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카드(이하 KB카드)가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여파에도 좋은 실적을 냈지만 올해 들어 곳곳에서 ‘빨간불’이 켜지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 점유율 경쟁에서 1, 2위와의 격차가 더 벌어지며 4위의 강력한 추격을 받고 있다. 이런 와중에 주요 건전성 지표 중 일부는 업계 최하위 수준으로 떨어졌다. 여기에 다른 카드사와 비교해 금융 소비자들에게 고금리를 요구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 때문에 위기 속에서도 호실적을 바탕으로 지난해 3연임에 성공한 이동철 대표의 연임가도에 먹구름이 낄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흔들리는 카드업계 점유율… 자기자본 비율 업계 하위권
19일 금융감독원(금감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KB카드는 올해 상반기 개인·법인 신용판매액(구매전용 제외) 기준 16.9%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이는 7개 전업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 중 세 번째다. 신한카드가 21.0%로 선두에 섰고, 삼성카드가 18.2%로 2위를 차지했다. 4위 현대카드는 16.7%를 점유하며 바짝 따라 붙었다.
같은 기간 개인 신용판매에서도 KB카드는 점유율 17.7%로 3위를 차지했다. 신한카드가 22.4%를, 삼성카드가 19.1%를 각각 가져갔고, 현대카드가 17.3%로 KB국민카드를 턱 밑까지 쫓았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KB카드의 B2C(Business to Customer) 경쟁력이 하락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법인 신용판매는 세제 개편 등으로 인해 비교적 점유율 변동성이 높지만, 개인 신용판매는 충성도 높은 고객 등에 힘입어 크게 요동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KB국민카드는 지난해 4분기 개인 신용판매 점유율 4위로 추락한 바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B2C는 신용카드 시장에서 기본 바탕과 같다”라며 “대 고객 서비스와 이미지 제고 등을 통해 충성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은 법인 회원 영업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된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KB카드는 법인카드 혜택은 줄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올 7월부터 ‘여신전문금융업 감독규정 시행령’이 개정·시행된 탓으로 풀이된다. 개정 시행령은 카드사가 법인회원에게 제공하는 어떠한 경제적 이익도 법인카드 이용액의 0.5%를 초과하지 못하도록 규정했다.
KB국민카드는 이달부터 ‘ONE KB국민 기업체크카드’의 포인트 혜택을 축소해, 기존 지방세 월 3000만원 이상 납부 시 0.1%를 적립해주던 캐시백 서비스를 폐지했다. 최근 ‘이노비즈 예금담보 기업카드’, ‘혜인멤버스 제휴 기업카드’, ‘KB국민 통신비전용 기업카드’, ‘StarBiz Global 기업카드’ 등 4종도 서비스를 축소·개편했다.
KB카드는 자본적정성 등 건전성을 나타내는 주요 경영지표에서도 문제를 드러냈다. 19일 금감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상반기 기준 KB카드의 조정자기자본비율은 17.87%를 기록했다. 이는 카드업계 ‘빅 3’로 꼽히는 신한·삼성카드는 커녕 업계 꼴찌인 현대카드(17.09%)와 근접한 수준으로 7개 전업카드사 가운데 6위다.
다만, 카드사 대부분이 지난해에 비해 조정자기자본비율이 내려갔다. 지난해 업계 평균인 22.3%에 근접 또는 상회한 전업카드사는 삼성카드(32.7%)와 하나카드(22.2%) 두 곳 뿐이었다. 조정자기자본비율은 금융사의 건전성을 보여주는 지표로, 자기자본을 총자산으로 나눈 값이다. 관련 법에 따라 8% 이상을 유지해야 하며 높을수록 좋게 평가된다.
다른 건전성 지표도 좋지 않다. 고정이하여신비율도 0.98%로 ‘빅3’로 묶인 삼성카드(0.76%)나 신한카드(0.92%)보다 높았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이란 연체기간이 3개월 이상인 고정이하여신 합계액이 여신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율로 높을수록 부실자산이 많다는 걸 나타내는 지표다. 올해 상반기 연체율도 1%를 기록해 0.85~0.92%의 경쟁사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
머지포인트 사태 ‘책임론’도 불거져… 이동철 대표 4연임 여부 관심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KB카드가 그동안 쌓아올린 금융소비자의 신뢰도도 위협받고 있다. ‘빅3’로 꼽히는 경쟁사에 비해 고객에게 고금리로 대출을 해주는데다 ‘머지포인트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는데도 미온적이기 때문이다.
19일 여신금융협회 공시에 따르면, KB카드의 신용대출 금리는 ‘12~16% 미만’이 42.2%, ‘16~20% 이하’가 32.33%를 차지해 고금리대에 해당하는 신용대출자가 무려 74.5%를 차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신한·삼성카드는 각각 59.5% 80.7%가 12% 미만의 저금리대에 분포해 정반대의 모양새를 보였다.
지난 8월 대규모 환불 소동을 부른 ‘머지포인트 사태’와 관련해 KB국민카드의 책임 문제도 제기된다. 별다른 검증 없이 PLCC(Private Label Credit Card·상업자표시신용카드) 출시를 계획한 탓이 컸다. 올해 6월 KB카드는 머지포인트 운영사 머지플러스와 연내 ‘머지포인트 PLCC’를 출시하기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PLCC에 머지포인트 정기구독 서비스 특화 혜택과 제휴 가맹점 추가 할인 등을 담고, 자사 간편결제 앱 ‘KB페이’와 연계한 편의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었다.
두 달 뒤 머지플러스는 금융당국의 전자금융업자 등록 요청에 돌연 서비스를 중단했고, 손해를 우려한 고객이 대거 환불에 나서며 ‘머지포인트 사태’가 발생했다. 거센 환불 요구와 ‘먹튀’, ‘폰지 사기’ 등의 지적에도 머지플러스가 당시 내놓은 정상화 방안은 100만 이용자에게 PLCC를 공급해 단기간 내 850~1200억원의 큰 부가수입을 거두겠다는 방침이었다. 논란이 커지자 KB국민카드는 PLCC 관련 절차를 보류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머지포인트 사태’가 없었다면 KB카드의 ‘머지포인트 PLCC’ 발급은 시간문제였다”며 “머지플러스를 검증할 책임은 일차적으로 금융당국에 있지만 오픈마켓과 카드사 역시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 건 마찬가지다”라고 말했다.
머지포인트에 대한 고객의 신뢰를 주는데 일조한 KB카드가 머지포인트를 카드로 할부 구입한 사용자들의 취소 요청(할부항변권)을 가장 많이 거절한 점도 비판을 받고 있다. 18일 송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감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하나·비씨카드 등 7개 카드사의 머지포인트 관련 할부항변권은 모두 2604명이 신청해 총 4억9920만원으로 나타났다. KB카드는 834명으로부터 1억1560억원 규모의 할부항변권을 신청받았으나, 신청인원의 94.6%인 789명의 1억490만원(90.7%)을 거절했다.
앞서 살펴본 악재들은 4연임을 노리는 이동철 KB카드 대표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이 대표는 2017년 12월 선임돼 2년 임기를 마친 뒤 2019년과 2020년 잇달아 연임에 성공하며 3연임을 달성했다. 이 대표를 비롯한 KB금융그룹 주요 계열사들의 CEO 임기는 올해 말 모두 만료된다. 이 대표가 KB카드의 위기를 극복할 지 여부에 따라 많은 것이 바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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