갈등이 불거질 것이란 관측이 나와서다.
 
‘한 지붕 두 가족’, 여승주의 투트랙 실험 성공할까
 
▲ 이달 초 한화생명 노사 대표단은 갈등을 풀기 위해 심야까지 논의를 이어갔다. [제공=한화생명 노조]
 
한화생명은 한화생명금융서비스를 분리하기에 앞서 100% 자회사인 한화라이프랩도 GA로 두고 있었다. 한화새명이 자회사형 GA가 있음에도 판매 부문을 GA로 분리한 까닭은 GA로의 인력 유출 탓이 컸다. GA는 여러 보험사와 제휴를 맺어 다양한 보험상품을 비교·판매하므로, 설계사가 수수료 수입을 늘이는 데 비교적 용이하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월납보험료 기준 GA의 월 매출액은 2019년 전속 설계사 월 매출액을 넘어섰다. 현재 그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GA가 보험 판매의 가장 중요한 채널로 성장하면서 전속 설계사의 수수료 수입이 줄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생명보험) 시장은 성장이 정체된 상황에서 판매 채널은 점차 GA 쪽으로 기울게 되면서 전속 설계사들이 대거 이탈했다”며 “물적 분할을 택한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한화생명이 자랑하는 전속 설계사 등 막대한 규모의 영업력이 자꾸 빠지니 이를 붙잡기 위해서라도 GA 설립이 불가피했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올해 4월 출범 당시 한화생명금융서비스는 소속 설계사 2만여명, 임직원 1400여명, 총자본 6500억원을 보유하며 GA업계 1위로 올라섰다.
 
최근 한화생명은 한화라이프랩에 210억원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현재 한화라이프랩 자본금과 맞먹는 수준이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이번 증자를 “영업력 강화 차원이다”라고 설명했다. 적어도 당분간은 두 GA를 통합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는 대목이다. 회사형 GA를 두 갈래로 유지하는 이유와 성격·전략 차이에 관해 한화생명 관계자는 “원래 다른 회사이다”라는 원론적인 답변만 내놓았다.
 
자회사형 GA 투트랙 전략을 두고 업계에서는 여승주 한화생명 사장의 실험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한화생명금융서비스는 국내 생명보험사 중 한화생명 보험만 판매하며, 손해보험사(손보사)는 메리츠·흥국화재 등 9곳의 상품을 취급한다. 반면 한화라이프랩은 생보사 17곳, 손보사 11곳과 제휴를 맺었다. 한화생명금융서비스를 자사 보험 판매에 집중시키고 한화라이프랩을 영업 다양화를 꾀하는 데 활용해 향후 GA의 방향성을 모색할 것이라는 논리다. 다만 이는 실적 호조를 전제한 시각이라서 실적이 크게 악화될 경우 실험은커녕 여러모로 부담만 늘 수 있다.
 
자회사형GA 두고 잡음 무성…부당지원 통한 ‘일감 몰아주기’ 논란
 
▲ 공정거래위원회. ⓒ스카이데일리
 
자회사형 GA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한화생명의 ‘일감 몰아주기’ 논란이 일고 있다. 이달 초 기준 생명·손해보험협회 GA 비교공시에 따르면 설계사 5000명 이상의 대형 GA 가운데 한 보험사의 생보 또는 손보 상품만 취급하는 경우는 한화생명금융서비스가 유일하다.
 
오히려 한화생명이 자유로운 영업을 방해한다는 시각도 있다. 한 GA 소속 설계사는 “소비자가 볼 때 GA 설계사의 장점은 여러 보험 상품을 비교해서 가입할 수 있는 점인데, 생명보험 잠재 고객에게 한화생명 보험상품만 권하면 99%는 반기지 않을 것이다”라며 “오히려 GA 설계사의 자유로운 영업을 방해하는 행위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한화생명금융서비스는 이달 1일부터 30일까지 한화손해보험 상품 판매를 장려하는 시책을 내놨다. 한화손보의 장기인보험을 팔면 월납 보험료의 100%를 시상으로 지급한다. 나머지 8개 손보사의 보험상품을 팔았을 때의 두 배 수준이다. 한화금융서비스 관계자는 “단지 한화손보가 지급하는 수수료가 많을 뿐이다”라며 “모기업(한화생명)과 계열사(한화손해) 보험상품을 더 많이 팔아야하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전속 계약이 아닌데도 GA가 생보 손보 중 한 쪽을 모기업 보험상품만 판다면, 또 계열사로부터 월등히 높은 수수료를 제공 받는다면 ‘부당한 자산·상품 등 지원’에 해당할 수 있다”면서 “자세히 살펴봐야 정확히 판단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김학형 기자 / sky_hhkim , hhkim@sky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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