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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권 편입 후 가치 인정받은 탈중앙화 화폐
[데일리 Talk]-비트코인 선물 ETF 뉴욕증시 상장
윤승준 기자페이지 + 입력 2021-10-22 00:02:23
▲ 윤승준 금융부 기자
역사적인 순간이다. 도박, 투기장 등으로 치부되던 암호화폐의 대장주(株)인 비트코인이 제도권에 드디어 입성했다. 주인공은 미국 자산운용사 프로셰어스의 ‘비트코인 스트래티지 ETF(BITO)’다. 해당 상장지수펀드(ETF)는 미래의 특정 날짜에 미리 약정된 가격으로 비트코인을 사거나 팔 수 있는 선물 계약을 추종하는 상품이다. 반응은 뜨거웠다. 뉴욕 증시 상장 첫날인 19일(현지시간) 4.5% 오른 41.8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비록 현물 ETF는 아니지만 비트코인 관련 금융상품이 뉴욕 증시에 상장했다는 건 가치 저장 기능을 인정받았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시장은 바로 움직였다. 20일 오전 글로벌 시장에서 비트코인 가격은 6만4000달러를 넘어섰다. 한화로 약 7520만원이다. 지난달 20일 4만5000달러대였던 것을 고려하면 한 달 만에 2만달러 가까이 올랐다. 1년 전엔 고작 1만2000달러 수준이었다. 그때 1비트코인을 사서 지금 팔았다면 6000만원을 벌었을 것이다.
 
더욱 놀라운 건 시가총액 규모다. 비트코인의 시총은 약 1조1800억달러로 원자재·주식 등 자산별 시총 순위에서 8위에 올라섰다. 7위인 은(銀)과도 1500억달러 정도 밖에 차이가 나지 않아 조만간 따라 잡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018년 ‘비트코인 광풍’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다. 그때만 해도 암호화폐를 17세기 네덜란드 ‘튤립 투기 파동’에 비유하며 ‘비트코인은 망할 것이다’고 폄하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지만 지금 텔레비전이나 SNS를 봐도 그런 사람을 쉽게 찾을 수 없다. 사실상 제도권의 금융투자 상품으로 인정받은 셈이다.
 
자산으로는 분명히 인정받았지만 화폐로서는 아직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암호화폐’, ‘가상화폐’ 등의 이름으로 부르기 민망할 정도다. 향후 화폐로서 기능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분명한 건 비트코인의 출발은 화폐였다는 점이다. 2008년 나온 비트코인 백서의 제목은 ‘비트코인: 개인간 전자화폐 시스템’이었다. 사토시 나카모토는 인터넷을 폐쇄하지 않는 이상 정부의 감시나 은행의 통제 없이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는 민간 전자화폐를 꿈꾸며 비트코인을 창시했다.
 
비트코인으로 금융기관을 대체하려 했던 그의 의도와 달리 현재 비트코인은 금융기관의 투자자산 중 하나로 전락했다. 작년 말부터 비트코인 가격이 조금씩 오르자 월가의 금융자본들은 비트코인을 새로운 투자자산으로 접근하기 시작했다. 탈중앙화 화폐에서 전통 금융권의 금융자산으로 변모한 것이다. 심지어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등 유명 인사들의 말 한마디에 가격이 오르는 기이한 현상도 나타났다.
 
정부에도 굴복하는 분위기다. 대부분의 전 세계 금융당국은 전통 금융권 수준의 자금세탁 방지 기준을 비트코인에 요구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특금법에 따라 상당수의 거래소들이 폐쇄 조치를 받았다. 원화거래를 할 수 있는 곳도 업비트 등 4개에 불과한 실정이다. 그만큼 정부의 영향력 아래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심지어 이웃나라 중국에선 정부가 앞장서서 암호화폐 거래를 불법으로 규정했다.
 
개인투자자들조차 화폐 기능에는 관심 없는 눈치다. 정부 통제에서 벗어난 화폐에 대한 기대감보다 매일 큰 폭으로 급등하는 투자자산 모습에 열광하고 있다. 그러기에 이제 정말 화폐라는 단어와 작별해야 하는 시간인 것 같다. 사토시의 꿈은 이뤄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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